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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370067
ISBN10 89843700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행복이란 무엇일까?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거란다. “

아빠가 생각하는 행복은 바로 사랑인거예요.
--- p.109
하지만 아들아.아아,나의 전부인 아들아.아빠는 죽어도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 너는 이 아빠를 볼 수도,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겠지.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 네가 지칠까봐, 네가 쓰러질까봐, 네가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음 졸이면서 너와 동행하는 거란다. 영원히,영원히....
--- p.280-281
하나님!그래요,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당싱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 아들은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는 밥상 앞에서 어김없이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잠들기 전에도 기도를 잊는 법이 없습니다. 내가 당신을 믿지 않는 게 아이에겐 크나큰 걱정거립니다. 그렇습니다. 아이의 생각을 송두리째 사로잡고 있는 당신입니다.

그것이 옳은지 어떤지 나는 모릅니다. 다만 아이의 믿음을 막고 싶은 생각은 업습니다. 아이가 원한 바였으므로..하지만 당신은 잔인합니다. 당신은 냉혹한 심판자입니다. 내게 남은 건 오직 아이뿐인데, 왜 마지막 소망마저 거둬가려듭니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있습니까. 내 소망이 그리도 지나친 욕심입니까..
--- p.139
코를 막고, 눈도 감고 뱀탕을 마십니다. 내마음만 그럴까요, 사람 마음이 다 그럴까요?
하여간 참 웃겨요. 뱀탕인 줄 몰랐을 때는 맛 좋은 국이었거든요. 이젠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요. 하지만 꾹 참고 마지막 국물까지 마셔버립니다. 그래야만 아빠 마음이 편할 테니까요.
--- p.127
제 홀로 뿌리 내리고 제 홀로 가지를 뻗고 제 홀로 잎새를 매달고 때 되어 잎새를 떨구는 나무처럼, 돌보는 이 없어도 앙앙대지 않고 알아줄 자 없다고 악쓰거나 티내지 않은 채 안으로 속살을 키워내는 나무처럼, 애오라지 그렇게만 살자.
--- p.218
잘가라 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겠지. 너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 너의 따뜻한 손을 어루만질 수 없겠지. 다시는 너를 가슴 가득 안아볼 수 없겠지. 하지만 아들아, 아아 나의 전부인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좋은 한 아빠는 네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 너는 이 아빠를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겠지. 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 네가 지칠까봐, 네가 쓰러질까봐, 네가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을 졸이면서 너와 동핼하는 거란다. 영원히, 영원히.....
--- pp. 280-281
잘 가라. 나의 아들아. 이젠 영영 너를 볼 날이 없겠지.너의 목소리를 들을 길이 없겠지.너의 따뜻한 손을 어루만질 수 없겠지.다시는 너를 가슴 가득 안아볼 수 없겠지. 하지만 아들아. 아아, 나의 전부인 아들아. 아빠는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란다.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 너는 이 아빠를 볼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겠지.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 네가 지칠까봐, 네가 쓰러질까봐,네가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음 졸이면서 너와 동행하는 거란다. 영원히,영원히.......
--- p.280-281,25-7
'우리 성호가 다움이한테 주는 선물이란다.'
내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가 쿵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생각 주머니 속의 모든 생각들을 훔쳐가 버린 듯 멍한 느낌입니다. 레고 놀이에 싫증이 난 걸까요. 아니면 친구한테 소중한 선물을 주고 싶은 걸까요. 성호의 마음을 도대체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 p.81
오랫동안 선배는 폐교에 머물렀다. 거기에는 아이와의 즐거웠던 추억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선배는 교실 외벽 낙서 중에서 아이의 이름을 찾아내고는 한참을 울었고, 철봉을 어루만지며 또 그렇게 울었고, 교실에 들어가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교탁을 한 손으로 짚고 꺼억꺼억 소리내어 울었다.
--- p.283
오랜동안 투병중인 자식을 지켜보아야 하는 부모란 누구든지 소리내지 않고 우는 법을 알고 있었다(23쪽). 백혈병 아이의 엉덩이를 닦으며 시인인 아빠는 말한다. “너에게 화를 냈던 것은 네가 똥을 쌌기 때문이 아니란다. 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한테. 아빠는 그게 싫었어.”
--- p.23
여자가 고개를 숙인 채 한껏 게으름을 피우듯 더딘 걸음새로 소아병동을 행해 걸어가고 있었다. 비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여자의 자그마한 몸은 빠르기 젖겠지만 그게 뭐 대수랴. 소아병동과 암병동 사이를 오가는 날들이 잦아지면서, 뙤약볕이든 억수 장마든 여자에겐 진작에 타인의 하늘일 뿐이리라. 타인의 하늘, 자신의 하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매일매일. 그늘을 가려 걷는 것도 우산을 펴드는 것마저도 도대체 한가하고 염치없는 짓거리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로서의 삶. --- p.15

