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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

러시아의 시민들

: 소설가 백민석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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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96g | 135*215*20mm
ISBN13 9788932920474
ISBN10 893292047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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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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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러시아로 떠나오면서 나는 여러 도시를 둘러볼 수 있게 일정을 짰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예매할 때도 중간 기착지들에 내려 하루 이틀씩 묵도록 일정을 끊어서 짰다. 그 기착지들은 가이드북에 길어야 한두 페이지로 언급만 하고 지나가는, 러시아 내국인만의 도시들이다.
시베리아 여정의 두 번째 도시인 옴스크는 도스토옙스키가 유형 생활을 했던 곳이다. 『죄와 벌』에서 로쟈가 살인을 고백하고 징역을 사는 곳으로 나오기도 한다. 로쟈는 소냐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만약 〈혼자〉 남게 된다면 당신도 나처럼 미쳐 버리게 될 거야. (……) 그러니 우리는 같은 길을 가야 해! 그러니 함께 갑시다!」
하지만 인생이든 여행이든 동행을 얻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결국 자기 마음과 함께 다니게 된다. 둘이서 다닐 때는 상대를 챙기느라 종종 잊곤 하는 자기 마음을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비로소 챙기게 된다. 여럿이 다닐 때 생겨나는 서열과 위계에서도 풀려나 비로소 자기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 여행하는 나는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상대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게 된다. 그렇게 겨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법을, 자신을 용서하는 일을 익히게 된다.
혼자 장거리 여행을 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이런 이유에서이다. 자기 마음과 다니는 사람은 결국 외로움까지 용서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 p.16, 「혼자 하는 여행은 결국 마음과 함께하게 된다」 중에서

이날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니즈니의 크렘린을 둘러보다가 산책을 나온 부녀와 마주쳤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고는 나는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췄다. 인물에 위엄을 더하고 싶을 때 나는 종종 아래쪽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내가 자세를 낮추자 아이의 아빠도 무릎을 굽혔다. 나는 무릎을 더 굽혔고 그러자 그도 더 자세를 낮췄다.
그러다 결국 나는 한쪽 무릎을 땅바닥에 대고 꿇었다. 그러자 아이 아빠도 사진처럼 무릎을 완전히 굽히고 쭈그리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그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도 당혹스러웠지만 더 낮출 자리가 없으므로 그제야 셔터를 눌렀다. 사진은 그렇게 두 당혹스러움 사이에서 찍힌 것이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미소를 표정에서 지우지 않았다.
이 일로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릎 꿇는 행동이 러시아인의 습속에는 어딘가 온당치 않은 일일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 건 그저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일지라도 온당치 않은 것이다. 앞서 「부모의 표정을 행복하게 바꾸는 방법」의 도망가는 아이의 아빠도, 무릎을 꿇은 나를 따라 자세를 낮추다가 쭈그리고 앉게 된 것이었다. 내가 자세를 낮출 때마다 표정이 굳던 러시아인들이 기억났다. 이날 이후로 나는 러시아인들의 사진을 찍을 때는 꼿꼿이 선 자세로 눈높이를 수평으로 맞추고 찍었다.
--- p.180, 「눈높이는 평등하게」 중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동쪽의 이르쿠츠크를 향해 가다 보면, 풍경에 그러데이션이 지는 것처럼 많은 것이 차츰 변해 간다. 인종도 그렇다. 크라스노야르스크의 기차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만났던 그 청년들은, 동양인 같은데 체격이 크고 넓적한 얼굴에 콧등이 높았다. 시린 시베리아 바람에도 반팔 티셔츠,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큰 소리로 떠들며 기차역 광장을 서성이던 청년들을 보며 순간 움찔했던 기억이 난다.
니콜라이 체르니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에 보면 러시아는 민족이 워낙 다양해서 흰 피부에 금발, 회색 눈동자를 지닌 백인들만이 다가 아니라고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10세기에 터키에서 올라온 타타르인이 진정한 러시아인이라는 언급도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러시아인의 정신과 영혼을 말한다. 그가 보기에 〈진정한 러시아인들은 철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정신적인 러시아인들은 세속적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러시아의 모든 젊은이들은 오로지 영구적인 문제에 대해서 떠들고〉있다.
그리스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보기에도 러시아인들은 정신적인 사람들이다. 유럽인들은 러시아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합리적인 유럽인들과 달리, 러시아인들은 모순들을 자기 안에서 화해시키는 본래적인 재능이 있다. 추론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은 죽어도 그런 모순을 화해시키지 못한다. (……) 러시아인들은 영혼을 다른 무엇보다 우위에 놓는다.〉
어쩌면 소비에트에서 고집했던 것도 (공산주의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정신을 추구하는 전통이었는지도 모른다. 알렉세이 유르착에 의하면 소비에트의 교육은 〈비물질적 가치〉를 가르쳤고, 소비에트 사람들은 돈을 경멸하고 수치스럽게 봤다.
--- p.146, 「정신적인 인간」 중에서

