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프리드만 씨네와 짐을 터질 듯이 가득 싣고 사라지자, 머빈은 앉아서 곰곰이 생각했다. '작별 인사는 무사히 잘 마쳤으니까,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할 때야.'

물론 머빈은 아주 단순하게 자존심을 꾹 누르고, 모두들 돌아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었다. 날마다 문 옆에 앉아서 눈 빠지게 기다리다가 가족들이 돌아오자마자 그들 품 안으로 뛰어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생각만 해도 역겨운 일이었다.

머빈은 문득 이보다 훨씬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지금까지 당한 설움을 씻은 듯 지워 버리고 당장 이 집을 떠나 버리는 것이었다. 머빈은 이 계획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뭔가 빠진 듯했다. 도대체 뭐가 빠진 걸까? 머빈은 뭐가 빠졌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 달콤 쌉쌀한 복수가 빠졌어!

머빈은 당장 '안녕'하고 떠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머빈은 스트레스와 시끌벅적한 변두리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휴가에서 완전히 제외된 그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지 모두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간단히 말해, 머빈은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달콤 쌉쌀한 복수를!

머빈은 말썽꾸러기 고양이이다. 장난의 방법도 여러 가지로 알고 있다. 때로는 아주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장난은 머빈이 가족들에게 보이는 애정의 표현이다. <br/><br/>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모나 가족이 자신에게 기울이는 애정의 정도, 관심의 정도를 늘 확인하고 싶어한다. 특히 형제가 많은 아이들이 더욱 그러하다. 다른 형제에게 기울이는 애정을 질투하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를 늘 알아 주기를 바란다. 그런 아이들은 종종 말썽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려고 한다. 그럴 때 부모는 영문도 모른 채 무턱대고 아이를 혼내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만 아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아이의 마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br/><br/>그래서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고양이의 말썽이 마냥 귀엽고 재미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어 가족과 자신의 관계를 한번쯤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게 해준다. 9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br/><br/>또한 유머러스한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그림 속의 생쥐를 찾는 것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색다른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