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변화 외에 뭇사람의 삶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주로 전쟁이었다. 바로 그래서 우리가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고, 그 승리와 패배의 과정을 조사하고, 전쟁에 대한 인식과 관념을 분석하고, 전쟁을 멈추려 했던 외교가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전쟁과 평화의 역사로부터 시간을 뛰어넘는 근원적 주제들을 탐색하고 규명하는 것이지만, 결국 이 책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 인간의 소망과 공포에 관한 이야기,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의 능력과 그로 인해 인간이 겪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로 읽혀야만 한다.
--- p.20~21, 「서문: 인간은 평화를 꿈꾸지만, 현실은 전쟁의 연속이다」 중에서
황제의 임무는 주변부에 맞서 나라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 점은 작은 나라의 왕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싸우는 왕을 이상적인 왕으로 그렸다. 스파르타의 리쿠르고스는 나라 안의 모든 남자에게 싸우는 법을 익히게 했다. 구약성경은 사울과 다윗, 솔로몬을 왕국을 철저히 지킨 왕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방어와 공격이 늘 그렇게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그 불분명함이 전쟁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 p.91~92, 「CHAPTER 2 솔로몬의 공작새 - 서기전 1000~750년」 중에서
농지는 식량을 뜻했고 식량은 인구 증가를 뜻했으며 인구 증가는 병력 증가를 뜻했다. 자급자족할 능력이 없는 도시국가는 교역이나 식민화를 통해 어렵게 식량을 확보해야 했다. 비옥한 농지가 충분하지 않았던 그리스 도시국가는 그 때문에 서로 싸웠고 지중해 전역에 식민지를 세웠다. 아시리아 제국은 가뭄이 한 원인이 되어 페르시아에 무너졌다. 요컨대 자연은 전과 다름없이 국제 관계의 결정적인 인자였다. 물론 전쟁은 다른 이유로도 벌어졌다. 특히 교역이 갈등의 주된 원천이었다. 상업은 정치체 간의 거리를 좁혀 주기도 하지만 그러다 결국 충돌하게도 한다. 또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힘이 약해지면 포식자의 공격이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반대로 힘이 강해졌을 때도 마찬가지로 전쟁에 휘말릴 수 있었다. 정복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르시아가 깨달았듯이 정복한 것을 지키려면 결국 또 전투를 치러야만 했다. 많은 경우,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었다.
--- p.129~130, 「CHAPTER 3 페르시아의 권력 재편 - 서기전 750~500년」 중에서
로마, 파르티아, 쿠샨, 한, 이 모든 제국이 그 나름의 방식으로 평화와 조화를 약속했다. 실제로 로마와 한은 몇십 년간 안정기를 누렸다. 그러나 그때마저도 평화는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었다. 국경에서는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러한 종류의 평화는 식량 공급과 사치재 교역, 국가 전매를 장악한 중앙의 소수 지배층에게 가장 큰 이익을 안겼다. … 그러므로 정치적 안정기에 제국 수도에 살지 않는 이상 대다수 인간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거의 언제나 궁핍했다. 겨우 곡물과 콩 한 줌으로 하루를 나기 일쑤였고 기름, 과일, 채소는 특별한 날에 가끔 먹는 정도였다. 영양부족과 질병이 만연했고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당시 2세 이하 영아 사망률은 50퍼센트였다. 결국 제국이라는 체제의 핵심은 작은 수도의 특권을 넓은 주변 영토의 특권 위에 두는 것, 그리고 부유한 지배층 소수의 이익을 가난하고 힘없는 다수의 이익 위에 두는 것이었다.
--- p.238~239, 「CHAPTER 6 야만인이 몰려온다 - 서기 1~250년」 중에서
전쟁은 몇 가지 반복되는 원인에서 시작되었다. 그중 가장 명백한 이유는 그 나라에 전쟁할 만한 권력과 야심이 있어서였다. … 역으로, 정치체의 권력이 약해질 때도 전쟁이 쉽게 일어났다. 기성 지배층 또는 신흥 세력이 국내의 반란과 소요를 진압하려고 외세를 끌어들였다가 오히려 더욱 큰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 … 전쟁이 벌어진 또 하나의 주요 원인은 오늘날 국제 관계 연구자들이 말하는 ‘안보 딜레마’와 비슷하다. 어떤 나라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면 그 이웃도 함께 움직이게 되고, 그러면 긴장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전쟁이 시작된다.
--- p.345~346, 「CHAPTER 9 희망과 재앙 사이의 땅 - 서기 750~1000년」 중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모든 나라는 신에 대한 열정으로, 참을 수 없는 도덕적·문화적 우월감으로, 그리고 자신들이 미개한 야만인의 세계에 문명과 평화의 축복을 내리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전쟁을 정당화했다. 그 와중에도 유럽에서는 군주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이 통치 원리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외교가들은 국가 주권의 원칙을 도출했다. 그런 의미에서도 진정한 주권은 여전히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다.
--- p.460, 「CHAPTER 12 새로운 이슬람 제국 시대 - 서기 1500~1750년」 중에서
이 책의 결론 중 하나는 전쟁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이다. 역사상 수많은 강대국이 자신들은 선량한 권력이 될 것이다, 전쟁을 삼갈 것이다, 정당한 새 질서를 추구하겠다, 하는 똑같은 약속을 했다. 그리고 시기와 지역을 막론하고 그런 약속은 수없이 깨졌다. 전쟁은 서양에서나, 중국에서나, 인도에서나, 아프리카에서나 똑같이 흉포했다. 물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서양은 그 어떤 세력보다 효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했고 식민지를 넓혔고 세계의 풍요를 착취했다. 그 기간과 규모 또한 달리 견줄 만한 예가 없을 만큼 길고 거대했다. 그러나 숱한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역사상 모든 강대국은 비슷한 정도로 흉포했다.
--- p.521, 「결론: 전쟁의 공포가 평화를 만든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