행복이 무엇일까요? 아빠는 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꼐 지내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거란다.' 아빠가 생각하는 행복은 바로 사랑인 거예요. 아빠의 말대로라면 난 벌써부터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 아빠와 함께 지내고 있으니까요. --- p. 109

--- p. 15, 109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쳐박고 죽어버려요.
--- pp. 156-157
언제인가 아빠는 말했죠. 몸이 아파서 우는 것은 괜찮다.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하지만 슬프다고 우는 건 남자답지 못한 일이란다. 아빠에게 말하고 싶어요.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슬픈 게 훨씬 힘들고, 그래서 눈물을 참기도 어렵다는 것을요. 아빠가 그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p.48
-안녕,안녕,안녕......
쳐다보기도 싫은 약도, 끔찍한 골수주사도,내 신경을 긁어놓는 백혈구 수치도,지긋지긋한 병원도 이젠 안녕입니다. 드디어 퇴원입니다.정확하게 98일 만이죠. 간호사 누나들은 이와이면 이틀만 더 채우고 퇴원하래요. 백일잔치를 해주겠다나 내마음을 모르는 소리예요. 사실은 그제 퇴원하기로 아빠랑 약속했거든요.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구요. 그런데 하루 또 하루가 미뤄졌어요.

-바보 멍청이. 그렇게 쉽사리 죽을 거면서 뭐하러 고생만 잔뜩 했을까.

-아,끔찍한 뱀탕.
난 벌써 무시무시한 독사를 오십 마리쯤 먹었어요. 생각해봐요. 열 살 짜리 꼬마가 그 많은 뱀을,그것도 하루도 빠짐 없이 먹는다는 게 말이나 되겠어요. 아빠는 닭을 푹 고아 만든 삼계탕이라고 했지요. 처음에는 그런줄 알았고, 맛도 삼계탕과 똑같았답니다. 그런데요, 난 닭다리를 무척 좋아하는데 아무리 뒤적거려도 닭다리커녕 살코기 한점 찾을 수가 없었어요.그냥 멀건국물뿐이었죠. 아빠 혼자서 살코기를 몽땅 먹어치울리도 없는데 이상하잖아요. 며칠 전 살금살금 부엌으로 가보았지요. 으악 기절할 뻔했어요. 아빠가 장작불 위에 올려진 항아리 안에 기다란 나무젓가락으로 뱀을 넣어 있지 않겠어요? 그것도 살아서 꿈틀거리는 뱀을 말예요.그러니까 아빠는 매일매일 날 혼자 두고 그깟 뱅이나 잡으러 다녔던 겁니다. 그리고 난 징그런 뱅을 매일 억었던 거구요.
--- p.97~98, 99, 125
안녕, 안녕, 안녕......
쳐다보기도 싫은 약도, 끔찍한 골수 주사도, 내 신경을 긁어놓는 백혈구 수치도, 지긋지긋한 병원도 이젠 안녕입니다.
드디어 퇴원입니다. 정확하게 98일 만이죠.
간호사 누나들은 이왕이면 이틀만 더 채우고 퇴원하래요. 백일잔치를 해주겠잖아요. 내 마음을 몰라주는 소리예요. 사실은 그제 퇴원하기로 아빠랑 약속했거든요.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구요. 그런데 하루 또 하루가 미뤄졌어요.
이틀동안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아빠가 왜 그랬을까요. 이제부터 먼 곳으로 여행을 해야 하니까 내 몸이 더 건강해져야 된대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 말예요.

