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1월 04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94g | 140*195*20mm |
ISBN13 | 9791189178321 |
ISBN10 | 118917832X |
발행일 | 2021년 01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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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94g | 140*195*20mm |
ISBN13 | 9791189178321 |
ISBN10 | 118917832X |
1. 귀뚜라미 7 2. 가족 여행 39 3. 영화 팬 69 4. 미안, 좋아해 95 5. 꿰매기 121 6. 남과 여 147 7. 비밀 171 8. 휴일 전날 밤 199 9. 이상적인 사람 225 10. 행복론 251 옮긴이의 말 277 |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모습을 한 부부가 등장한다.
둘이서 살아가는 모습이 다 제각각 다른 사람들.
1. 노부요시와 사유미
노부요시는 영사기사가 직업이다.
영화가 좋아 영화를 트는 직업인 영사기사를 택했으나,
이제는 주된 직업이라고 하기엔 벌이가 영 시원치 않다.
여름밤 귀뚜라미를 구해주는 사유미에게 반해 그녀와 결혼을 한다.
간호사인 사유미의 월급으로 생활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는 늘 사유미에게 미안하고,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남편이다.
사유미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남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부인이다.
친정아버지 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여행을 가는데,
남편에게 부담을 줄까봐 야간당직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런 성격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지나치게 배려하여 부부라고는 하지만
큰소리 나게 싸운 적도 없고,
약간은 데면데면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그런 부부다.
2. 노부요시의 아버지와 어머니
노부요시에게는 혼자 된 어머니가 계신다.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가야된다며 아들을 불러내고
밥 한끼 먹는 게 세상의 낙인 어머니.
사유미에게 미안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 노부요시.
갑자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에 사유미가 오지 못하고 하고 혼자 장례를 치른다.
혼자이면서 늘 많은 식료품을 사고,
냉장고에는 남은 음식이 썩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노부요시.
사유미를 통하여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노부요시~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를 보내지 못하고 늘 함께 살고 있었던 어머니의 인생.
식료품을 2인분 구입하기 위해 값싼 것을 고르고,
음식도 2인분씩 만들었다가 대부분 버리는 나날을 상상해 본다.
음식을 버릴 때의 고통보다 구입하는 것으로 죽음을 인정하지 않은 완고함을 생각했다.
혼자가 된 데루가 그 후에도 완고하게 계속 아버지와 둘이서 살았다고 생각하면 지금 눈에 보이는 이 빛바랜 풍경에도 원래의 빛이 되돌아온다.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141"
3. 사유미의 어머니와 아버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해야만 하는 사유미 어머니.
사유미는 그런 어머니를 불편해 하지만,
평생 함께 살아온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말없이 포근하게 감싸준다.
장모님의 막말도 오랜 세월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무의식중에 자꾸만 온화한 장인어른의 표정에 감추어진 '안식처'를 찾아내고 싶어진다.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194)
4. 오카다와 유리
영화 관련 글을 쓰는 오카다씨. 그는 50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 혼자서 살고 있다.
우연히 맞선 소개를 받아 만나게 된 사람은 백화점 귀금속점에서 일하는 유리씨.
유리씨가 원하는 남자는 치매로 자신을 잊어가는 엄마를
함께 지켜보는 사람이 필요했다.
나이가 있으니 결혼이 전제된 만남을 만나는 것도 아닌,
서로 호감에 끌려 만나는 만남도 아닌..
처음에는 이런 유리씨가 황당했을 법도 했겠지만
오카다씨도 그런 유리씨와 함께 삶을 나누게 된다.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의 첫 구절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두사람의 모습이나,
결혼 15년째 아이를 키우면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나,
친한 친구들의 모습을 봐도 모두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둘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고 오래 그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은 특별한 일들이 늘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부요시와 사유미처럼 그렇게 평범하다 못해 무채색의 느낌을 가진 생활을
둘만의 방식으로 계속 영위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 소설은 왜 이리 무채색인가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았으나,
책장을 다 덮고 난 뒤에는 이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평범함이 최고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타인이 만들어 가는 사랑의 모양을 목격하듯 만나고
오늘의 파도를 넘는다.
책 소개에서조차 언급된 '단숨에 읽는 것을 엄금'한다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의도치 않게 시간을 쪼개서 읽다 보니 작가인 '사쿠라기 시노'가 의도한 데로 쪼개서 읽게 되었죠.
역시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어서 인지, 필력에서 잘 다듬어진 문장과 단어 선택이 좋았습니다. 갓난 아기의 허벅지 안창살만큼 부드럽게 흘러가는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소설을 읽는 건지 잘 써진 편지 한 통을 읽는 건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주인공인 '노부요시'는 영사기사로 일을 했던 사람입니다. 필름을 영사기로 돌리던 시절은 기억조차 희미해진 옛날이죠. 이미 디지털로 바뀐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전통과 장인 정신을 가진 문화가 많다 보니, 어쩌면 아주 소수이지만 존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과거에 잘나가던 직업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갑자기 사라지던 때가 있었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저는 많은 변화를 직접 보았습니다.
