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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운명

꽃과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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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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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652쪽 | 1012g | 142*210*38mm
ISBN13 9791186020036
ISBN10 118602003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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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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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책을 찢어서 외우고 버리면서까지 공부에 매달린 그, 길 위의 잡초들보다 더 비장함으로 운명에 맞섰다. 그리고 해냈다. 그는 어렸을 때의 불행을 이런 냉정함으로 극복하고 우뚝 서서 당대의 석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p.75

그는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저항 없는 예술이 공허하듯이, 그것을 깨달은 꽃의 지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침묵의 저항이었다. 다른 꽃들처럼 봄빛을 다투지 않는 국화를 사랑하고 남의 죄도 품에 안고 노래하며 갔다.
--- p.161

소쇄원은 풍경 하나하나를 느리게 걸으며 글에 밑줄 친 것처럼 읽어야 한다면 식영정은 눈을 들어 동영상처럼 둘러보아야 한다. 가슴을 내밀며 ‘성산별곡’이라도 읊조려야, 미적 감각이 뛰어난 임억령 또한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 p.185

서로가 전쟁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들이었다. 서로에게 아물지 않은 흉터가 된 자들이었다. 입힌 상처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나라를 위해 그 흉터를 다시 지우고자 한 자들이었다. 봄을 기다리는 꽃처럼 겨울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 p.357

진정한 은자는 인내와 고독의 철학자여야 한다. 숙명 앞의 꽃처럼 스스로 굴레를 만들고 그 속에서 속인보다 더한 지혜와 땀과 용기로 피워내야 한다. 욕망을 거두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고독을 승화시켜 시구를 만들고 창의적 일상으로 즐겨야만 해낼 수 있다. 그것이 없다면 실패하고 만다. 그는 스스로 숙명 앞에 섰다. 자신의 뜻대로 살겠노라고 사람들 앞에서 외쳤다. 그리고 그만의 불꽃을 태웠다.
--- p.411

그는 어찌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역경을 딛고 문장에 일가를 이루었다. 일가를 이루는 방법이 독특했다. 일부러 아주 친한 친구 이외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고 고독 속에 자신을 묻었다. 그리고 학문과 문장에 매진했다. 그는 뜻이 아무리 좋고 누가 뭐라 하든 그 뜻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식견이 없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p.441

그는 자신의 신분에 연연하지 않았다. 들풀처럼 기다림의 미학과 소박함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절름발이에 중인, 천인보다 못한 숙명이었다. 통곡도 못해서 인정 받은 사람이었다. 입에 풀칠도 못하는 말단 이속으로 작게 출세한 사람이 크게 만족하는 법을 깨달은, 운명아 비켜라가 아니라 숙명아 어디 있느냐고 정면으로 부딪치며 살다간 사람이었다.
--- p.563

꽃에게 잔인한 숙명은 받아들이는 일일 뿐이다. 어떤 고난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과정이다. 더한 지혜와 땀과 인내와 용기도 오직 수행해야 할 뿐이다. 포기란 단어도, 유행이나 흉내도 사전에 없다. 천재지변도 쉽게 그들의 삶을 꺾지 못한다. 힘 앞에 굽신거리며 아부함도 없다. 사람들처럼 명命 앞에 주저앉지도, 우울증이나 목숨까지 버리는 절망도 없다, 작고 연약할수록 더 강인하고 아무리 작은 꽃도 꽃을 피운다.
--- p.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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