아무튼 좋아요. 98일 중에서 이틀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죠. 사실 난 각오하고 있었답니다. 퇴원할 수 없을 거라구요. 두번째 재발이면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난 살아났어요. 다시는 병원에 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아프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 p. 97
아이는 잔뜩 허리를 뒤로 젖혔고, 아이의 오줌발에 오후의 햇살이 기겁을 하듯 튀어 올랐다. 아이와 나란히 서서 소변을 본 적이 과연 있었던가. 처음이라도 그게 뭐 그리 대단할까. 그러나 그는 형언키 어려운 감동에 젖어 아이의 오줌발을, 눈물나도록 아름답게 피어난 코스모스를 바라보았다.
--- p.107
아빠는 언제나 유리벽에 얼굴을 대고 날 바라보곤 했어요. 밥을 먹을 때도, 주사를 맞을 때도, 자다가 깨어나도 거기 틀림없이 아빠가 있었죠. 아빠 코가 유리벽 때문에 돼지코처럼 변하는 줄도 모르구요.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애꾸눈 선장처럼 한쪽밖에 없는 눈으로 윙크를 했답니다.

--- p.271
아빠는 몰랐다. 네가 아프다면 아픈 줄만 알았지, 그 고통의 깊이가 얼마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들아, 네가 이다지도 크나큰 고통 속에서 그 많은 날들을 보냈구나. 열 살배기 가녀린 몸으로 그 높은 고통의 산들을 어떻게, 무슨 수로 다 넘어왔니. 아들아 ,미안하다. 아빠는 미처 몰랐다. 네가 아프면 그냥 대신하고픈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조차 네가 겪었을 고통 앞에서는 덧없는 것이었구나.
--- p.274
아빠가 왜 화를 냈는지 생각해봤니?' 난 결국 이유를 알아내지 못한 채 잠이 들었죠 '세 번씩이나 실수를 했기 때문이 아니야. 다움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아빠가 왜 모르겠니. 그래, 다움이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빠한테. 아빠는 그게 싫었어. 아빠 마음을 알겠니?' 아빠 마음 다 알아요. 그렇게 말하려 했습니다. 하다 못해 고개라도 끄덕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세면대만 아주 세게 잡았습니다.
--- p.48
'아빠,사랑해요' 아빠의 귀를 잡고 있는 내 손에 따뜻한 물방울이 떨어집니다.아빠가 하품을 한 모양이예요.하품을 하면 저절로 눈물이 나오 잖아요.어젯밤 한잠도 못자서 아빠는 지금 몹시 졸린 거예요. 아빠가 푹 잘 수 있도록 아빠의 귀를 놓고,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를 했어요.벌써 잠이 들었는지 아빠에게는 대답이 없습니다. 밖에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뚝 끊어진 뒤 입니다. '다움아,엄마 보고 싶지 않니?' 아빠는 왜 내 기분을 잡쳐놓는걸까요?쿨쿨 잠든 척 끝까지 대답하지 않을 거예요.
--- p.230
'아빠, 사랑해요. 아주 많이요.. 나한테는 아빠만 있으면 돼요'

'..... 아빠는 이제 지쳤다. 그래서 널 돌보는 게 몹시 힘들구나. 너 때문에 그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빠도 이젠 아빠의 일을 하고 싶다'

'힘든 건 다 지나갔잖아요. 좋은 일만 생길 거구요. 아빠는 아빠 일을 하면 되잖아요. 앞으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척척 할 수 있어요. 아빠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게요. 신경질도 안 부리구요, 아프지도 않구요'

