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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넥트 인간형이 온다

디스커넥트 인간형이 온다

: 언컨택트 시대의 인간 진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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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22g | 140*220*20mm
ISBN13 9788965136347
ISBN10 896513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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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슈지 씨는 학교보다 학원에 있을 때가 더 즐거웠다. 학원은 목적이 분명하고 번거로운 인간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처음으로 존경할 만한 친구도 생겼다. 그 친구는 의사가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지식이 풍부했으며 의식 또한 높았다. 공립 초등학교에서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거나 억지를 부리거나 갑작스럽게 주먹을 휘두르는 아이들과는 마치 다른 인간 같았다.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존재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발달 검사 결과 슈지 씨는 뛰어난 지능의 소유자로 판명되었다. 특히 언어 이해와 지각 통합 영역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다만 정서적 교류나 친밀한 관계를 꺼리고 공감적 응답에 관심이 없으며 일이나 공부처럼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한다는 경향이 뚜렷했다. 슈지 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디스커넥트 유형이었다.

ㆍ만일 환경이 디스커넥트 유형에 유리한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해 이런 특성을 보이는 사람이 반려자로 선택받는 기회가 늘어 자손을 쉽게 남기게 된다면, 특정 집단에서 디스커넥트 유형의 비율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 지배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특성이라고 하면 인간이 아닌 사물이나 기술에 대한 친화성일 것이다. 이 유리한 유전자가 디스커넥트 유형의 증가를 초래하는지도 모른다.

ㆍ업무는 문제없이 처리하지만, 결혼 생활을 비롯한 사생활 면에서 원만하지 않은 사람은 대개 디스커넥트 인간형이다.

ㆍ애착이 손상되면 처음에는 더 관심받고 싶은 마음에 과도한 애정을 요구하는 불안형이나 애착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미해결형이 증가한다. 하지만 더욱 사태가 진행되면 애정을 요구하기조차 포기하고 기대치를 크게 낮춰 안정을 되찾으려는 마음에 디스커넥트 유형이 증가한다.

ㆍIT혁명이 일어나자 인간보다도 AI(인공지능)나 구글이 개개인을 더 잘 알고 개개인의 문제를 더 적절하게 판단하게 되었다. 우리가 자유 의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단순한 정보 조작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의해서 욕망과 감정을 자극받은 채 자동으로 움직일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자신의 지혜와 자유 의지로 모든 일을 판단할 수 있다는 신뢰는 크게 흔들렸고 이제는 단지 환상이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자유 의지에 맡김으로써 끊임없이 어리석은 잘못을 범하였을 뿐 아니라 독재와 전쟁을 낳았다.

게다가 앞으로 인류는 손에 넣은 기술과 AI의 능력 탓에 일자리를 빼앗긴 ‘쓸모없는 계급’을 떠안게 된다. 숙련된 기술 또한 AI의 알고리즘으로 대체된다. 이제는 누구도 인간이 그 지혜로 가장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인간에게 맡기는 행위는 위험하며 잘못될 우려가 있으므로 중요한 일일수록 AI나 로봇이 처리하는 시대가 곧 도래하는 것이다. 현재 ‘인본주의’는 별안간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신뢰라는 지축을 잃어버리고 붕괴하려 하고 있다. 인간의 자유 의지야말로 위험하고 위태로우며 실수의 근원이 된다. 아니, 인간 자체가 쓸모없는 장물로 변한다. 의미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둘 곳이 없고 처치 곤란한 대형 쓰레기가 되려 하고 있다.

ㆍ다른 말로 하면 신기한 자극을 선호한다는 말과도 통한다. 애착으로 얻는 기쁨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기한 자극이나 상품이 주는 흥분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디스커넥트 인류는 계속해서 모델을 바꾸거나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야 하며, 변화가 정체되면 금세 관심을 잃어버린다. 인기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장치와 아이디어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사람들의 창조적 능력은 끊임없이 흥미를 유발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비되어 간다. 이는 무의미하지만, 영원히 계속되는 변화로, 이 변화가 제공됨으로써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쁨을 확보할 수 있다. 사람들이 크리에이터의 재능을 존경하고 그들을 제왕처럼 우러러보는 이유는 크리에이터를 삶의 기쁨의 원천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ㆍ기쁨을 느끼는 원리는 생존에 지극히 중요하다. 인류에게는 크게 세 가지 기쁨 원리가 있다. 기쁨 원리가 세 가지나 되는 덕분에 어느 정도 상호 보완된다. 첫 번째는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를 채웠을 때 생기는 만족감으로, 이 기쁨은 내인성 마약이 방출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습득했을 때 얻는 성취감으로, 이 기쁨은 뇌의 선조체라는 영역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일상적으로 맛보는 기쁨이라기보다 고생 끝에 무언가를 성취한 특별한 순간에 맛보는 자신을 위한 포상과도 같다. 이 포상이 있는 덕분에 고생한 보람도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과 접촉하거나 보살펴주는(보살핌을 받는) 관계 속에서 얻는 기쁨으로 옥시토신을 매개로 하는 원리다. 이 옥시토신이 애착을 뒷받침한다. 디스커넥트 인류는 본래 세 가지인 기쁨 원리 중 하나가 기능하지 않는 셈이다. 따라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적은 상황을 해결하려면 다음의 두 가지로 채워야만 한다.

ㆍ디스커넥트 인류는 의사소통에 서툴렀기 때문에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정보통신 네트워크 혁명이 일어나 다른 사람과 접촉해서 얻을 때보다 훨씬 풍부한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간단히 손에 넣게 되었다. 디스커넥트 인류는 네트워크 혁명의 은혜를 가장 많이 받은 셈이다.

ㆍ카르텔이 산업을 독점한 상항에서 산업이나 금융은 대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연줄이 지배해왔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외부 사람이 마음대로 참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안정적 이익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연이나 혈연을 바탕으로 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자유로운 경쟁이나 효율성,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디스커넥트 인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전부인 환경에서는 언제나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또 만일 독창적 아이디어나 기술을 내놓아도 그것은 전통이나 기득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이단시되었다. 디스커넥트 인류의 선조들은 무리에서 소외당했고 정당하게 평가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고 기술 혁신과 효율성이 비즈니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면서 인정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공감형 경영으로는 비즈니스가 뜻대로 풀리지 않게 되었다.

ㆍ디스커넥트 인류는 비즈니스 시에 그들의 특성이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면서, 비로소 성공과 번영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디스커넥트 인류가 경제인으로 성공한 비결은 기술의 비약적 진보로 인해 국제적 자본주의가 빠르게 확장된 덕분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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