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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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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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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3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900995
ISBN10 89329009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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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지파니는 향신료를 알코올과 섞어서 그 향기를 휘발성의 액체로 분리해 내고 해방시킴으로써 향기에 영혼을 부여하였다 한마디로 말해 향기 그 자체를 발견한 사람이었다 향수를 창조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정말 획기적인 업적이 아닐 수 없었다!
--- p.79
이 향수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향수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것인지 아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단지 그 효과에 굴복할 뿐이니까.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을 매혹시키는 것이 향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 향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것을 만들어 낸 나 자신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향수의 마법에 걸리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아닌가. 이 향수는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 p.
옷을 갈아입듯이 그르누이는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 향수를 번갈아 발랐다. 그 향수들을 이용해 그는 사람들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을 수도, 또한 자신의 존재를 노출시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런 여러가지 냄새들을 보호막으로 해서 그르누이는 이제 오로지 자신의 원래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에 몰두했다. 목표란 바로 조심스러운 향기 사냥이었다.이 원대한 목표를 실현하기 까지는 아직 일년 정도의 긴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르누이는 타오르는 열정과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자신의 무기를 손질하고 기술을 연마해 나갔다
--- p.242
어린 그루누이에게 가이아르 부인의 집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 다른 곳이었다면 그르누이는 살아 남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 영혼이라곤 없는 여자의 집에서 그는 잘 자라났다. 그는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살아 남았던 아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는 어려운 법이다.
--- p.33,---pp.2-6,--- 책 내용..
그루누이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소유하고자 하는 이 향기는 뭔가... 이 향기가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기억 속에서는 모든 향기가 영원한데, 현실의 형기는 소모되어 버린다. 세상에서 덧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그 향기가 소멸되어 버리면 내 향기의 샘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 p.250
그러자 순식간에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원이 허물어져 버렸다. 천사에게로 몰려간 사람들이 그를 덮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다들 그를 만지고 싶어, 그의 일부분이라도 가지고 싶어 안달이었다. 작은 깃털 하나, 날개 한 조각, 그 놀라운 불꽃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옷이 찢어졌고 머리카락과 피부가 떨어져 나갔으며 몸뚱어리가 물어 뜯겼다. 사람들은 손톱과 발톱을 세우고 그의 육체에 달려 들었다. 아치 하이에나들 같았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는 아주 질겨서 쉽게 뜯어지지가 않았다. 아마 말이었다고 해도 힘이 들었을 것이다. 곧 여기저기서 단검이 번쩍이더니 그의 몸을 찔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도끼와 칼을 이용해 둔탁한 소리를 내며 관절과 뼈를 토막내 버렸다. 천사의 몸뚱이는 삽시간에 서른 조각으로 잘렸다. 그걸 한 조각씩 움켜진 사람들이 황홀한 쾌감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 먹기 시작했다. 반 시간쯤 지나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p.327
그는 자신의 승리가 무서웠다. 왜냐하면 자신은 단 한순간도 그 승리를 즐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평생 소유하기를 갈망해왔던 향수, 2녀에 걸쳐 만들어 낸 사람들의 사랑을 획득할 수 있는 그 향수를 바르고 마차에서 햇살이 따사로운 광장으로 내려서던 그 순간..., 그 순간에 번써 그는 향수가 저항할 수 없는 영향력으로 바람처럼 빠르게 퍼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아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에 그의 내면에서 인간에 대한 모든 역겨움이 되살아나 승리를 철저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 p.310-311
그녀가 죽자 그는 시체를 오이씨가 널려진 바닥 한가운데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향기가 물결이 되어 밀려와서는 그의 가슴속을 갇그 채우고 넘쳐흘렀다. 그는 그녀의 피부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배에서 가슴으로, 목과 얼굴을 거쳐 머리카락으로 냄새를 훑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배로 내려와 국부를 지나 넓적다리와 하얀 종아리를 훑어 내려갔다. 그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녀의 모든 냄새를 훑어 내렸고 턱과 배꼽, 팔꿈치의 주름살 사이에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의 향기까지 다 들이마셨다.
--- p.63
그가 만들려는 것은 바로 인간의 냄새였다. 물론 지금 만드는 것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겠지만 그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인간의 냄새를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사실 <인간의 냄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의 얼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듯이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냄새가 달랐다. 수천면의 사람냄새를 알고 있고, 태어날 때부터 냄새로 사람을 구분해 온 그르누이보다 그 사실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냄새라고 뭉뚱그려 말할수 있는 그런 냄새가 있었다. 단순화시키면 그 냄새는 대체로 땀과 기름, 그리고 시큼한 치즈가 섞인 것 같은 냄새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그 냄새를 지니고 잇었고, 사람마다 기본적인 그 냄새에다 보다 세밀한 어떤 냄새를 추가로 갖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개인적 분위기를 좌우하는 체취였다.
--- p.198-199
18세기 프랑스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이 시대에는 혐오스러운 천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는 그중에서도 가장 천재적이면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드나 생 쥐스트, 프셰나 보나파르트 등의 다른 기이한 천재들의 이름과는 달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그의 이름은 오늘날 잊혀져 버렸다. 물론 그것은 오만, 인간에 한 혐오, 비도덕성등 한마디로 사악함의 정도에 있어 그르누이가 그 악명 높은 인물들에 뒤떨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단지 그의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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