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12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26g | 123*190*15mm |
ISBN13 | 9791197221972 |
ISBN10 | 1197221972 |
출간일 | 2020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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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326g | 123*190*15mm |
ISBN13 | 9791197221972 |
ISBN10 | 1197221972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다” 길고양이부터 사육곰, 실험실의 토끼, 소외된 사람들까지 품어 안는 대상을 확장해나가는 이야기 ‘고양이 수제간식’, ‘애견 유치원’.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에 달하는 한국에서 낯설지 않게 된 단어들이다. 동물의 안락과 안위를 생각하는 문화가 생긴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 소비시장은 급격히 커지는데 동물보호법은 얼마나 진일보하고 있나’, ‘극진한 돌봄 서비스를 누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아스팔트 위에서 차갑게 식어 3일을 내리 있어도 아무도 몰라주는 죽음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2019년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학대범에게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28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실형이었다. 『살리는 일』은 소비시장에서의 동물과 동물보호법 속의 동물이 같은 생명의 무게로 다뤄지지 않는 사회에, 오롯이 작가의 체험기만으로 명석한 질문을 던지는 ‘동물권 에세이’이다. 10여 군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박소영 작가는, 밤새 어둠 속에 몸을 숨긴 동물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직접 거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조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또박또박 적어내며,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를 성실하게 보여준다. 독자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데 본인의 삶 전부를 내던진 이의 하루를 고스란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여기 캣맘이 있다 ‘석수’ 겨울 캣맘 1 캣맘 2 후디 이야기 타투 당신의 가방을 보여주세요 여기 캣맘이 있다 이사 홍콩, 안녕히 “나는 동물권 옹호자입니다” 빨간 애 채식을 하며 알게 된 것 1 “그냥 먹을게요” 채식을 하며 알게 된 것 2 너구리와 개미 변신 사육곰 머리 냄새 세미나 살리는 예술 오웰과 네루다 오멜라스로 돌아가는 사람들 피아졸라와 풀벌레 반지하 실격당한 사회를 위하여 보니것은 알고 있다 뛰는 작가 Second Reformed 여름날의 개들 주유소의 개들 1 주유소의 개들 2 B아저씨 플라 2차 접종 다시, 동물권 동물과 언어 미디어의 동물 착취에 대하여 동물병원 동물 전성시대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겨울을 좋아하세요? 맺는 글 추천사 - 김금희, 정세랑, 박정민 |
누군가를 아낀다고 할 때,
그 사랑이 배타적일 때가 많다.
어떤 부류의 사람만을 존중한다는 것은,
다른 부류의 사람을 배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정한 사랑은 이기적이지 않다.
모든 사람을 보듬어 안는다.
사람을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은
모든 생명 또한 진심으로 대한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모든 동물들을 향한
존중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이전에 비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많이 키우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낮고, 제도적 뒷받침은 지지부진하다.
박소영 기자는 10여 군데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으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꾹꾹 눌러썼다.
많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
동물들을 생명이 아닌 소비재로 인식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생명을 살리려는 작가의 분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함께 울고 웃으며, 분노한다.
그렇게 작가는 독자들에게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전달하며,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의 권리를 일깨운다.
겉치레가 아닌 진심을 담은 '살리는 일'.
누군가의 노력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다.
우리가 문학과 영화를 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우리는 '생득'을 벗어나기 어렵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 타고난 조건이 사고를 지배한다. 내 입장과 처지를 벗어나 다른 이의 삶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문학과 영화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딛고 선 자리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것. 불완전하게나마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책과 영화를 통해 우리는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타인의 존재를 감각할 수 있다.
