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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 마말레이드 1

어니언 마말레이드 1

제로노블(Zero Novel)이동
백서하 | 동아 | 2021년 01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0 리뷰 6건 | 판매지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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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694g | 147*210*27mm
ISBN13 9791163024446
ISBN10 11630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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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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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첼론에서 미혼 여성이 ‘정상적으로’ 재산을 소유하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비비안 로젤리스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재산과 상단을 상속받았다.
그녀는 위로는 같은 배를 빌려 태어난 오빠 하나와 언니 하나, 그리고 다른 배를 빌려 태어난 오빠 하나와 역시 다른 배를 빌려 태어난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여기서 굳이 어느 배에서 태어났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말도 안 되는 세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바첼론에서, 아니, 전 대륙을 통틀어서 여자는 ‘일반 상속권’을 가질 수 없다. 아무리 아버지가 돈이 많아도 그녀가 딸이며 결혼을 하지 않은 이상 비비안 로젤리스는 안타깝게도 정상적으로 상속권을 가지지 못했다. ‘자상하고 배려심 깊은’ 남자들은 여자들이 재산을 굴리고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재능이 없어 그것들을 상속받는다고 해도 쉽게 탕진해 버린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여자들은 재산이나 경영권을 가질 수 없었다. 결혼 3년 뒤 지참금을 제외한 모든 것이 남편에게 귀속되므로.
그런 의미에서 미혼 여성은 오직 예외에 속하는 ‘특수 상속권’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외는 아래 세 가지 중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일컬었다.
첫째, 미혼 여성에게 친형제, 사촌 형제 및 기혼 자매가 없을 경우.
둘째, 미혼 여성의 남성 형제 및 기혼 자매의 배우자가 행위 능력을 상실해 재산과 작위 및 가문을 지켜 나갈 능력을 완전히 상실함을 상속 재판관이 인정한 경우.
셋째, 미혼 여성의 남성 형제나 기혼 자매의 배우자가 상속권을 완전히 포기함을 서면 형식으로 기록해 법정에 제출한 뒤 그 이유가 충분하다고 재판관이 인정한 경우.
한마디로 말해 집안에 멀쩡한 남자가 있는 한 비비안은 결혼할 때 아버지가 마련해 줄 지참금을 제외하고 정상적인 상속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비비안은 남자 형제가 셋이나 있는 데다가 멀쩡한 남자와 결혼한 언니까지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로튼 상단의 재산과 경영권을 탐냈다.
이것이 비비안의 첫 번째 불행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로 태어나면 정부를 백 명 거느려도, 사생아를 열 명 데려와도 호탕하고 능력 있다며 인정받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발버둥 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히 살아남는 이상으로 욕심을 다 채우며 살고자 바동거렸다.
비비안 로젤리스는 욕심이 많았다. 그것도 아주.
이게 그녀의 두 번째 불행이었다.
그녀는 분명 같은 아버지를 두고서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미혼 상태에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는 상황에 절망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부는 남자이기 때문에 언니에게 가야 할 재산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데 그녀는 아버지의 적녀임에도 한 푼조차 받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었다. 그녀는 로튼의 경영권을 탐냈다. 남자라면 정당하게 경쟁이라도 하겠는데 그녀는 여자여서 경쟁에 참가할 자격조차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보다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그녀의 상황은 정말 바닥이었다. 세상은 그녀에게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겨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는 결혼을 통해 재산을 상속받고 싶지 않았다. 바첼론에서 기혼 여성이 친부에게서 상속받은 재산이나 경영권은 3년 이내에 남편에게 사용권이, 3년 이후에는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다. 돈에 눈이 먼 남자들이 여자들과 결혼해 재산을 가로채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돈은 남자의 것이었다. 여성이 죽을 때까지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은 결혼하면서 가져간 지참금밖에 없었다. 그것은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남편이 사용권이라는 이름 아래 대신 관리해 주곤 했지만.
어찌 되었든 남편의 재산이 곧 네 재산이 아니냐며 그녀의 언니는 동생을 타일렀지만 비비안은 들어 처먹질 않았다. 주위에서는 그녀를 돼먹지 못한 여자라고 했다. 평민이긴 해도 어미를 닮아 반반한 얼굴에 훌륭한 몸매, 거기다 집안까지 나름대로 괜찮은 그녀에게 청혼하는 남자가 없었던 것도 그 ‘드센’ 성질머리 때문이었다.
물론 비비안 로젤리스는 그렇게 포기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상속권이 없으면 특수 상속권이라도 받으면 된다. 비록 바첼론에 그것을 가진 여자는 없었지만, 어쩌면 그런 여자는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법을 만든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비비안은 제가 그것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웃었다.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그녀를 비웃었다. 위로 오빠 둘이 있고,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다. 그들이 갑자기 손에 손을 잡고 강으로 뛰어들지 않는 한 비비안에게는 상속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다면, 비비안 로젤리스라는 여자는 그들이 여태껏 여자들에게 썼던 ‘정숙하고’, ‘우아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따위의 형용사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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