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인도 봄베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찬란하고 매혹적인 역사 미스터리 *듀나 추천!*2018 애거서 상 수상(역사 미스터리 부문)2019 메리 히긴스 클라크 상 수상2019 매커비티 상 수상(역사 미스터리 부문)2019 레프티 상 수상(역사 미스터리 부문)1921년 영국령 인도. 봄베이 유일의 여성 변호사인 퍼빈은 세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세상을 뜬 무슬림 부호의 상속 재산을 정리하던 중 의문의 편지를 받는다. 그의 세 아내가 모두 자기 몫의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 하지만 그들은 무슬림 관습에 따라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운둔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퍼빈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여자들이 유일한 자산마저 포기하고 살아가게 될 현실을 우려하며 부인들을 직접 만나보겠다고 나선다. 세 과부가 함께 살고 있는 저택은 ‘여자 구역’과 ‘남자 구역’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는 구조다. 과부들이 기거하는 여자 구역은 모든 창에 ‘잘리’라고 하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칸막이가 덧대어 있다. 관찰자의 시선에 부인들의 얼굴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다. 이 두 구역을 이어주는 곳은 저택에 단 한 군데 있는데, 거기에는 이런 잘리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어서 합당한 사유가 있는 소수의 허락받은 남성만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과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퍼빈은 부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재산과 권리에 대해 알려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결과 일견 평화로워 보였던 저택에 갈등과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세 아내의 운명은 남편이 임명한 가족 관리인의 손에 맡겨졌다. 퍼빈은 부인들을 위해 일하도록 임명된 가족 관리인이 도리어 부인들 위에 군림하며 부인들과 딸들의 운명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한편 부인들도 퍼빈의 등장으로 그동안 서로에게 숨겨왔던 비밀들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비로소 눈을 뜬다. 바로 이 시점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남자 구역과 여자 구역을 가르는 잘리 칸막이 앞에서!대영제국 경찰이 사건 현장에 불려오고 수사가 시작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남자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상대로 강압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독립과 자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때였기에, 자칫하면 인도인들이 무슬림 여성을 지키겠다고 들고 일어나 독립운동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었다. 여자 순경도 전무하던 시절, 퍼빈은 과부들의 법률 대리인이자 지역의 유일한 여성 변호사라는 이점을 활용해 사건의 내막을 파고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만약 이들 과부들 중 누군가가 범인이라면? 퍼빈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엉뚱한 사람이 잡혀가는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이 여자들을 도와주고 싶다.여자는 여자가 돕는다!“코지 미스터리의 외피를 두른 교묘한 페미니즘 걸작.”퍼빈은 왜 이토록 과부들을 돕고 싶어 하는 걸까? 소설은 퍼빈이 유일한 여자 법대생이었던 1916년으로 돌아간다. 딸을 봄베이 최초의 여자 변호사로 만들고 싶어 하는 진보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똑똑하고 열정적인 퍼빈이 ‘낭만적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그녀는 중매결혼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봄베이에서 천 킬로미터 떨어진 캘커타로 이주한다.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었다는 기쁨은 잠시뿐, 곧 그녀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악몽 같은 현실이 펼쳐진다. 캘커타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꿈은 여지없이 깨지고 한 달의 4분의 1에 달하는 기간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격리되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소설은 20세기 초 인도 여성의 수난사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이 수렁에서 빠져나와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짜릿하게 그려낸다.인도의 다채로운 문화와 관습, 종교를미스터리에 절묘하게 녹여내다!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수자타 매시는 영미권 작가이지만 일본에서의 거주 경험과 자신의 뿌리인 인도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들을 발표해왔다.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은 다양한 문화를 담아내는 그녀의 세심한 손길이 특히 빛을 발한 작품으로 1920년대 인도의 시대상과 풍속을 담뿍 담고 있다. 주인공 퍼빈 미스트리는 파르시, 즉 인도에 거주하는 페르시아 계통의 조로아스터교도이고, 과부들은 여성의 은둔 관습을 엄격하게 지키는 무슬림이다. 또 퍼빈의 단짝 친구인 앨리스는 상류 계층의 영국인이지만 성 소수자로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생활 방식과 관습은 소설을 이루는 탄탄한 토대이자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어 유기적으로 미스터리를 엮어낸다. 1920년대 인도는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저마다 찬란하게 빛나던 아름다운 시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을 억압하는 구시대적 관습이 뿌리 깊게 남아 있고 영국의 식민 통치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암울한 시대이기도 하다. 매시는 이런 미묘한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반영하면서 다양한 배경의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치며 조금씩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는 과정을 아름답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찬란하게 빛나는 인도의 다채로운 문화를 음미하며 매시가 직조해낸 매혹적인 미스터리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