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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양장, 개정증보판 ]
정채봉 | 샘터 | 2020년 12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25건 | 판매지수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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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88g | 118*180*20mm
ISBN13 9788946421721
ISBN10 89464217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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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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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는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이라는 글 다음에
자기 이름을 써본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맞춤을 한다.
---「첫길 들기」중에서

참깨를 털듯 나를 거꾸로 집어 들고
톡톡톡톡톡 털면
내 작은 가슴속에는 참깨처럼
소소소소소 쏟아질 그리움이 있고
살갗에 풀잎 금만 그어도 너를 향해
툭 터지고야 말
화살표를 띄운 뜨거운 피가 있다
---「참깨」중에서

암자에 산그리메가 둘러쌀 무렵
스님이 건네주는 찬물 한 바가지를 받았다
물을 마시다 보니 그 안에 별 하나가 있었다
작은 바가지의 물이 사라지자 별도 사라졌다
나는 간혹 사무치도록 쓸쓸할 때면
가슴에 떠오르는 별 하나를 본다
---「별」중에서

내가 죽어서
다음 몸을 받는다면
물새가 되겠다
흙한테는 미안하지만
물에서 하루치를 벌어
하루를 사는
단순한 노동자가 되고 싶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오늘의 작은 만족에 훨훨 날며
비록
겨울날 맨발로 얼음 위를 걸으며
부리로 얼음을 쪼지만
그 누구를 원망도 시기도 하지 않는
하얀 물새가 되고 싶다
그리움이야 멀리 바라보며 피우는 꽃
강 건너 흙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나는
죽어서 다음 몸을 받는다면
기꺼이
물새가 되겠다
---「물새가 되리」중에서

첫눈이 듣던 날
받아먹자고 입 벌리고 쫓아다녀도
하나도 입 안에 듣지 않아
울음 터뜨렸을 때
얘야,
아름다운 것은 쫓아다닐수록
잡히지 않는 것이란다
무지개처럼
한자리에 서서
입을 벌리고 있어 보렴
쉽게 들어올 테니까
나이 오십이 되어
왜 그날의 할머니의 타이름이
새삼 들리는 것일까
---「무지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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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침묵의 언어로 빚어진 ‘침묵의 시집’이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할 말을 다하는, 단 한 번 사랑함으로써 평생을 사랑하는 ‘사랑의 시집’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 인간의 사랑과 고통에 대한 이해와 긍정의 불빛이 새어 나와 우리의 방 안을 환히 밝힌다. 인생이 그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사랑이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그 불빛이 이루는 그림자 아래 모여 앉게 된다.
- 정호승 (시인)
나는 이 시집에서 마음의 흐름을 따르는 시인의 진솔한 언어를 만난다. 시가 마음을 말한 것(詩言志)임을 달리 확인할 필요조차 없다. 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보다 높은 존재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시인에 의해서만 초월의 힘을 발휘하는 법. 마음의 심원을 찾아나서는 것은 오직 독자의 몫이다.
- 권영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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