제1장 - 서설
“왜, 조용필과 조용필의 노래인가?”
조용필(趙容弼)은 화성인이다. 그는 1950년 3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태어났다. 화성(和聲), 즉 완벽한 하모니로 지난 50여 년간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을 나눈 가수가 바로 조용필이다.
우리는 그의 이름 앞에 “가왕, 국민가수, 20세기 최고의 가수, 슈퍼스타, 작은 거인, 오빠”라는 수식어를 사용함으로써 조용필이 이룩한 대중음악사적 업적과 위상을 드러낸다. 당사자는 인터뷰 때마다 “그냥, 가수 조용필”이면 만족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앞에 ‘영원한’을 더함으로써 대중가요계의 거장에 대한 존경심과 예우를 갖춘다.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조용필의 노래로부터 받은 감동과 위안, 에너지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가수 조용필에 관한 우리의 관심과 애정도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심지어 어느 경우에는 가수 조용필에 대한 호감도가 노래로까지 전이되기도 했다. 조용필이 부른 노래라서 대중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인기곡을 부른 가수라서 조용필은 더욱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러한 선순환 작용은 조용필의 광팬(光fan)층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다수의 대중을 향한 온전한 이해와 객관적 평가를 주저하게도 만든다. 따라서 가수 조용필과 조용필의 노래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대중가요를 저급한 노래로 인식하고, 대중가수를 부당하게 대우하던 때가 있었다. 대중가요는 가장 값싸고 쉬운 오락이고,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오락물이 대중가수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중가요와 대중가수의 위상과 역할은 과거와 판연히 다르다. 미국의 포크 록 가수인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2016)을 수상했다. BTS를 위시한 K-POP은 전 세계에 한류문화를 전파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한다.
과거와 다른 지금은 문화예술과 산업의 통합, 전공 학제 간 융합을 추구한다. 이미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했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때이다. 이와 같은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여 대중가요와 대중가수에 관한 새로운 인식에 기여하는 학문적 탐색이 절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누구의, 무엇을, 어떻게” 찾아 나서는 것이 좋을까?
조용필과 그의 노래는 학문 탐구 대상으로서 1순위 자격을 충족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사에서 최초, 최고, 최다, 최장 타이틀의 상당수는 조용필이 갖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이어진 조용필의 노래는 대중가요의 음악 메시지와 대중을 향한 언어 메시지로서 탐색해 볼 만하다.
제2장 - 연구 개요
1. 문제 제기
그동안 우리는 조용필의 노래에 열광적으로 반응하였다. 그의 혁신적인 사운드와 세련된 편곡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반면 조용필이 우리에게 전한 언어 메시지를 경청하는 데는 다소 소홀했던 듯하다. ‘위대한 탄생’의 환상적인 연주와 조용필의 목소리는 귓가에 맴돌지만, 조용필이 노래로써 무엇을 말했는지에 관해서는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대중가요에서도 음악 못지않게 그 노랫말을 중요 요소로 본다. 대중가요 가수이자 작곡가인 조용필 또한 노랫말을 중요시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조용필은 언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 주었으나, 우리는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그의 언어를 차분히 살피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조용필이 우리에게 전한, 전하고자 한 언어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의미를 읽어낼 때 비로소 조용필 음악에 대한 온전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간 몇몇 연구자에 의해서 조용필 노래의 주제와 사상, 전반적인 특징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근거 자료로써 언어 그 자체를 주목하기보다는 노랫말의 해석과 감상에 주력한 듯한 인상을 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학문 탐구 대상으로서 조용필 노래의 언어에 관한 객관적 이해를 위해 자작곡에서의 출현 어휘를 품사별로 분류한 후, 통계 산출 및 결과 분석을 통해 조용필 노래의 언어 메시지를 파악할 것이다. 언어 메시지의 의미가 드러나면 우리의 삶과 세상에 대한 조용필의 관점 및 인식이 그동안 어떻게 변화, 발전하면서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어 왔는가를 알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