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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사전

: 앤솔러지 시집

문학3 | 창비 | 2020년 12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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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54g | 112*183*20mm
ISBN13 9788936427306
ISBN10 893642730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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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스물 네 편의 시와, 시가 된 단어] 세상은 무한한 단어의 집합이고, 그중 무엇을 어떻게 취사선택 하느냐가 각자의 세계를 결정한다. 『시작하는 사전』에서 시인들은 단어를 그만의 방식으로 정의한다. 그것으로 우리는 시인의 세계를 엿보고, 우리의 단어를 다시 꺼내 매만지며, 우리만의 시를 쓸 수도 새롭게 삶을 그릴 수도 있겠다. -소설MD 박형욱

당신의 시는 어떤 단어에서 시작하나요
시작始作하는 시인들의 시작詩作하는 사전

저마다의 색과 온도로 생생하게 출렁이는
신인 시인 스물네명의 신작시, 그리고 시가 된 단어


2019년 〔문학3〕 웹페이지에서 선보였던 시 연재 ‘시작하는 사전’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연재 당시 첫 시집을 내지 않은 신인 시인 스물네명이 신작시 두편과 함께 각 시의 키워드가 된 단어를 꼽고 그 단어를 시인만의 신선한 시각으로 다시 정의 내린 기획이다. 한권의 ‘사전’으로 연재를 다시 묶으며 단어를 중심으로 시를 읽을 수 있도록 했고, 단어 ‘찾아보기’와 새로운 형식의 ‘작가 소개’ 등 다른 읽을거리를 더한 독특한 콘셉트의 책이다. 갓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들이 모인 만큼 지금 가장 새로운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한편, 수록 단어와 정의 역시 일상 속에 숨겨진 세계를 열어젖히며 또 한편의 시처럼 다가오는 매력으로 빛난다. “오로지 시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이런 사전”(발문, 안희연)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추천사, 황인찬)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가족 | 얼굴의 미래 | 김지연
고양이 | 궤도 연습 2 | 강지이
골목 | 어두운 골목 | 주민현
공 | 모르는 마음 | 유이우
그림자 | 그림자 숲 | 조온윤
금요일 | 모든 요일이 지나기 전에 | 박승열
기억 | 하도리下道里 | 정은영
나뭇가지 | 이곳에서 보는 첫번째 | 강지이
노래 | 검은 개 | 홍지호
노트 | 노트에 적을 것 | 윤다혜
눈사람 | 우유가 들어간 | 심민아
다리 | 총을 쥔 모양의 빈손 | 한재범
림보 |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 | 류진
모조 | 모조 | 남지은
몸 | 흉 | 남지은
미래 | 소묘 | 유이우
미래 |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목요일 저녁에 | 이다희
미신 | 듀얼 호라이즌 | 김지연
바다 | 바다가 갈라진다 | 한재범
반복 | 겁과 겹 | 이영재
배지 | 뱃지의 효과 | 한연희
베개 동생 | 나의 베개 동생 | 심민아
벽난로 | 벽난로의 노래 | 주민현
별 | 같은 날 | 성다영
별 | 무엇으로 사는가 | 이정훈
별 | 로맨스 | 정은영
부고 | 부고 | 최지은
살갗 | 몸의 바다 | 전호석
셀라 | 석유가 나온다 | 이정훈
손톱 | 구름 숲에서 잠들어 있는 너희 어린이들에게 | 최지은
아침 | 나는 사라졌어요 | 김기형
얼음 |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까페에서 | 이다희
예배 | 가정 예배 | 정재율
예언 | 너무 상투적인 삼청동 | 홍지호
원수 | 원쑤의 가슴팍에 땅크를 굴리자 | 류진
일몰 | 파수 | 노국희
정면 | 뺨 때리지 말아요 | 김기형
젖꼭지 | 책방 | 성다영
주머니 | 아나톨리아 해안 | 전호석
쥐 | 하얀 쥐들 | 박승열
지구본 | 온다는 믿음 | 정재율
창문 | window-watcher | 노국희
체육복 | 뒤구르기 | 윤다혜
총성 | 네가 둥근 잔에 입술을 댈 때 | 정다연
파자마 | 방금 파자마를 입은 타조 | 한연희
풍선 | 제라늄 | 정다연
희생양 | 밤의 마피아 | 조온윤
A | 내가 알던 A의 기쁨 | 이영재

작가 소개
발문 | 안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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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5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기억(記憶) 〔기억〕 명사
불안(不安)과 미안(未安)이 찍어낸 마블링과 그 이본(異本)들.
---「정은영, 기억」중에서

칼끝처럼
노려보는 눈빛처럼
무엇이든 그어버릴 기세처럼
밀봉된 몸속에 구겨져 있는 비밀과
사라졌지만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는 것
남아 있지만 남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틀린 문제는 또 틀려
아이들은 오늘도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남지은, 흉」중에서

