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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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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596g | 130*190*30mm
ISBN13 9788932920733
ISBN10 893292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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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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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비극과 상실을 넘어] 비극은 늘 예고도 없이 찾아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한순간에』는 스키 여행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해 막내딸을 잃은 가족의 생존 분투기를 담은 소설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통해 인간 본성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렇지만 결국은 상실을 넘어 희망을 노래한다. -소설MD 김소정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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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를 소리쳐 부른다. 소리치고 또 소리쳐 부른다. 아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의 외침에는 소리가 없다. 캠핑카의 앞쪽 끝부분이 아빠 쪽으로 우그러졌다. 아빠의 몸은 운전석 창과 핸들 사이에 옆으로 끼워져 있다. 다리는 부러지고 대퇴골의 아래쪽 반은 청바지를 뚫고 나와 피가 새어 나온다. 얼굴은 깨진 유리 파편에 온통 찢기고 눈과 함께 얼어붙었다. 사방은 온통 피투성이다. 제발, 나는 애원한다. 제발 와서 아빠를 좀 도와줘.

파르르 떨며 눈을 뜬 아빠는, 통증뿐 아니라 점점 선명해지는 시야로 들어오는 광경에 겁에 질려 한 번 더 신음을 내뱉는다. 아빠는 작은 소리로 내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 끔찍한 비명을 내지른다. 아빠를 따라 같이 내 쪽을 돌아본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버린다. 나의 죽음은 생각했던 것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도, 고통 없는 죽음도 아니었다. 반쯤 잘린 내 머리에 있는 눈과 입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벌려진 채 굳어 있고 괴기하게 아빠 쪽을 향해 있다. 내 몸에 그 많은 피가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 아빠 주변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아빠는 자리에서 벗어나 나에게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끔찍한 통증이 뒤따른다. 그런 아빠에게 나는 제발 그대로 있으라고, 나는 괜찮고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소리친다. 나는 이런 말들을 마구 쏟아 낸다. 고함도 질러 본다. 생각으로 전달해 보려고도 하지만, 아빠는 듣지 못한다. 계속 근육을 혹사시키며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간절하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지켜보며 기도하는 것뿐이다. 마침내 내 기도가 통해서 아빠가 고통으로 기절할 때까지.
--- p.67~68

두 사람은 앞 유리창을 눈으로 막을 때 묻히지 않도록 내 시체를 운전석에서 끌어낸 후 차의 기울어진 앞부분 쪽으로 옮겨 어느 정도 주변으로부터 보호되도록 앞바퀴 뒤쪽에 눕혀 놓았다. 엄마는 내 어그 부츠와 양말 그리고 운동복 바지를 벗기면서 훌쩍거린다. 카일은 내 파카와 티셔츠를 벗긴다. 나는 날이 어두워 나의 벗은 몸이 카일에게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바라본다. 이미 죽은 다음에도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부끄러운 마음이 들다니 참 웃기는 일이다. 다 끝나자, 엄마가 앞 유리창을 통해 옷을 가지고 차로 들어간다.

"모, 이거 입어." 엄마가 옷 더미를 옆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모가 침을 삼키며 추위 때문에 떨던 것보다 더 심하게 몸을 떤다. 어둠 속에서도 내 코트에 묻은 피가 보인다. "핀 옷이에요?" 물어보는 내털리의 목소리가 딸꾹거린다. 내털리는 내가 거기 없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거나 아니면 잊고 있다가 이제야 다시 생각난 것처럼 행동한다. 내털리의 뇌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털리의 말에 엄마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캐런 이모와 내털리를 발견하고는 마치 그들이 거기 있었던 사실을 잊었던 듯 흠칫 놀란다. 캐런 이모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동공이 확장된다.

"부츠는 내털리가 신어야 될 것 같아." 내털리를 껴안은 이모의 거친 눈길이 내 옷더미 위를 잽싸게 내달린다. 엄마의 얼굴이 캐런 이모의 말을 처리하느라 옆으로 기운다. 마치 데이터가 추가로 입력되어 사고를 재편성하려는 것처럼. 모와 내털리 둘 다 방한에 적합하지 않은 부츠를 신었다. 엄마 역시 더 나을 것도 없는 발목까지 오는 군화식 부츠를 신었다.

어쩌면 캐런 이모가 엄마를 바라볼 때 보인 표독한 눈길 때문이었는지도, 아니면 엄마가 창문을 막는 데 이모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서 인지도, 아니면 나는 죽었고 모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여서인지도, 아니면 엄마가 카민스키 부인에게 모를 돌보겠다고 한 약속 때문인지도, 또 아니면 엄마는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인지도 모른다. 이유가 뭐든, 엄마는 캐런 이모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다시 말한다. "모, 네가 신어." 그리고 아무 말없이 몸을 돌려 다시 전장으로 되돌아간다.

