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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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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세밀화가의 친애하는 초록 수집 생활

좋아하세요? 시리즈-02이동
조아나 글그림 | 카멜북스 | 2021년 03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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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에세이 top2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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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26g | 128*188*15mm
ISBN13 9788998599775
ISBN10 8998599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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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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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바라보는 풍경 속 개나리는 또 다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의 개나리는 기운이 넘친다. 개나리 가지가 저렇게 쭉쭉 뻗을 수 있구나 싶다. 사방으로 곧게 뻗은 가지에 널찍이 한 자리씩 자리 잡은 꽃망울은 한층 여유로워 보인다. 스쳐 가는 장면에서도 개나리는 눈에 띈다. 풍경에 어우러지면서도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다. 머무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며 봄을 채운다. 힘껏 가지를 뻗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덕분에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매일 오가는 풍경 속에서 봄을 느낀다. 개나리가 없는 봄은 상상할 수 없다.
--- p.30

작약을 보면 안타깝고 애처로운 마음이 먼저 든다. 언젠가 작약이 지는 순간을 본 적이 있는데 꽃잎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꼭 눈물을 떨구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결혼식 부케로도 자주 사용할 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더 아름답게 밝혀 주는 꽃인데, 지는 순간은 마음이 찌릿할 만큼 처연하다.
--- p.41

덩굴손이 만들어 가는 길을 이파리가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담쟁이덩굴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길이다. 스스로 길을 찾고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이다. 작은 움직임이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자신을 믿고 나아갈 뿐이다. 매일 조금씩 만든 길이 거대한 철판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나의 하루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견고한 길을 만들어 낼 거라 믿는다. 손을 뻗어 방향을 짚고 걸음을 옮긴다. 몸이 움직인 자리에 마음을 피운다. 마음이 착 달라붙을 수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힘을 싣고 단단하게 걸어갈 것이다. 피워 낸 마음이 넓고 푸르게 자랄 수 있도록.
--- p.158

꽃이 피지 않는 열매라서 무화과(無花果)라고 한다. 띵.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무화과라는 이름에 대해 왜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실제로는 꽃이 피지 않는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열매로 알고 있는 주머니 같은 꽃차례가 발달하여 수많은 꽃을 품는다. 심지어 암수한그루로 꽃차례 위쪽에는 수꽃, 아래쪽에는 암꽃이 핀다. 무화과를 반으로 쪼개어 관찰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가 쉽다. 주머니의 껍질 부분이 꽃받침이고 그와 붙어 있는 하얀 과육 부분이 씨방이다. 씨방과 연결된 자잘한 줄기 하나하나가 작은 꽃송이다. 이렇게 무화과는 꽃, 열매, 종자가 하나의 주머니로 폭 싸여 있다. 그야말로 복주머니다.
--- p.220

처음 래디시를 봤을 때는 색이 화려하고 예뻐서 열매인 줄 알았다. 나중에 뿌리란 걸 알고 나서 깜짝 놀랐다. 어쩐지 래디시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매나 꽃이었다면 진즉에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텐데. 눈에 확 띄도록 드러내야 마땅한 아름다움을 땅속에 꼭꼭 숨겨 놓았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빛나지 않는 건 아니니까. 진정 아름다운 것은 눈에 띄지 않아도, 조명을 비추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 p.242

먹물버섯은 갸름한 달걀 모양으로 올라와서 우산을 펴듯 갓을 점점 펼친다. 그런데 녀석의 갓은 이미 펼쳐진 채 축 처져 있다. 갓의 안쪽을 들여다보니 군데군데 새까만 먹물이 차 올랐다. 먹물이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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