우리는 작은 서점 앞을 걷는다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나는 정말 작아지고 싶었어
신 하나쯤은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아까 그애 발 봤어? 손가락을 봤어? 얼마나 작은지 봤어?
그렇게 말하는 네 옆으로 아주 작고 새카만 개가 지나간다

여기까지 왔으니 소원이라도 빌고 가자
우리는 돌탑 위에 쌓인 돌 중 가장 작은 것보다 더 작은 돌을 올린다
---「김지연, 듀얼 호라이즌」중에서

별 〔별ː〕 명사
밤에 하늘을 보는 사람이 찾으려고 하는 것.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 그러나 먼 곳에서 보면 스스로 빛을 내는지 별의 빛을 반사해서 빛을 내는지 알 수 없고 평소에 우리는 하늘에서 빛나는 거의 모든 것을 별이라고 말한다
---「성다영, 별」중에서

내가 일어난 자리에
내가 누운 자국이 남아 있고
투명하다

이 말이 입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쓸데없이 오래 산다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그 속을 떠다니다가
죽고 만 것처럼

난 아마도 오래 지속될 것이다
---「한재범, 바다가 갈라진다」중에서

부고(訃告) 〔부ː고〕 명사
아무 소식도 도착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봄밤. 모르는 고양이, 꽃, 구름, 내 뒷마당의 푸조나무, 그곳에서 영원히 사랑받을 어린이들…… 생각한다. 조용해지는 봄밤. 달라
진다. 완전히 달라진다.
---「최지은, 부고」중에서

눈은 언제 뜨는 것이 옳을까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신념이 생겼다 중얼거리는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마음을 묻어두는 것 같았다 천천히 느리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나무를 생각하지 않고는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정재율, 가정 예배」중에서

발들이 다 어디로 걸어갔을까요
이전에
더 이전에 공간을 다닌 사람
개와 고양이를 끌고 다닌 사람

등을 맞대고 좋은 상상을 해요
벽에 걸리는 그림처럼

뜨거운 심장을, 정말 그런 것을 창에 둔
환영, 환영해요

온 정성으로 달라진 아침
길러지는 공간이 모이면 집이 될 수 있어요
---「김기형, 나는 사라졌어요」중에서

체육-복(體育服)〔체육뽁〕 명사
누군가는 아직도 체육복을 빌리러 교실 뒷문을 서성이는 꿈을 꾼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는데도 여전히 체육복을 빌리지 못하는 꿈을.
---「윤다혜, 체육복」중에서

오늘은 내 옆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컴컴한 잠이 수상하다
우리는 밤이면 늘 잠만 자는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어떻게 아는 걸까
잠에서 깨었을 때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걸 알려주던 그 목소리는
누구일까
---「조온윤, 밤의 마피아」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시인들의 아름다운 꿈의 기록
끝이 아닌 ‘시작’하는 사전


가족 고양이 골목 공 그림자 금요일 기억 나뭇가지 노래 노트 눈사람 다리 림보 모조 몸 미래 미신 바다 반복 배지 베개 동생 벽난로 별 부고 살갗 셀라 손톱 아침 얼 음 예배 예언 원수 일몰 정면 젖꼭지 주머니 쥐 지구본 창문 체육복 총성 파자마 풍선 희생양 A

시인들에 의해 새롭게 정의된 단어 대부분은 우리가 평소에 익숙하게 사용해온 것들이다. ‘노트’ ‘벽난로’ ‘지구본’ 같은 사물이나 ‘고양이’ ‘쥐’ 같은 동물도 있고, ‘기억’이나 ‘예언’, ‘미래’처럼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함이 밀려오는 추상어들도 있다. 조금도 새로울 것 없는 단어들이지만 시인들의 눈에 포착되고 한줄의 문장으로 다시 정의되는 순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인다. ‘골목’은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는 없는 문. 열리기는 하지만 닫을 수는 없는 문”, 그러므로 “인생”(주민현)이며, 창문은 “종종 나를 데리고 이상한 곳으로 가서 잃어버”(노국희)리는 것이고, ‘그림자’는 “시끄럽고 환한 곳에 가면 내 등 뒤로 숨는 것들”(조온윤)이, ‘얼음’은 “얼음에 빠지지 않기 위한 혹은 얼음이 되지 않기 위한 그녀의 고군분투”(이다희)가 벌어지는 시간이 된다. 알고 있던 개념들이 한없이 낯설어지면서도 “어쩐지 오래도록 내가 해온 생각인 것만 같”(추천사)아지는 느낌은 『시작하는 사전』을 읽으면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시작하는 사전』을 다시 읽는 방법
24인 24색 ‘작가 소개’와 단어 ‘찾아보기’