모는 추워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다. 모의 근육은 격렬히 떨리고, 손가락은 얼어서 곱은 상태다. 그래도 가까스로 내 티셔츠와 파카를 껴입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부츠를 벗고, 찢어진 청바지 위에 내 운동복 바지를 겹쳐 입은 뒤 내 작은 어그 부츠에 발을 밀어 넣는다. 내 양말은 장갑처럼 손에 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런 이모의 쏘아보는 눈길과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내 파카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턱까지 조여 맨다.
--- p.87~88

오즈가 눈을 가늘게 뜬다. 내 동생은 똑똑하지는 않지만 이상하리 만치 직감이 발달해서 그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대체적으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금세 표정이 어두워진 오즈는 아랫입술을 밖으로 삐죽 내밀며 머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다. "우리 누나." 그의 말에 내 심장이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오즈가 아주 뜻밖의 행동을 한다. 아무 말 없이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더니 내 옆에 무릎을 꿇고는 내 얼굴을 눈으로 덮는다. 그러고는 속삭인다. "잘 자, 누나." 오즈가 일어서자, 밥 삼촌이 말한다. "오즈, 난 걱정이 돼." 왠지 삼촌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내 몸의 털들을 쭈뼛쭈뼛 곤두서게 만든다. 오즈가 고개를 갸웃한다.

"네 엄마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잖아. 가다가 길을 잃었을까 봐 말이야." 오즈가 미간을 찌푸리고, 나의 맥박이 요동친다. "누군가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밥 삼촌이 말한다. 오즈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가고 싶은데, 발목을 너무 심하게 다쳐서." 나는 고개를 흔든다. 너무 믿어지지가 않아서 공포감마저 천천히 찾아 든다. "내가 갈 수 있어." 오즈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는 듯이 신이 나서 말한다. 안 돼!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나는 밥 삼촌 앞에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간다. 이러지 마세요. "엄마를 찾을 수 있겠어?" 밥 삼촌은 마치 오즈의 생각에 감동이라도 한 듯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한다. "빙고가 같이 가면 돼." 오즈가 말한다. "빙고는 누구든 찾을 수 있어. 핀이랑 숨바꼭질하면 언제나 빙고가 찾아냈어. 누나는 아주 잘 숨는데도."

"아주 좋은 생각이네!" 제발요. 나는 애원한다. 제발, 밥 삼촌,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다시 생각해 봐요. "빙고가 같이 가면, 엄마랑 여기로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때도 도움이 되겠네." 나는 오즈를 돌아본다.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오즈의 얼굴은, 남자들끼리 뭔가 심각한 대화를 할 때 짓는 아빠의 표정을 따라하고 있다. 모, 도와줘. 나는 울부짖는다. 하지만 모는 이 상황을 전혀 알 리가 없다. 모는 안에서 오즈가 돌아오기 전에 되도록 빨리 눈을 녹이는 데만 집중한다. "가기 전에 말이야." 밥 삼촌이 말한다. "내가 줄 게 있어." 오즈는 여전히 아빠의 표정을 흉내 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 공포감이 차가워진다. 상황이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더 나빠지는 게 확실하다.

"너하고 빙고가 엄마를 찾다 보면 힘을 내기 위해 먹을 게 필요할 거야." "배고파." 오즈가 말한다. "맞아. 자,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하자. 나한테 크래커 두 봉지가 있어." 밥 삼촌은 캐런 이모 가방에 들어있던 셀로판지에 포장된 짭짤한 크래커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이거랑 네 장갑이랑 바꾸자." 나는 더 이상 애원하지 않는다. 오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방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거래를 성사시킨 것처럼 장갑을 홱 벗어서 밥 삼촌에게 건네고, 크래커를 얼른 빼앗듯이 가져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런 믿기지 않을 만큼 섬뜩한 장면을 바라보는 일 밖에없다. "나 좀 올려줘." 밥 삼촌의 말에 오즈는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그가 차 문 쪽으로 올라가도록 받침대를 만들어 준다. 밥 삼촌은 오즈를 돌아보지도, 행운을 빌어 주지도 않는다. 그는 오즈와 빙고에게 춥고 광활한 숲속을 헤쳐 엄마를 찾아오라는 불가능한 임무를 맡기고 밖에 놔둔 채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간다.
--- p.116~117

