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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었다 그다음은

아침달 시집-017이동
리뷰 총점9.0 리뷰 1건 | 판매지수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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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64g | 125*190*20mm
ISBN13 9791189467036
ISBN10 1189467038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정답을 알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

한연희 시인의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이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수상한 한연희의 첫 시집이다. 한연희의 시에는 ‘정답과 멀어진 내가 좋은’ 비뚤어진 마음의 화자들이 등장한다. 발문을 쓴 박상수 시인·문학 평론가에 따르면 이는 매 순간 우리를 어떤 틀에 가두고 교정하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이다. 인간이 남자 또는 여자로만 존재하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어떤 존재들은 투명하게 지워지거나 교정을 강요받는다. 흑 아니면 백으로 살아가라는 세상에서, 한연희는 흑백이 뭔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톰’이기를 자처한다.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들로부터 아름다운 면모를 발견하고 “사랑한다는 기분에 휩싸”일 때, 우리는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이 곧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다양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겨울방학
유령환각
핀란드식 콧수염
정어리
톰보이
언니는 핑퐁
작은 순살 닭튀김
코 파기의 진수
밍밍
태권도를 배우는 오늘
전격 X 작전
양산 굿즈
체코 연필
코코넛 아이
그럼에도 콩샐러드는 우아해
자주 틀리는 맞춤법
봉구 하우스
스핀들
철학소사전
콧수염 로맨스
슈슈
단팥빵
파프리카로 말하기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슈슈
코코살롱
볼링을 칩시다
간장의 대활약
소모임
철이는 수학을 배우지 않는다
캠페인
나는 네모다
네코맘마
온다의 결말
암튼
카이저에 대한 짧은 소견
반대편에서 여십시오
식물원
끼릴이라 불린 것들
지갑 두고 나왔다
정답은 개구리
까마귀 사귀기
두부에게 말할 수 없는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기상 관측소

발문
전격 톰보이 작전-박상수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솜이불 밖으로 나온 두 개의 발이
너무 차가워서 어루만져주었다
여러 개의 작은 발들로 늘어났다

방학에는 얼마든지 늦잠을 자렴
잃어버린 걸 찾기 전에는 눈뜨지 말렴
---「겨울방학」중에서

질투는 소금에 절여놓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손을 내민다

함께 눕자

흰 알갱이를 가득 채운 바닥에 누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찬찬히 떠올리는데

꼭 정어리 같잖아

인간이 인간에게 꽉 달라붙어
인간에서 다른 무엇으로 발효된다
---「정어리」중에서

하루에 1센티씩 자라나
인중을 덮는 무궁무진한 것
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렴

넥타이를 푸는 남자는 근엄한 척 앉아
나를 길들이려 하지
지성은 다리를 쫙 벌려야 하는 거라면서

역사 전문가 흉내는 집어치워
남자의 콧수염을 떼어내
내 코밑에 붙여버리지
---「전격 X 작전」중에서

나는 빵을 조금씩 아껴 먹으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어

빵에 든 크림은 어째서 달콤하지 않을까 유리창에 찍힌 손자국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 친구가 마시고 남긴 우유는 아직까지 온전할까

빵 조각을 아주 잘게 부스러트리면
알갱이들과 알갱이들 사이에 애정이 녹아들어
엄청 달콤할 거라 생각했는데
---「단팥빵」중에서

추장의 딸은 물을 벌컥 마십니다
사랑을 모르는 작자는 용서할 수 없어. 폭력을 일삼는 것들과 맞서 싸울 거다.
그러자 불도저가 뒤통수를 갈깁니다
이것아, 전생이 뭔 상관이냐. 지금 이생도 개판인데……. 차라리 세상에서 우리 흔적을 찾아 없애자.

이것이 우리의 또 다른 맹세였습니다
사랑 없는 도시에서 우리는 떠나야 한다
우리는 사랑의 형상을 찾아내야 한다
---「소모임」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편 가를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서로가 서로의 뿌리가 되어주려는 마음


한연희의 화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누어지길 좋아하며, 인간은 남과 여로 존재하기를 원한다. 그러니 양쪽 중 어느 한쪽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가두어둘 수 없는 그의 화자가 비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강요받는 정답이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버림 받은 고양이처럼, 투명해진 유령처럼 그의 화자는 “세상에 여러 번 잘못 태어났다는 기분”을 느낀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상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유령과 다르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또한 한연희의 관점에서 “신은 늘 불완전함을 꿈꿔왔”으며 “세계는 경계를 나눈 적이 없다.” 이때 그의 화자의 말은 세상이 개인에게 가하려는 교정에 대한 저항이라는 맥락 위에서 작동한다. 그렇기에 그의 화자는 “올바른 자세를 배워도 금세 틀어지는 몸뚱이가 나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한연희의 시에 나타나는 양성적 성향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오브제는 콧수염이다. “점잖은 척 얌전 빼는” 아가씨였던 한연희의 화자는 “남자의 콧수염을 떼어내”어 자신의 코밑에 붙여버린다.

