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2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298쪽 | 322g | 130*188*20mm |
ISBN13 | 9791185153391 |
ISBN10 | 118515339X |
출간일 | 2021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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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8쪽 | 322g | 130*188*20mm |
ISBN13 | 9791185153391 |
ISBN10 | 118515339X |
쓸 수 없다, 그래도 써야 한다 30명의 일본 유명 작가 마감분투기 『작가의 마감』에 등장하는 일본 작가들은 하나같이 글 잘 쓰기로 너무나도 유명한 대문호들이다. 그들은 펜만 들면 글이 술술 풀려나갈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 마감을 앞두고 쓰지 못하는 괴로움이 한 편 한 편 절절하다. 첫 장을 여는 다자이 오사무는 아니야, 아니야 외치며 원고를 찢고 또 찢는다. 창작을 위해 책 읽을 시간이 모자란다는 나쓰메 소세키도 있다. 아쿠타가와상으로 유명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글쓰기라는 천벌을 받은 것 같다고 토로한다. 또 어떤 것을 쓸지 고민하다가 밤을 지새우는 모리 오가이도 있다.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이 작가들의 마감분투기도 또 하나의 명문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대문호답게 절절매는 자신을 그린 문장도 모두 명문이다. |
1장 쓸 수 없다 작가의 초상 _ 다자이 오사무 슬럼프 _ 유메노 규사쿠 독감기 _ 우메자키 하루오 쓰지 못한 원고 _ 호조 다미오 서재와 별 _ 기타하라 하쿠슈 쓸 수 없는 원고 _ 요코미쓰 리이치 나의 생활에서 _ 마키노 신이치 첨단인은 말한다 _ 호리 다쓰오 잡언 _ 다네다 산토카 위가 아프다 _ 사카구치 안고 시에 관해 말하지 않고 _ 다카무라 고타로 어쨌든 쓸 수 없다네 _ 나쓰메 소세키 의욕이 사그라들었다 _ 요시카와 에이지 2장 그래도 써야 한다 의무 _ 다자이 오사무 책상 _ 다야마 가타이 나는 이미 나았다 _ 사카구치 안고 나와 창작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홀리다 _ 무로 사이세이 한밤중에 생각한 일 _ 모리 오가이 때늦은 국화 _ 나가이 가후 나의 가난 이야기 _ 다니자키 준이치로 신문소설의 어려움 _ 기쿠치 간 독서와 창작 _ 나쓰메 소세키 메모 _ 호리 다쓰오 세 편의 연재소설 _ 에도가와 란포 어느 하루 _ 하야시 후미코 3장 이렇게 글 쓰며 산다 문인의 생활 _ 나쓰메 소세키 나의 이력 _ 나오키 산주고 생활 _ 하야시 후미코 버릇 _ 요시카와 에이지 책상과 이불과 여자 _ 사카구치 안고 원고료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방구 만담 _ 다니자키 준이치로 쓴다는 것 _ 이즈미 교카 푸른 배 일기 _ 야마모토 슈고로 번민 일기 _ 다자이 오사무 일곱 번째 편지 _ 미야모토 유리코 달콤한 배의 시 _ 오구마 히데오 4장 편집자는 괴로워 매문 문답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의 원고 _ 무로 사이세이 편집 중기 _ 요코미쓰 리이치 편집실에서 _ 이토 노에 편집 여담 _ 마키노 신이치 펜을 쥐고 _ 다네다 산토카 소식 _ 이시카와 다쿠보쿠 편집자 시절 _ 우메자키 하루오 편집 당번 _ 기시다 구니오 새하얀 지면 _ 『반장난』 편집부 작가 명단에서 빼버릴 테야 _ 호리 다쓰오 출간 연기에 대해 _ 다니자키 준이치로 추천의 글 _ 장정일 엮고 옮기며 _ 안은미 |
211. 에세이/작가의 마감/나쓰메 소세키 외 29인. 202108. p298
: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모리 오가이, 사카구치 안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에도가와 란포 등등.. 일본 소설을 좋아하고 접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또는 한 번쯤은 한 권쯤은 읽어봤을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가 담겨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읽게 된 책, 작가의 마감.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 간다고 했나? 나는 가수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 독자일 뿐인데..
결국 나도 제목 따라.. 마감을 며칠 넘기고야 말았다..는 핑계를 대본다.. 흑흑
1장, 쓸 수 없다 / 2장, 그래도 써야 한다 / 3장, 이렇게 글 쓰며 산다 / 4장, 편집자는 괴로워
이렇게 총 4파트로 나누어 일본 대문호들의 마감분투기를 모아 엮은 책.