(『살리는 일』中에서, 박소영)
이왕 이렇게 된 거 책이나 읽어보자는 심사다. 뭐, 언제는 책 안 읽고 살았나. 그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읽어 보자는 거. 언제는 본격적으로 안 읽고 살았나.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유일한 취미이자 오락거리가 '독서'면서 왜 이런 말을 할까. 상황을 바꿔 보자는 뜻이다. 대학교에서 보낸 시간을 제외하곤 일하면서 일 때문에 걱정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더랬다. 지나고 나니 대학 시절은 좋았네. 마음대로 책을 읽고 책 많이 읽었다고 칭찬도 들었던 유일한 시기였다.
회피하고 싶어서 백수로 보내는 기간을 세어 보질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달력을 보니 7개월이 되어간다. 겁나 빠르다, 빨라. 첫 달에는 학원 다니고 자격증 따서 바로 취직해야지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우리네 인생. 너무 떨려서 시험 한 번 망하고 다시 본 시험에서 합격했다.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호들갑을 떨 만큼 기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메일함에 '담당자가 이메일 입사지원서를 열람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만 보기 때문일지도.
마음이란 게 무겁고 넓어서 다 비울 순 없어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 부정적인 마음의 일부를. 어떻게? 잘하는 거 하면서, 책 읽는 거. 일단 살고 봐야지. 박소영의 『살리는 일』은 제목이 주는 위안 때문에 읽었다. '동물권 에세이'라고 분류되어 있다. 책에는 동물, 인간을 나누지 않고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따뜻함이 담겨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 된다. 집 앞에 생긴 편의점 한 쪽에는 고양이 사료와 물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다. 편의점 주인이 놓아둔 듯했다.
그걸 보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베란다에 마련된 캣타워에 앉아 있는 고양이 세 마리와 만난다. 이름을 몰라 '행고'라고 부른다. 행운의 고양이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매일 두 번씩 만나니까 너희들을 보면 행운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붙였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든다. 안녕, 행고. 이제 집으로 들어와 씻고 누워 있으면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는다. 윗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소리다. 쟤는 꼭 화장실에서 운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 정도로 화장실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것이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의 고양이 이야기다. 하나 더 있다. 어렸을 때 문 열어 놓고 외출했는데 돌아오니 고양이들이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니 후다닥 달려 나갔다. 또 있는데 이제 그만. 『살리는 일』에 대해 써야지. 저자 박소영은 캣맘이다. 동생과 함께 고양이 급식소에 사료와 물을 놓아 준다. 아픈 애들이 있으면 구조 한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과거의 자신보다는 현재 자신이 갖게된 정체성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나서는 한동안 닭고기를 먹지 않았다. 모든 육식을 끊을 자신은 없어 생각해낸 대안이었다. 일 년 정도를 계획했는데 실패. 지금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책을 읽는다. 귀가 얇고 줏대가 없어서 책을 읽고 감명받으면 저자의 방식을 따라 해본다. 그렇다고 습관을 바꿔 전혀 다른 나가 되지는 못한다. 조금씩 바꿨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 반복하고 있다. 『살리는 일』은 실천의 강요를 받기 보다는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은 책이었다.
너구리가 먹을 수 있는 사료도 있다. 사육 곰이라는 게 존재한다. 견주, 주인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말이다. 동물 병원에는 보호자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꼭 보게 싶게 만드는 책과 영화의 소개. 나 하나도 책임지는 게 버거워서 살아 있는 존재 자체를 들일 생각을 안 한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은 그럴거면 동물을 키우지 말자고 했다. 그럴거면에 담겨 있는 우리의 잘못은 따로 안 써도 아시죠?
『살리는 일』은 동물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이의 치열한 기록이다. 글을 쓰는 시간 보다 길에서 떠도는 동물을 구조하는 시간을 더 애틋해 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어렵게 쓰지 않고 효율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단정한 문체로 표현한다. 고양이를 한 번도 쓰다듬어 본 적이 없는 내가 『살리는 일』을 읽었다고 해서 그들에게 먼저 다가갈 순 없지만 자신의 바깥에 온 관심을 두며 살아가는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의 생각을 따라가는 건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