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 그녀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당연히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자,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에마는 책에서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행복, 정열, 도취와 같은 말들이 실제 생활에서는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 p.59
그녀는 지난번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지 보려고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디기탈리스와 향꽃무, 커다란 돌들을 둘러싸고 있는 쐐기풀 다발, 세 개의 창문을 따라 길게 덮인 이끼가 똑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늘 닫혀 있는 창의 덧문은 삭아서 떨어질 듯 녹슨 쇠막대 위에 걸려 있었다. 그레이하운드가 들판에서 원을 그리며 돌기도 하고, 노랑나비를 쫓아가며 짖기도 하고, 밀밭 가장자리의 개양귀비를 물어뜯으며 들쥐 사냥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그녀의 상념도 목적 없이 떠돌았다. 그러다가 생각이 조금씩 고정되자, 에마는 잔디에 앉아 양산 끝으로 잔디를 콕콕 찌르면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맙소사, 내가 왜 결혼했을까?”
그녀는 다른 우연의 조합으로 다른 남자를 만날 방법이 없었을까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그 사건들, 그 다른 생활, 알지 못하는 그 남편은 어땠을까 상상해 보려고 애썼다. 확실히 그 누구도 저 남자와 닮지는 않았다. 남편은 미남이고 재치 있고 기품 있고 매력적인 사람일 수도 있었다. (…) 그녀는 작은 관을 받기 위해 연단 위로 올라갔던 상장 수여식 날을 회상했다. 땋아 늘인 머리에 하얀 원피스를 입고 발등이 보이는 비단 신발을 신은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그녀가 자기 자리로 돌아올 때 신사들은 그녀를 칭찬하느라고 몸을 숙였다. 마당에는 사륜마차가 가득 차 있었고, 사람들이 마차의 창문 너머로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했으며, 음악 선생님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지나가며 인사를 했다. 그 모든 것이 얼마나 까마득한 옛일인가! 얼마나 까마득한 옛일인가! 그녀는 잘리를 불러 무릎 위에 앉히고 날씬하고 기다란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자, 주인한테 뽀뽀해야지, 슬픔 없는 녀석아.”
--- p.74~75
램프가 희미해졌다. 사람들은 당구실로 물러났다. 한 하인이 의자에 올라갔다가 유리창 두 개를 깨뜨렸다. 유리 깨지는 소리에 보바리 부인이 고개를 돌리자, 정원에서 농부들이 얼굴을 창문에 대고 들여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베르토의 기억이 떠올랐다. 농장, 질퍽한 늪, 사과나무 밑에 있는 작업복 차림의 아버지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착유장에서 손가락으로 우유 항아리의 크림을 걷어 내는 자기 자신의 모습도 옛날 그대로 보였다. 그러나 현재가 발산하는 섬광 때문에 그때까지 그토록 선명했던 과거의 삶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그녀는 자신이 정말 그런 삶을 살았는지 의심스럽게 생각될 정도였다. 그녀는 거기에 있었고, 무도회 주변으로는 그 이외의 모든 것을 뒤덮고 있는 어둠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그녀는 마라스키노주가 첨가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은도금한 조가비 모양의 아이스크림 그릇을 왼손으로 든 채 숟가락을 입에 물고 눈을 반쯤 감았다.
--- p.85~86
두 사람은 천천히 시작해서 점점 빨리 움직였다. 그들이 빙빙 돌자 주위의 모든 것이 돌았다. 램프도, 가구도, 벽도, 마루도 축을 중심으로 도는 원반처럼 빙빙 돌았다. 문 옆을 지나면서 에마의 드레스 밑자락이 남자의 바지에 감겼다. 두 사람의 다리가 서로의 다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시선을 낮추어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그녀는 눈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마비 상태에 사로잡힌 듯 멈춰 섰다. 그들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작은 더 빠른 동작으로 그녀를 이끌면서 회랑 끝으로 그녀와 함께 사라졌다. 거기서 숨이 가빠 넘어질 듯한 그녀는 잠시 남자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이어서 자작은 여전히 빙빙 돌면서, 그러나 좀 더 천천히 돌면서 그녀를 제자리로 데려다 놓았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몸을 뒤로 젖히고 두 눈에 손을 갖다 댔다.
--- p.87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난당한 선원처럼, 그녀는 고독한 자신의 삶 위로 절망한 눈길을 던지면서 멀리 수평선의 안개 속에서 하얀 돛단배를 찾고 있었다. 그 우연이 어떤 것일지, 어떤 바람이 그녀에게까지 우연을 몰고 올지, 어떤 해안으로 그녀를 데려갈지, 작은 배일지 아니면 3층 갑판의 대형 선박일지, 고뇌를 싣고 있을지 아니면 출입구까지 행복이 한가득일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그날 그 우연이 찾아오기를 바라면서,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깜짝 놀라 일어서기도 하고 우연이 찾아오지 않은 것에 놀라곤 했다. 그리고 해가 지면 언제나 더 슬퍼져 내일이 오기를 바랐다.
--- p.102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아 버려 그 기쁨을 백배로 늘려 주는 소유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그가 그녀에게 싫증이 난 것만큼 그녀도 그가 지겨워졌다. 에마는 간통 속에서 결혼 생활의 모든 진부함을 다시 발견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녀는 그러한 행복의 저속함에 굴욕을 느꼈지만 그래도 소용없었다. 습관 때문에 혹은 타락했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큰 행복을 바라다 행복을 송두리째 고갈시켜 버리면서 날마다 더욱더 행복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레옹이 자신을 배반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실망에 대해 그를 탓했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을 할 용기가 없어 그들의 이별을 초래할 파국이 일어나기를 바라기까지 했다.
--- p.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