"뭐가 잘못됐어요?" 엄마가 그의 얼굴에 드러난 암울한 기색을 감지하고 묻는다. "캠핑카를 찾았습니다. 남편 분은 리버사이드에 있는 인랜드 벨리 메디컬 센터로 이송 중입니다. 살아계시지만 상태가 위중하다고 합니다." 엄마는 아빠가 아직 살아 있다는 말에 눈을 질끈 감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가 전하러 온 나쁜 소식이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아직 또 다른 소식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모린과 골드 씨 가족인 밥, 캐런, 내털리는, 두 번째 헬기로 빅베어 메디컬 센터로 이송 중입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인다. 번스가 잠시 머뭇거리자 엄마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데 아드님은 같이 없었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캠핑카 안에 없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아드님과 개는 아침에 나갔다고 하더군요." 혼란스러워하는 엄마의 눈이 커진다. "그럴 리가 없어요. 오즈가 거길 나왔을 리가 없는데.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오즈는 그럴 행동을 할 애가 아니에요. 우리 아들은, 걔는……" 엄마는 항상 이렇게 오즈를 설명하는 데 확신이 없고 어려워한다. "그 애는 생각이 좀 단순해요." 엄마는 결국 말을 해버린다.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애가 아니에요."

번스의 턱이 씰룩거린다. 아주 미세하지만 그의 감정에 동요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징후다. "죄송합니다." 그가 말을 이어 간다. "하지만 같이 있지 않았답니다. 일단 아드님을 계속 찾도록 구조대에 지시를 내렸어요." 엄마는 빨갛고 갈라진 손을 내려다보며 부정 혹은 당혹감, 과부하 때문인지 고개를 앞뒤로 흔든다. "경찰견 부대가 곧 이리로 올 겁니다." 번스가 말한다. "그리고 아직 밤이 되기 전에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있으니, 바라건대……" "한 시간이라뇨?" 엄마가 비명을 내지르듯 그의 말을 가로막는다. "한 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 딸과 아들이 숲을 헤매고 있어요. 밤이 온다고 구조를 멈춰선 안 돼요."
--- p.138~139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나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핀이다.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가족 스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과 나의 절친 모린, 엄마의 절친 캐런 이모 부부와 그 딸까지 열 명이 캠핑카를 타고 함께한다. 즐거웠던 기분도 잠시, 산속에 들어설수록 눈보라는 강해지고,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은 어둡게 변한다. 조심히 움직이던 캠핑카 앞에 사슴이 나타나고, 불행히도 캠핑카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산자락으로 추락한다. 이때 나는 즉사한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나의 죽음에 가족들 모두 충격을 받지만 어두워지는 저녁, 즉시 조난 요청을 하러 이동해야 할지 그대로 하룻밤을 버틴 뒤 밝아지면 행동할 것인지 벌써부터 의견 충돌이 시작된다. 언니네 커플은 이대로 있을 수 없다며 먼저 눈길을 나선다. 아빠는 심한 부상으로 기절 상태이고, 엄마 역시 구조대를 찾으러 길을 나선다.

엄마가 캠핑카를 떠나기 전 내 시체에서 옷을 벗겨 내 절친 모린에게 줄지, 엄마 친구 딸인 내털리에게 줄지 잠시 고민하지만 모린에게 주고, 그때 캐런 이모의 얼굴에는 친구에 대한 심한 배신감이 서린다. 엄마가 떠나자 캠핑카에는 기절한 아빠 옆에 내 친구 모린, 내 동생이 있고, 캠핑카 뒤쪽에 캐런 이모네 가족이 모여 있다. 그때부터 이 캠핑카 안에는 이전에 없던 경계와 미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지금까지 우리를 삼촌처럼 챙기고 우리 엄마 아빠와도 좋은 우정을 유지해 왔던 이모와 그 남편 밥이 자꾸 아빠의 노스페이스 모자 그리고 내 동생의 장갑을 쳐다본다. 이때 물을 마시고 싶다며 동생이 큰 몸을 움직여 이모를 밀친다. 그러자 이모가 한마디한다. "이러다 쟤 때문에 우리가 죽겠어." 정신연령이 3세인 내 동생은, 우리 가족 모두가 사랑과 애정으로 잘 돌보아 왔다. 누구를 해할 아이가 아니다. 이모의 그 한마디가 나의 피를 얼어붙게 한다. 그 이후 밥은 동생을 캠핑카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네 엄마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잖아. 가다가 길을 잃었을까 봐 말이야. 누군가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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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함께 경험하는 사이 우리는 휴머니티에 대한 뜨거운 고찰을 하게 된다.
- 연상호 ([부산행] 감독)
우리는 각자의 〈숨은 방〉 덕분에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한순간에〉 벌어진 극한의 현장에서 각 인물의 숨은 방을 모두 열어 버린다.
- 이경미 ([보건교사 안은영] 감독)
끔찍한 사고를 겪고 위기에 빠진 가족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 헤더 구든코프 (작가)
경이롭다. 인생, 죽음,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세상을 매우 통찰력 있고 예리하게 분석했다.
- 메리 큐비커 (작가)
슬픔과 상실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매우 설득력 있고 직관적인 책.
- [앨버커키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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