그렇게 '노부요시'는 남편으로서 한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어머니의 아들로서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몸까지 불편한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에겐 간호사로 일을 하는 아주 사랑스러운 아내 '사유미'가 있습니다. 장인 장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결혼을 하게 되어 서로를 의지하며, 나름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능력이 없던 노부요시는 항상 아내에게 미안해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어머니에겐 퉁명스럽고 어쩔 땐 쌀쌀맞기까지 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가던 도중에 지하철 안에서 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게 됩니다. 그때 어머니는 "아휴~ 시끄러!"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겁없는 할머니들처럼 말이죠. 사람들의 시선은 어머니에게로 향하고 노부요시는 마치 남인척 모른 체 해버리죠. 또 점심때 들린 식당가에서 그녀가 비싼 장어덮밥을 주문하자 불만스러운 말을 해버립니다. 그녀는 아들에게 "언젠간 한번은 먹고 싶었다."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 어떤 변명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합니다.
저 또한 자식이고 아들이지만 그동안 힘들게 키워온 어머니에 대한 감정보다 내 가정을 먼저 생각하곤 했습니다. 내리사랑이라고 부모보단 자식과 아내를 우선시하는 건 우리들도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며칠 후, 어머니 '데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화로 받게 되는 '노부요시'는 눈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덤덤한 마음으로 장례까지 치르게 됩니다. 아내에겐 능력 없던 자신 때문인지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던 그는 왜 마지막까지 어머니에 대한 슬픔이 없었을까요?...
그후, 어머니가 살던 집을 팔기 위해 자신이 살던 본가로 가게 되지만, 부동산 업자에게 들은 집값은 자신이 생각한 가격보다 한참 모자랍니다. 그러던 중에 아내는 차라리 이곳에서 우리 둘이 함께 살자고 제안을 하죠. 끝내 다시 본가로 찾아가고 1년 사이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습니다. 정리도 할겸 둘러 본 집안 곳곳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장롱 밑을 정리하다 발견한 과자 상자 속에는 500엔짜리 동전들이 가득히 쌓여 있었습니다. 이 돈으로 아내에게 욕실 수리를 해주겠다는 기대를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동전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발견한 '하얀색 종이'에 쓰인 글씨를 보고, 노부요시는 장례식 때도 울지 않았던 눈물을 그제서야 하염없이 흘리고 맙니다.
- 장례비 -
어머니 '데루'는 자신의 죽음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외롭고 쓸쓸히 혼자 말이죠.
감사 인사를 할 상대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자신의 마음을 사과할 상대도 없다. 헤어진 곳을 꿰매듯이 바로잡고 싶은 것들이 가슴에서 흘러넘친다.
-p145~6
작가는 사랑, 가족, 행복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내용으로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 필력은 위에 서두에 언급한 것 처럼 상당히 좋았습니다. 다만, 너무나 평범한 내용이다 보니 초반에 어머니와의 관계를 제외하곤 평행선을 하염없이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재미를 보장 할 수 없습니다. 여성작가가 그려내는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심리라 그런걸 까요?... 모자간에 관계에서 더 극적인 감정선을 이끌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사쿠라기 시노의 글은 호불호가 갈린다. 좋아하는 사람은 그 특유의 문체때문에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은 인간의 내면을 들입다 파내는 거칠면서도 섬세한 날이 서린 그 글 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나만의 기준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기준에 맞춰서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도입부는 조금 짜증이 난다. 안 그래도 일이 없는 아들과 병약한 어머니다. 그들은 병원에 가려고 하고 있다. 가는 도중에 엄마는 장어덮밥을 먹자고 하고 아들은 돈이 없어 그것을 사 먹을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 얼마나 없길래 밥 한깨 사 먹을 여유도 없는 것일까. 장어가 그렇게 비싼 것일까 하고 의문을 가지게 된다. 엄마는 결국 자신이 돈이 있다면서 아들을 데리고 가서 밥을 먹는다. 병원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엄마의 마지막이었다.
사람들은 후회를 한다. 그때 내가 이랬더라면 하고 말이다. 나의 경우에도 아주 죽을 때까지 후회할만한 일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인간은 시간을 되돌릴 만한 힘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현재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아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엄마의 죽음을 들었을 때 그는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저 담담하게만 보였다. 이상스러울만큼 냉정한 그의 모습에 회의도 들었다. 아들은 다 저런 것인가 하는 약간의 안타까움도 들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그가 잔인하게도 보였다. 그 모든 것은 나중에서야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엄마의 주변 정리도 아니고 남의 집 정리를 하다가 터져 나온 울음은 내가 가졌던 의구심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그는 엄마를 잃은 슬픔을 떠나보냈다.
작가의 작품치고는 굉장히 따스한 느낌을 주는 그런 글이다. 날카롭게 후벼파지도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그대로 내뱉는 작가 특유의 직설법인적 면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표지의 그림처럼 정감 있고 누군가를 포용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새로운 면을 보는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하지 않고 푸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