볼사야 거리 한편에, 집에서 가지고 나온 집기들을 파는 작은 벼룩시장이 있었다. 잘 닦아서 내놓으면 나같이 먼 나라에 온 사람들은, 옛 러시아 귀족들이 썼던 것들이라고 해도 믿을 만치 이국적인 집기들이었다. 그중에 크리스털로 만든 레닌의 두상이 있었다. 내가 들여다보고 있자 주인이 다가왔고 레닌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소리 내 웃으며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가셨다.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에는 소비에트에서 레닌이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나와 있다. 독재자 스탈린조차도 레닌을 내세우지 않으면 말의 권위를 가질 수 없었다. 소비에트의 마지막 10년에 청춘기를 보낸 한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레닌이 신성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성장했어요. 레닌은 순수함, 질서, 지혜의 상징이었죠. 절대적으로요.〉 소비에트가 몰락한 것은 순전히 스탈린이나 브레즈네프 같은 후대의 지도자들이 레닌의 정책들을 왜곡했기 때문이다. 소비에트에서는 〈《레닌 - 당 - 공산주의》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주인 기표〉였고 레닌의 사후에도 소비에트는 여전히 레닌 - 당 - 공산주의를 중심으로 움직여졌다.
한 시민은 어렸을 적 학교에서 애정을 가지고 레닌의 초상화를 그렸다가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마샤야, 만일 네가 얼굴을 잘 그릴 자신이 없다면, 레닌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초상화를 가지고는 실험해 볼 수 있지만, 레닌은 안 된다.」 내가 레닌의 두상을 두고 웃었던 건 호감의 표시였다. 하지만 소통이란 상호적이다. 나는 곧바로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사과를 할 방법이 없었다.
--- p.104, 「레닌을 보고 웃지 말 것」 중에서

횡단의 뜻은 〈대륙이나 대양 따위를 동서의 방향으로 가로 건넘〉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끝에서 끝까지 6시간의 시차가 있다. 그 때문에 나는 모스크바에서 첫 기차를 탄 다음 중간 기착지에 내릴 때마다 손목시계의 시간을 새로 맞춰야 했다.
이처럼 횡단은 자신이 가로 건너는 시공과 물리적으로 접촉을 하는 일이다. 그곳에 직접 가보는 일이며, 시간과 공간이라는 현실의 제약을 순차적으로 가로질러, 그곳의 실재와 구체적으로 만나는 일이다. 그런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만남 속에서 여행자는 실존에 대한 현실 감각을 되찾고 세계에 육체성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 〈횡단〉은 그러므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특정 지역과 그 지역에 이르는 경로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체계화하려는 의지에서 나온 행위, 실증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러시아 여행도 그랬다. 직접 횡단해 보지 않았다면, 내가 러시아에 대해 가졌던 많은 허황된 편견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실증은 편견을 깨는 데 필수적인 행위다.
어떤 여행지든 여행자에게 그곳은, 여행자가 다닌 만큼 새롭게 다시 생성된다. 나는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기도 했지만, 도시에 내려서는 걷고 또 걷는 식으로 도시들 또한 횡단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른 누군가가 보여 주고 들려준 러시아가 아니라, 나만의 또 다른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어 갖고 싶었다.
--- p.291, 「횡단과 실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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