어떻게 이 많은 작가들의 마감에 관한 썰들을 모을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결국 모아 엮기에 성공했는지
엮고 옮긴 안은미님의 아이디어와 노고에 감탄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 :)
각 저자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출생, 이력, 대표작, 사망 등이 작품 앞에 같이 수록되어 있어 부담감이 덜하고
배경 지식을 먼저 쌓을 수 있었기에 참 자상한 편집이구나. 애정을 담아 만든 책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기쿠치 간이라는 이가 세상을 떠난 친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나오키 산주로를 기리며
아쿠타가와 상(순수문학 대상)과 나오키상(대중문학 대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와우! (p120)
읽는 동안 이미 알고 있던, 익숙한 저자들의 문장과 그들의 고뇌를 읽을 땐 반가움과 웃음이 피었고
낯설고 처음 접하는 저자들의 문장과 고뇌를 읽을 때는 오호, 새로운 저자를 알게 됐네! 라며 기쁘기도 했다.
그 중 와닿았고 기억에 남는 몇 문장을 꼽아보면...
<어쨌든 쓸 수 없다네> 나쓰메 소세키
14일에 원고를 마감하란 분부가 있었습니다만, 14일까지는 어렵겠습니다.
17일이 일요일이니 17일 또는 18일로 합시다. (p65)
ㅋㅋㅋㅋ 늦어놓고 이 무슨 당당함인가! 빵 터져버렸다.
<쓸 수 없는 원고> 요코미쓰 리이치
어떤 책에 3월생인 사람은 아침 몇 시간은 혼자 있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맞는 말이다. (p39)
같은 3월생으로서의 동질감과 ㅋㅋ 야행성에 저혈압으로 아침을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3월생이라서였어? 라는 ㅋㅋ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는 소소한 기쁨이 들었달까 :)
<한밤중에 생각한 일> 모리 오가이
비평가 아무개 군의 비평을 읽는 이유는, 그 비평으로 구로다 세이키 군의 그림을 이해하고자 함이 아니다.
나카무라 후세쓰 군의 그림을 이해하고자 함도 아니다. 비평가인 아무개 군의 머릿속을 알고자 함이다. (p99)
뭔가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되었던 문장. 비평을 읽는 이유...
<독서와 창작> 나쓰메 소세키
도무지 시간이 없어 독서를 못 하니 곤란하다. (중략)
남들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까 필시 한가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웬걸, 그렇지도 않다.
학교에 나갈 때가 지금보다 손님이 적고 훨씬 여유로웠다. (중략)
독서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밤에는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드러누우면 금세 잠들기에 잠자리에서 책을 읽는 일도 없다.
정말이지 하루에 책을 읽을 시간이 얼마 안 된다. (p123)
너무너무 너어어어무 공감이 갔던 문장이었다. 오히려 회사 다닐 때 출퇴근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던 것도 같고
아기가 신생아였던 시절이 차라리 더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같고...! (아님. 사실 읽은 권 수를 비교하면 지금이 많긴 많다. 소근소근)
수록된 문장 중 안 읽히는 작가는 몇 장 안 됨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같은 문장을, 같은 페이지를 반복해 읽게 하지만
잘 읽히는 작가의 문장은 정말 술술 읽혔다. 예를 들면 나쓰메 소세키.
얼렁 소장하고 있지만 못 읽고 장식용이 되어버린 그의 작품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지금 읽고 있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언급되어 더 반가웠던 책.
짧게는 오십 년 길게는 백 년이 지난 글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공감이 잘 갔던,
전혀 마감으로 골머리를 앓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이 마감으로 끙끙 앓는 모습에 친근감이 생겼던 책이었다 :)
“ 잡지 편집자들에게 원컨대 내게 보내는 청탁서엔 이렇게 써주오. 모월 모일까지 당신을 죽여달라거나 날더러 죽으라고! 그리고 덧붙여 주서하시오. 마감일을 지켜달라고! ”
이 책 [ 작가의 마감 ] 은 유명 일본 작가들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된다. 전체 글은 크게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1장의 제목은 [ 쓸 수 없다 ] 이다. 진짜 꾀병 아니고, 슬럼프나 질병 혹은 특정 이유로 글을 쓸 수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작가의 괴로움에 대한 글이다. 유명 작가 김훈씨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밥벌이의 지겨움인 것이다. 다달이 대출 이자를 갚듯,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작가들의 괴로움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책이 나온 것일까?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와 [ 도련님 ] 으로 일본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한 나쓰메 소세키는 편집자에게 이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서신을 보낸다.
“ 14일에 원고를 마감하란 분부가 있었습니다만, 14일까지는 어렵겠습니다. 17일이 일요일이니 17일 또는 18일로 합시다. 그리 서두르면 시의 신이 용납지 않아요. ( 이 구절은 시인 조로 ) 어쨌든 쓸 수 없답니다 .”