콧수염을 붙이고
콧수염에 대해 떠들고
콧수염에 대해 자랑하고 다녔다

특별해진 기분이 자라나 거리를 활보했다
세상에 대해 너그러워졌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던 것처럼
-「핀란드식 콧수염」 부분

한연희에게 있어 콧수염이란 “하루에 1센티씩 자라나 인중을 덮는 무궁무진한 것”, “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이다. 세계는 콧수염 난 인간들 때문에 곤두박질쳤지만, 전쟁을 멈추는 데 콧수염 만한 것도 없지 않겠느냐고 한연희의 화자들은 너스레를 떤다. 오늘날 카이저 수염이 위엄이라는 상징을 잃고서 조금은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오브제로 바뀌게 되었듯이, 한연희의 콧수염 또한 익숙한 자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더 넓고 다양한 느낌의 세계로 들어선다. 한연희의 시에는 그러한 콧수염과 같은 엉뚱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세계 어디론가 굴러가는 체코 연필과, 던진 볼의 무게만큼 엉뚱함이 불어나는 볼링장, 간장공장공장장 말놀음을 유발하며 대활약하는 간장, 그리고 많은 언니와 고양이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이 모여 있는 곳은 학살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종말론적 세계다. 사랑을 모르는 이들이 편을 갈라 폭력을 일삼는 세계에서 어느 편에도 속할 수 없는 이들이 보는 세계의 전망이 밝을 리 없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한연희의 화자들은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뿌리가 되어주자”고. “사랑을 모르는 작자는 용서할 수 없”으니 “폭력을 일삼는 것들과 맞서 싸울 거”라고. 그것이 한연희의 콧수염숙녀가 “늘어나는 편견의 울타리를” 부수기 위해 수행하는 작전이다.

발문: 전격 톰보이 작전

너의 화자를 경유하여 상상해보는 너. 이만큼 자유로운 너를 본 적이 있었을까. 물론 이 말은 너의 화자가 ‘남성’이 되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나는 어른이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정체불명의 톰//톰은 화성에서 왔으니까/흑백이 뭔지 모르니까/너무 많은 모자 중에서 이상하고 아름다운/초록색 아이”(「톰보이」)라는 말처럼 ‘이상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이겠지.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가진, 중성적인 매력의 ‘톰보이’가 되고 싶다는 것이겠지. 80년대 유행했던 드라마 중에 〈전격 Z 작전〉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잖니. 불의의 사고 후 성형 수술을 하고 신분 세탁을 한 전직 형사가 인공 지능을 가진 ‘키트’라는 자동차와 함께 악의 세력을 처단하는 그런 드라마. 이번 시집에서 그 제목은 〈전격 X 작전〉으로 변형되어 들어와 있지만, 너는 아마도 ‘전격 콧수염 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인 작전을 지금 수행 중인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전격 톰보이 작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어느 쪽이든 ‘이것이 전부여서는 안 되는 우리의 삶’을 위해,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하고 아꼈던 한 존재를 위해 너의 이야기를 따라 읽는 지금, 나는 무한한 기쁨을 느껴. 전격 톰보이 작전. 미션 수행 중! ―박상수, 「전격 톰보이 작전」

회원리뷰 (1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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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흰 옷을 입은 아이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수* | 2021.05.0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대해 말합니다.모든 시의 관심사는 자신이라고 믿는데, 이 시집의 '자신'은 잘 보이지 않는 골목길에 서있는 듯합니다. 벽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곳이고 눈에 묻히는 곳. 드러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 시선의 가장자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유령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밀려나 있다가 폭설로 세상이 고요해지고 그들이 죽음을 이해하게 된 순간에야만 골;
리뷰제목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대해 말합니다.
모든 시의 관심사는 자신이라고 믿는데, 이 시집의 '자신'은 잘 보이지 않는 골목길에 서있는 듯합니다. 벽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곳이고 눈에 묻히는 곳. 드러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 시선의 가장자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유령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밀려나 있다가 폭설로 세상이 고요해지고 그들이 죽음을 이해하게 된 순간에야만 골목에서 고개를 내미는 존재예요. 정확히는 그제서야 고개를 '내밀 수 있게 된' 존재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시집은 유령의 맨발을 빌어 하얗게 소외되었던 존재들을 이야기합니다.
콧수염과 언니를 사랑하고자 한 게 여자아이의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울지는 말라는 목소리를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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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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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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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 2021.12.18
구매 평점5점
여러 번 계속 읽으며 나와 나의 것들에게 말을 걸게 만들어준다. 좋은 시집입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s*****2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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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d*****m |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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