아빠가 내 침대를 창 밖으로 날려보낼 것처럼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 p.262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쳐박고 죽어버려요.
--- pp.156-157
아버지가 어디서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아이가 알아야 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아버지 없이 살아가야 할 아이였다. 자신의 뿌리에 혼미해 하며 안타까워했던 그였기에, 훗날 아이가 막연한 기억으로 아버지를 떠올리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 p. 252
시상을 떠올리고 그걸 언어라는 도구로 토해낼 때마다, 발가벗고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모멸감으로 영혼은 진저리를 쳤다. 한 편을 완성키 위해 몇 달 동안 끙끙대며 씨름하던 옛날이었다. 그럼에도 열네 편의 시를 단 며칠 만에 쓴답시고 썼다. 아니, 써갈겼다. 게으름을 부릴 여유도 없었고, 스스로의 비참한 모습을 재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까닭이기도 했다.
--- p.199
세상에 널 남겨놓은 한 아빠는 네 속에 살아 있는 거란다. 너는 이 아빠를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겠지. 하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 네가 지칠까봐, 네가 쓰러질까봐, 네가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을 졸이면서 너와 동핼하는 거란다. 영원히, 영원히.....
--- p. 281
새벽녘이었다. 선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다움이한테 교회에 나가겠다고 약속해놓고 한번도 가지 못했어.지금이라도 기도를 해야겠어. 날 좀 일으켜줘.' 선배는 두 손을 모아 방바닥에 대고 그 위에 이마를 포갰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약속일까. 약속을 지켜줄 아이마저 떠나고 없는데....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첫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고, 선배는 기도하는 자세로 고요히 죽어갔다.
--- p.284
등나무가 소슬바람에 시달리며 잎사귀를 떨구고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나무처럼만 살자.
제 홀로 뿌리를 내리고 제 홀로 가지를 뻗고 제 홀로 잎새를 매달고 때 되어 잎새를 떨구는 나무처럼, 돌보는 이 없어도 앙앙대지 않고 알아줄 자 없다고 악쓰거나 티내지 않은 채 안으로 속살을 키워내는 나무처럼, 애오라지 그렇게만 살자./ 과도한 욕망에 애끓이지 않았고, 세상에서의 득세나 부귀와 영화를 꿈꾼 적도 없었고, 누군가를 턱없이 미워하거나 증오하지도 않은 채 스스로에게 충실하게 살아왔으니 그래, 그런 대로 한세상 아름다왔노라 고백할 만했다.
--- p.218
너는 이 아빠를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수도 없겠지.하지만 아빠는 언제 까지나 너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란다. 네가 지칠까봐, 네가 쓰러질까봐,네가 가던길을 멈추고 돌아설까봐 마음 졸이면서 너놔 행동 하는거란다. 영원히, 영원히........
--- p.281--pp3-7
내가 이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 뿐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아빠에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잊어버렸을까요.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어떠게 될까요. 아빠 말대로 속이 시원할까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예요.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슬프고 또 슬퍼서 정말로 아빠 가시고기 처럼 될지도 몰라요 만약 내가 엄마를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된다면요. 아빠가 쬐금만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쬐금만 슬퍼하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 p.269
내가 무척 아끼는 어린이 과학백과가 있는데, 12권중에서 제8권이 민물고기 편이에요. 거기에 가시고기라는 쬐그만 물고기가 나오죠.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해요.

