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론에 지면을 할애하기보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의 응답과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교사의 자존감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교사들은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했고, 회복한 자존감을 어떻게 유지했는지 사례 위주로 풀었습니다. 교원 평가에 적힌 학부모의 독설, 문제 학생이 바뀌지 않는 데 대한 죄책감, 동료 교사의 부정적인 피드백, 반 학생의 지속적인 수업 방해, 학부모의 폭언, 버거운 업무를 맡는 데 따른 고충 등 교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한편, 현재의 건강하지 않은 자존감을 만든 과거의 사건들, 즉 학창 시절 따돌림당한 경험, 가족 내의 남아 선호, 사이 나쁜 부모, 부모의 이른 죽음, IMF 위기, 잦은 이별까지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이 ‘내 자존감이 건강하지 않은 건 내 탓’이란 마음을 내려놓기를,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를, 교사로서의 삶 전체를 바라보는 통합적인 이해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워크숍에 참여하기 힘든 분을 위해 자가 처방과도 같은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의 내용 일부를 뒷부분에 첨부했습니다. 가까운 선생님들과 함께 실습해 보시길 바랍니다.
--- p.8~9, 「프롤로그」 중에서
제가 워크숍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 탄생부터 현재까지 내 게 생긴 여러 사건을 시간별로 점찍고 간단히 설명을 써본 후 이 점들을 연결해 그래프로 그리는 ‘스펙터클 인생 그래프’라는 활동이 있습니다.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내게 좋았던 사건(+)’일수록 더 위로, ‘나를 어렵게 만들었던 사건(-)’일수록 더 아래로 그립니다.
교사들의 그래프에 자주 나오는 사건은 성적 상승이나 하락, 대학 혹은 임용고시 합격이나 실패였습니다. 그만큼 교사가 성적과 평가를 중시하고, 그 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 p.49, 「1장_ 교사의 자존감은 무엇이 다른가」 중에서
“수업 중에 자꾸 제 말을 끊는 학생이 있어요. 수업에 방해되니 참아달라고 하면, 더 예의 없이 행동해요. 그럴 때면 제가 무시받는 것 같아요. 내가 강하지 않아서 그 학생이 절 함부로 대한다 싶고요.”
교사 H는 이런 일이 자꾸 생긴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저는 워크숍 참여자들을 3~4명씩 그룹 짓고, ‘수업 방해 학생’에 게 선생님이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 토의하게 했습니다. 5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그룹에서 나눈 해결 방식을 그룹 중 한 사람이 ‘선생님’ 역할을 맡아 ‘수업 방해 학생’에게 적용해 보도록 했습니다. 또, H가 ‘수업 방해 학생’ 역할을 맡아 그 학생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그룹별 해결 방식을 경험해 보게 했습니다. (…) 그 결과, ‘수업 방해 학생’ 역할의 H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더는 수업 방해를 할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볼 때
* 꾸중하기 전에 “그렇게 행동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니?”라며 물어봐줄 때
* 자신 때문에 선생님이 (답답한 게 아니라) 속상하고 상처받았다고 할 때
* 잠시 수업 방해를 멈췄을 때 선생님이 바로 좋게 피드백해 주고, 수업을 마친 후 노력해 줘서 고마웠다고 다독여줬을 때
--- p.149~152, 「3장_ 회복을 위한 심리 교실」 중에서
심리극을 하다 보면 소리를 지르거나 욕으로 감정을 빼내야 하는 상황도 생기는데요. 교사들은 유독 ‘교사’라는 옷 때문에 그런지 이런 행위를 죄 짓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가상의 상황(이런 것을 하려고 준비된 따뜻한 곳)’에서 하고픈 말을 하고 복수하는 것도 건강에 이롭습니다. 욕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때로는 누군가를 살리기도 합니다. 욕에 불편한 감정까지 모두 더해 내뱉는 것으로 마음이 편해지면 내가 삽니다.
--- p.221, 「3장_ 회복을 위한 심리 교실」 중에서
한 교사가 최근 자존감이 회복된 일에 대해 이런 답을 주었습니다.
“저는 예쁘지도 않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자친구를 만나 오래 사귀면서 자존감이 올라갔습니다. 남자친구는 ‘넌 있는 그대로 아름다워’ ‘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넌 사랑스러워’ 등 매번 저에게 긍정적인 말을 들려줬습니다. 몇 년간 그런 말을 듣다 보니 그 얘기가 사실로 믿어졌고 그래서 제 자존감이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할 작업은, 이 남자친구가 끊임없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줘 여자친구의 자존감을 올려버린 것과 같은 일입니다.
내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반복적으로 경험한 일과 반복적으로 들었던 말로 내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 작은 비평가가 끊임없이 내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비평가는 과거처럼 또다시 상처받을까 봐 나를 지켜주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상처받을 상황에 들어가지 않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그 노력에 감사하면서 ‘이제 네 역할은 충분히 했으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도 괜찮다’고 한 후 조언자 또는 격려자 같은 내게 힘을 주는 대상이 그 자리에 서도록 해야 합니다.
--- p.267~268, 「4장_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법」 중에서
돌아보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은 결국 ‘꾸준함’과 ‘끈질김’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꾸준함은 일상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고, 끈질김은 포기하지 않고 오래 견디는 것입니다. 자존감 회복을 위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목표를 크게 잡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일상에서 꾸준하게 해보세요. 주변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미루지 말고 끈질기게 해야 합니다. 한 걸음씩 또 한 걸음씩 나를 한결같이 믿으며 자신만의 계획을 행동에 옮겨보시길 바랍니다.
워크숍에 오시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겐 친절하지만, 자신에겐 불친절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껏 나를 뺀 주변 모든 사람에게 시간과 노력을 다 퍼주셨다면, 이제 충분히 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나를 위한 과정에 온전히 집중해 보세요.
--- p.322,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