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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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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1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92g | 135*205*30mm
ISBN13 9788998937461
ISBN10 899893746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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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지구라는 별에 불시착한 이들을 환대하는 따뜻한 시선

소설가 이정임이 등단 10년 만에 첫 소설집 『손잡고 허밍』 을 펴냈다. 총 9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자기 삶의 자리를 부여받지 못한 채 부유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9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인물들은 지구라는 별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같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추방당한 존재들이다.

가난 때문에 미아 임시보호소에 버려진 미영(고양이를 부르는 저녁), 어린 시절에 아빠를 잃고 심리적 결핍을 가지게 된 ‘나’(옷들이 꾸는 꿈),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최정미(태양을 쫓는 아이), 세상과 인연을 단절한 채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현림(손잡고 허밍), 힘겨운 삶의 조건 속에서 자신이 딛고 설 자리를 완전히 상실해버린 케이(허공의 케이), 번번이 취업에 실패해 임시 공공근로를 하며 살아가는 계인(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 비정규화된 삶의 방식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취준생(반짝반짝, 빛나는), 철인 28호처럼 강해져야만 하는 취업 포기생 병태(비틀젠틀 셔틀맨),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누구보다 세상을 빨리 달려야 하는 퀵서비스 청년(축지법교본) 등이 그러하다.

『손잡고 허밍』은 이들의 삶과 그 속살을 따뜻한 시선으로 예민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 그 심연을 파고드는 이정임의 작품이 앞으로도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
2. 손잡고 허밍
3. 허공의 케이
4. 반짝반짝, 빛나는
5. 축지법교본
6.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
7. 태양을 쫓는 아이
8. 비틀젠틀 셔틀맨
9. 옷들이 꾸는 꿈
손잡고 허밍- 이정임 작가 인터뷰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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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더 모으면 코 수술을 하고 몸매를 가꾸고 연봉을 좀 더 늘린 후에 괜찮은 집안에 시집을 갈 생각이었다. 좋은 집에 가기 위해 아직도 자신의 재능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중이다. (중략) 그녀는 문득, 자신은 지금껏 지뢰처럼 도처에 숨겨진 똥을 피하기 위해 살아왔다고 깨달았다.”---「고양이를 부르는 저녁」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야 할 때는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이름을 댔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해야 할 때에는 정수빈, 성가신 일에 쓰일 때는 김미영, 과외를 할 때는 지니였다. 더욱 사소한 일에는 아무 이름이나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그래서 누군가 그녀를 부르면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돌아보곤 했다. 미영이거나, 수빈이거나, 지니거나, 혹은 다른 어떤 이름이라도 다 자신의 이름 같았고, 그 모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중에서

“요즘 케이는 잠을 자기 위해 시간을 쪼갠 건지, 시간을 쪼개기 위해 잠을 자는 건지, 학교를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건지, 자주 헷갈렸다. (중략) 그러면서도 왜 걸어야 하는지 이유는 모른다. 기계적으로 사지를 버둥거리며 오직 앞만 보고 갈 뿐이다. 그냥 멈춰 서서 쉬면 될 텐데도 그럴 생각은 하지 못하고 쫓기듯 걷는다.”---「허공의 케이」중에서

“소리를 녹음하는 동시에 씨앗도 수집했다. 자신의 마을에서 마지막으로 수확한 농작물의 씨앗을 시작으로 들리는 마을마다 씨앗을 조금씩 얻거나 샀다. 그것들 모두 자신이 새로 장만한 땅에 심고 키울 것이라고 했다. (중략) 순간 그가 내 속의 글자를 자신의 목소리에 심어 싹을 튀우고 있었다. 그 글자가 얼마나 자랄지 그 글자에서 나오는 열매가 얼마나 예쁠지 나는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손잡고 허밍」중에서

“똥, 똥이라서 어두운 것이 상관없을, 더럽고 비루한 변기 속, 그래도 없을 수는 없는 것들. 저 아래에서 그것들은 빛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한다. 그렇다고 꿈꾸기로 한다. 삶이 지속되는 한, 배변 활동은 멈출 수 없다. 그러니 달빛 받아 반짝이는 내 삶들을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처럼. 다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반짝반짝, 빛나는」중에서

“가게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동차의 빛이 휙, 지나갔다. 그때마다 천장에 걸린 옷들을 싸고 있는 비닐에 자동차 빛이 반사되었다. 구겨진 비닐이 반사하는 빛은 비를 맞는 것처럼 흔들렸다. 나는 집중해서 빛들을 따라간다. 저 멀리서 천장에 걸린 옷들의 주머니로, 소매로, 꾸물꾸물 멸치가 모여든다. 멸치들은 떼를 지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헤엄쳐 나간다. 옷의 비닐이 흔들리면 멸치들은 재빨리 헤엄쳐 가게의 보일러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으로 몸을 숨기고 밖으로 나간다. 멸치들은 등을 청색으로 배를 은백색으로 바꾸어 옷들의 피부를 흔들어댄다. 그것들이 펄떡거리며 지날 때마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오랜 시간 고여 있던 느린 시간이 가게 바깥으로 흘러나간다. 옷들은 곧 바다가 된다.
---「옷들이 꾸는 꿈」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섬세한 문체와 정교하고 위트 넘치는 구성, 비정규화된 것들에 대한 감각