“ 내일부터 힘내서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쓸 작정이지만, 쓰려고 하면 괴로워집니다. 누군가에게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 자네와 인쇄소가 입을 헤 벌린 채 기다리면 미안하니까 .”
뭔가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편집자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는 듯한 대작가 나쓰메 소세키. 사실 작가같은 예술가들은 뮤즈가 손을 내미는, 혹은 번개를 맞은 듯한 영감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려야하는게 아닐까?
2장 [ 그래도 써야 한다 ] 에서는 글을 쓰는게 너무 괴로워서 위장병에 걸리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치질에 걸리는 극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게 자신의 숙명임을, 피를 토하듯 고백하는 작가의 글도 있다.
1916년 [ 코 ] 라는 글로 나쓰메 소세키에게 극찬받으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2장에서 괴롭지만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게 되는 숙명과도 같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 다 쓰고 나면 언제나 녹초가 된다. 쓰는 일만큼은 이제 당분간 거절하자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일주일쯤 아무것도 안 쓰고 있으면 적적해서 견딜 수 없다. 뭔가 쓰고 싶다. 그리하여 또 앞의 순서를 되풀이한다. 이래서는 천벌을 받을 성 싶다 .”
반면, 도통 글을 토해내지 않는 작가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편집자의 괴로움도 있다. 4장 [ 편집자는 괴로워 ] 에는 어떻게든 책이나 잡지를 출간해야 하는 출판사의 편집자가 원고를 보내지 않는 작가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혹은 작가 스스로가 편집자와 작가의 입장에서 일문일답을 한 글도 있다. 예를 들어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 매문 문답 ] 이라는 글을 썼는데, 편집자와 작가가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입씨름을 하는 내용이다.
" 편집자 : 다음 달 저희 잡지에 뭔가 써주시지 않겠습니까?
작가 : 무리입니다. 요즘 들어 아프기만 해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습니다.
( .. 중략 ..)
편집자 : 하지만 당신 정도의 대작가라면 한두 편 나쁜 작품을 낸들 명성이 떨어질 걱정은 없지 않습니까? "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얼마나 밀당이 많았으면 이런 글을 쓸 생각이 떠올랐을까 싶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글을 토해내야 하는 작가들의 하루 하루가 머리 속에 그려지고, 날짜에 맞춰서 편집을 마무리해야 하는, 그래서 낮과 밤이 없는 편집자들의 고된 생활도 눈에 훤하게 그려지는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 모든 작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감을 대하는 작가들의 자세, 작가의 마감
『작가의 마감』의 출간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끌렸다. 책과 관련된 모든 주제는 언제나 마음을 붙잡는다.
부제는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저자가 무려 30명이다. 나쓰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처럼 익히 이름을 들어본 작가부터, 조금은 낯선 작가들, 거기에 편집부까지.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 직전의 상황과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말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쓸 수가 없다. 해도 되는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의 구별이, 이 작가는 잘 되지 않는다. (p.11, 작가의 초상, 다자이 오사무)
첫 시작은 『인간 실격』으로 유명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글이다. 일본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 자주 생각하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들의 작품과 에세이의 느낌이 다른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진 못했지만, 그간 그렸던 이미지와 『작가의 마감』 속 이미지에 차이가 있어서 신기했다.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은 그의 결말이 주는 인상과 거리가 있다.
무얼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느낀 바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p.96, 한밤중에 생각한 일, 모리 오가이)
마감을 앞두고 고뇌하는 내용들. 작가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글을 써야만 하는데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는다. 만족스러운 글이 써지지 않는다.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느낀 것을, 머릿속에 떠다니는 감상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서평을 쓸 때 매번 느끼고 있으니까.
시간의 경과란 그때그때의 감정이다. 같은 시간이라도 때에 따라 굉장히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놀랄 만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p.197, 쓴다는 것, 이즈미 교카)
마감을 대하는 작가들의 각양각색 이야기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마감을 앞둔 다양한 풍경을 읽는 재미가 있다. 집필 환경에 대한 이야기나, 슬럼프, 편집자와의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관한 책이니만큼 읽고 싶어진 작품도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의 「공기남」이 읽어보고 싶다. 두 명의 탐정 작가의 이야기라는데,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끌렸다. 「책장 식당」이란 일본 드라마도 궁금하다. 두 명의 만화가가 원고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책 속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이 펼쳐지는 드라마라고 한다.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는데다 그게 책 속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니! 완전 재미있을 것 같다.
마감을 앞둔 마음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나 마감 스트레스는 경험한다. 어린 시절 방학 마지막 날 일기를 몰아쓰던 것도 마감의 일종이니까.
지금 이 서평을 쓰는 것도 나에게 있어서는 마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마감』에서의 이야기들이 가까이 느껴지는 편이다.
아, 시간이 더 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마감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