알들이 깨어나고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로 가버리죠. 새끼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려요. 아빠 가시고기는 왜 죽어버리는 걸까요. 그 이유가 책에는 설명되어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뻔한 거 아니겠어요? 가시고기는 언제나 아빠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그래서 가시고기가 있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슬픔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요
--- p.--- p.156-157
내 손에는 아빠 모습을 새긴 조각이 들려 있습니다. 힘들고 아프고 속이 상하고 울음이 터져나오려 할 적마다 조각을 들여다 봅니다. 그래요, 난 지금 내 자신을 마구마구 응원하고 싶은 거에요. 나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빠가 있잖아, 하면서요.
---p.184
그랬다. 그는 아들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고통과 맞섰다. 아들아, 그동안 네가 이렇게 아팠구나.
아빠는 몰랐다. 네가 아프다면 아픈 줄만 알았지, 그 고통의 깊이가 얼마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들아, 네가 이다지도 크나큰 고통 속에서 그 많은 날들을 보냈구나. 열 살배기 가녀린 몸으로 그 높은 고통의 산들을 어떻게, 무슨 수로 다 넘어왔니. 아들아, 미안하다. 아빠는 미처 몰랐다. 네가 아프면 그냥 대신하고푼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조차 네가 걲었을 고통 앞에서는 덧없는 것이었구나.
--- p.274
그들은 커피가 든 종이컵을 들고 병원 건물을 나와 교회 앞 벤치로 향했다. 벤치에 앉자 여진희는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묻었고, 이내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는 어땠냐면, 치악산의 울울한 자락을 바라보며 푸푸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하늘은 푸르고 해는 서녘까지 아직 한참 거리건만 성급한 낮달이 산자락에 솟아있었다. 아이의 창백한 낯빛을 닮은 초승달이었고, 푸른 하늘과 빛나는 태양 속에 섞여 청승맞고도 어설픈 부조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 p.151
그 아이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고통과 맞섰다. 아들아, 그 동안 네가 이렇게 아팠구나,아빠는 몰랐다, 네가 아프다면 아픈줄만 알아지, 그 고통의 깊이가 얼마인지는 알지 못했다.아들아, 네가 이다지도 크나큰 고통속에서 그 많은 날들을 보냈구나, 열 살배기 가녀린 몸으로 그 높은 고통의 산들을 어떻게, 무슨 수로 다 넘어 왔니.
--- p.273
'궁금한게있어, 당신이 느닷없이 아이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나로선.'
'아이를 떠나 있으면서 잠시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어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가위에 눌려 악쓰며 깨어났는지 알기나 해요?'
'당신 마음이 편하자고, 다시는 가위에 눌리지 않으려고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건가? 그럼 나는 어쩌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우습군, 몹시.'
아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p.192
'거기 서라'
아이가 엉거주춤 멈춰섰다.
'......아빠,보고 싶었어요.'
'아빠는 잘 지내고 있다.'
'......불빛 때문에 아빠가 잘 안 보여요. 아빠 옆에 앉아도 돼요?'
'안된다. 그냥 거기 있어라.'
아이가 한발짝 내딛던 발을 뒤로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나는요,오늘 밤에 프랑스로 떠나야 한대요.'
'알고 있다.'
'비행기를 탈 거예요. 아빠도 알잔아요,내가 미끄럼틀에도 못 올라가는 겁쟁이란 걸요.'
가고 싶지않다고,가지 않으면 안되냐고,꼭 가야 하느냐고 아이는 묻지 않았다.대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그를 바라보는 것으로 그 모두를 호소하고 있었다.
'......아빠를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썼어요.'
'엄마가 많이 속상했을 거다. 프랑스에 가서는 그러지 마라.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아니 다움이가 알아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려라.'
'......프랑스에 도착해서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해도 되죠?'
'안 된다.'
'편지는요?편지는 써도 되죠?'
'아니, 그럴 필요없다.'
아이 눈에선 기어코 뚝뚝 눈물이 떨러졌다. 아이는 눈물을 감추려는 양 고개를 숙여 발치께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나 잠시뿐이었다.
'그럼 아빠가 날 보러 올 거죠?'
'기다리지 마라.'
'그럼 아빠를 만나려면 사 년이 지나야겠네요?'
아빠와 사 년을 살았으니 엄마와도 그만큼 살아야 공평한 것 아니냐고 아이를 달랬었다.그게 아이에겐 그나마 위안이었던 모양이었다.
'스무살이 되기 전에는 이땅에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말아라'
'그렇지만 아빠,스무살이 되려면 십년이나 남았어요.'
'십년은 긴 세월이 아니다......다시는 아프지 말아라. 넌 평생아파야 할 것을 한꺼번에 다 아팠던거다.그러니까 앞으로는 아파선 절대 안된다.'
'......'
'할말이 아직 남았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연신 소매로 눈물을 훔쳐낼 뿐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비행기 시간에 늦겠다.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그만 엄마한테 가라.'
아이가 주머니에서 꽃핀을 꺼냈다. 은미에게 선물하겠다던 그 꼿핀이었다.
'진희고모를 직접 만나서 주고 싶었어요.아빠가 전해주세요.진희고모한테 잘 어울렸거든요.진희고모도 분명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아이는 다른 주머니에서 조각을 꺼냈다.
'아빠가 갖다준 주목으로 내 얼굴을 조각했어요.혹시 아빠가 날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지금은 아니지만 내일이라도 내가 보고싶어지면......난 아빠조각이 있어서 힘낼수 있지만,아빠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이가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딜 기세였고,그는 서둘러 말했다
'거기 벤치에 있는 쇼핑백조이냐?그 옆에 놔둬라.그리고 쇼핑백을 들어라.노트는 엄마 주고 책은 너 갖거라.'
꽃핀과 조각을 내려놓고 쇼핑백을 집어든 후, 아이가 말했다.
'아빠,부탁이 있어요......아빠 귀 말예요,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요.한번만 만지게 해주세요?'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pp.277-279
가시고기속에는 다움이의 깜찍한 말들이 약간은 슬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찡긋 웃을수 있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 그 중 한예를 들자면 다움이의 마음을 잘 들어내는 생각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에게 프랑스로 같이 가자는 말을 들었을때 다움이의 생각 왈 ' 이게 무슨 바퀴벌레 발라당 뒤집어지는 소린가요?'이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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