이정임 작가는 자기 자신을 개발하고 착취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고통과 피로를 섬세한 문체와 정교하고 위트 넘치는 구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을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를 분별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다. 작가는 취업이나 성공을 위해 끝없는 경쟁을 계속하더라도, 우리가 비정규화된 삶의 방식을 벗어나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자각하게 한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 「허공의 케이」, 「반짝반짝, 빛나는」, 「축지법교본」,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 「비틀젠틀 셔틀맨」 등의 작품은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취약한 삶의 조건에 대한 예민한 감각의 산물이자 리얼리티 넘치는 기록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정임 작가의 『손잡고 허밍』은 우울하거나 침울하지 않다. 그녀는 현대 사회의 멜랑콜리 한 풍경과 이면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절망적인 세계 속에 침전시키지 않는다.

‘당신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위한 말 건넴

『손잡고 허밍』은,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도, 또 자연과 사람을 지배하며 쌓아올린 거대한 빌딩도, 더 나아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자본도 아니라고 말한다. 표제작 『손잡고 허밍』의 마지막 문장, “그 글자에서 나오는 열매가 얼마나 예쁠지 나는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삶의 희망은 마주 잡은 ‘손’의 온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신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내미는 바로 그 소박하지만 따뜻한 손의 온기처럼, 이정임의 첫 소설집 『손잡고 허밍』은 우울증에 걸린 현대인의 삶을 치유하는 따뜻한 대화이자 희망의 메시지이다.

『손잡고 허밍』은,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응원이자 진솔한 ‘말 건넴’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로 그 순간을 위한 희망의 문장이다.

‘소설의 바다’를 항해하는 호밀밭 소설선, 각기 다른 ‘사연의 고고학’을 꿈꾸며

이정임 작가의 『손잡고 허밍』은 소설의 바다로 향하는 호밀밭출판사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호밀밭 문학편집부 박형준 주간을 중심으로 기획되는 소설선 ’소설의 바다’는 한국 소설의 사회적 상상력을 탐구한다. 또한 문학과 예술의 미적 형식을 타고 넘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흔적을 새롭게 탐사하는 서사적 항해를 꿈꾼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또 때로는 서로를 보듬으며, 난파한 세상 속으로 함께 나아가는 문학적 모험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나 호밀밭의 소설은 미지의 세계를 발명하는 낯선 이야기의 조타수가 되기보다는, 우리가 상실한 생의 가치와 존재 방식을 집요하게 되물으며, 동시에 우리 삶에 필요한 따뜻한 자원을 발굴하는 ‘사연의 고고학자’가 되고자 한다. 소설이라는 사회적 의사소통 방식은 분명 오래된 것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삶과 공동체의 가치를 새롭게 정초할 수 있는 ‘여전한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소설의 바다’로 나아가려는 이유이다.
- 호밀밭 문학편집부

추천의 말 - “닫힌 세상에서 열린 세계에로의 탈출”

이정임의 소설을 읽는 첫 번째 즐거움은 감각적이고 탄력적인 문체에 있다. 세탁소를 하는 엄마를 돕는 대학생 딸의 닫힌 일상을 서술한 등단작 「옷들이 꾸는 꿈」에서부터 문장의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정임은 이 작품집에 실린 여러 소설에서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거친 다양한 이미지를 베 짜듯 한 올 한 올 수일하게 직조해낸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오랜 수련으로 다져진 문장의 내공을 음미하는 행복을 누린다.

이정임의 소설이 가진 또 다른 미덕은 동년배들의 삶의 양상을 소재로 자주 이끌어 내온다는 데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에서 보이듯 청년 백수, 계약직 인생, 과외 알바생이 소설 속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작가가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치열한 탐색이라면 이정임은 그 점에서 성실하다. 동세대들의 삶을 씨방으로 삼고, 탄력 있고 쫄깃한 문장의 힘을 과육으로 삼은 이정임의 소설은 그래서 사과처럼 향기롭고 호두처럼 단단하다.

이정임 소설이 가진 힘은 다양한 장르적 실험에도 있다. 「손잡고 허밍」에서 보이는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나 하이퍼픽션을 연상케 하는 다른 소설의 구성적 실험은 젊은 작가에게 지워진 당연한 책무(?)라고도 하겠지만, 상상력에 고삐를 매지 않고 방목시킨다는 게 사실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누군들 모르겠는가.

요컨대, 문체와 주제, 그리고 실험의 힘을 고루 갖춘 이 소설집을 관통하는 이정임의 시선은 ‘닫힌 세상에서 열린 세계로의 탈출을 향한 꿈’으로 뻗어 있다. 나는 이정임을 만날 때마다 농담 반, 진담 반 첫 소설집을 얼른 보고 싶다고 지청구를 해온 터다. 좀 늦었지만 그 소망을 이뤄 기쁘다. 나는 이 작가가 이 소설집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도 동세대의 고통의 뿌리를 앞으로도 부지런히 드러내 주기를 바란다. 자신들을 거부하는 사회의 닫힌 구조를 단단히 인식하면서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을 찾아내주기를 고대한다.
- 강동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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