연재 기획을 단행본으로 묶으며 새로 더해진 읽을거리도 눈길을 끈다. 우선 참여 시인들이 ‘시작했다’로 끝나는 한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한다. 등단 연도와 지면 대신 시를 쓰게 된 계기나 시점, 상태 등을 자유롭게 적었다. 입술을 열고 사랑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시인(정다연)이나 어쩌다가 불투명한 것만 사랑하게 되었다는 시인(한재범), 최근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시인(성다영), 매일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시인(유이우) 등, 단 한줄의 소개에서도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책의 말미에는 수록 시 마흔네편과 단어의 뜻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단어 ‘찾아보기’가 수록되어 있어 사전 본연의 기능도 갖게 했다. 막 작품활동을 시작한 스물네명의 시인에게 어떤 단어가 공통적으로 감각되는지, 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던 단어들은 또 어떻게 쓰였을지, 같은 단어가 시인마다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 ‘찾아보기’에서 흥미로운 단어를 골라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보는 것도 책을 덮기 전 『시작하는 사전』을 즐길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세계를 다시 읽고자 할 때
더없이 좋을 단 한권의 책


우리는 어떤 단어의 뜻을, 타인의 말을,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조금 더 정확하게 알고 싶을 때 사전을 펼친다. 하지만 이 책은 명쾌한 답을 내리기보다 “번번이 출발선 앞으로 데려다놓고 몇번이고 다시 시작하게 하는 사전”이며, 그럼으로써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정확함’이 누구의, 누구를 위한 것일지 다시금 질문하게 하는 사전, 익숙하고 확정적인 세계와 결별하고 무한한 열림과 소용돌이의 세계로 뛰어들게 하는 사전이다. 우리는 이 책과 함께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지금도 『시작하는 사전』의 시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감각하는 세계를 그려내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는 그저 볕이 잘 드는 의자에 앉아 이 사전을 펼쳐보기만 하면 된다.”(발문)

시인의 말

강지이 | 겨울의 어떤 공기, 공간의 적막, 왔다 가는 빛, 고개 들면 하늘로 날아가던 나뭇잎 같은 것을 조금이라도 표현해내고 싶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김기형 | 지금의 산책이 새가 되는 길이므로 시작했다.

김지연 | 과일처럼 부드럽게 물러가는 세계를 상상하면, 종이 위에 너무 오래 있었던 단어들은 부서지고 무너지며 다시 자신이기를 시작했다.

남지은 | 열살 나윤 유민 서영 태연과 시를 쓰기 시작했다.

노국희 | 멈춘 마음이 부서져 허밍을 시작했다.

류진 | 이 골드버그 장치는 훗날 인사도 잘하고 등도 잘 긁기 시작했다.

박승열 | 어떤 믿음도 없이, 즐거움만을 위해 시작했다.

성다영 | 요즘 시인 성다영, 유튜브를 시작했다.

심민아 | 살기를 시작했다.

유이우 | 늘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윤다혜 | 내가 훔치고 잊어버린 물건들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이다희 | 시를 읽는 동안 나는 내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영재 | 어쩔 수 없어서, 다시 느린 산책을 시작했다.

이정훈 | 팔도 다리도 하나씩밖에 없는 거한(巨漢)이 반쪽 남은 혀로 더듬더듬 들려준 이야기를 받아쓰기 시작했다.

전호석 | 가짜인 나는 내가 아닌 것들만 믿기 시작했다.

정다연 | 입술을 열고 나는 사랑을 말하기 시작했다.

정은영 | 누구의 눈도 닿지 않은 행간에 누워 오늘 광합성을 시작했다.

정재율 | 친구들이 놓고 간 칫솔을 보다가 누가 놓고 간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조온윤 | ‘공통점’에서 같은 통점을 찾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주민현 | 한밤에 불 켜진 미술관에서 인간이 그린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최지은 | 그로부터 내 모든 사랑이, 돌아오고 가까이 오고 여전히 곁에 남아 둘러앉기 시작했다.

한연희 | 이름 없는 괴물에게 엉뚱하고 신묘한 시의 이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한재범 | 어쩌다 불투명한 것만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홍지호 | 인파 속에서 갑자기 모든 일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전에는 사실들이 정연한 문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사전을 읽다보면 어렴풋하던 세계의 윤곽은 명료해지고, 우리의 앎은 제자리를 찾지요. 한편 시는 사물의 의미를 넓히며 사물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일입니다. 시를 통해 우리는 사물에 대한 관념이 우리가 알던 자리를 벗어나 더욱 먼 데 도달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시와 함께하는 사전이라면, 사전에서 출발하는 시라면, 우리의 세계는 얼마나 더 멀리, 얼마나 더 새롭게 나아갈 수 있을까요? 『시작하는 사전』은 그 질문에 답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알던 개념들은 아주 낯설어지며, 알지 못했거나 알고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하던 사물의 쓸모와 이해는 점차 드러납니다. 새롭게 정의되는 단어들은 낯선데도 어쩐지 오래도록 내가 해온 생각인 것만 같고, 시들은 그 정의에서 한발 나아가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물의 쓸모를 보여줍니다. 그러니 어떻게 즐거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 놀라운 사전과 함께라면, 우리는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황인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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