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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 YA 퀴어 로맨스 단편집

꿈꾸는 돌-27이동
리뷰 총점9.5 리뷰 21건 | 판매지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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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32g | 140*210*17mm
ISBN13 9788971998984
ISBN10 897199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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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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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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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방울토마토 때문이다.
2학기 기술가정 수행평가 주제는 작물 키우기였다. 급식소 앞에 1학년 전용 화단이 생겼다. 한 그루에 두 명씩 158그루의 방울토마토 화분이 놓였다.
방울토마토 관찰일지라니 초중딩 때도 안 하던 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내 파트너가 21번 우지현이라는 점이었다. 걔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키 크지, 날씬하지, 얼굴도 봐 줄 만하다. 봐 줄 만하다는 건 너무 야박한 평가고, 솔직히 우리 반에서 제일 눈에 띄는 애가 걔였다. 굳이 따지자면 예쁘다기보다 잘생긴 느낌? (…) 입부 경쟁률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밴드부에 보란 듯이 들어간 것마저 재수 없었다. --- pp.13~14, 「고-백-루-프」 중에서

이런 날 비가 오냐…….
철희는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창가에 앉아 수호를 기다렸다. 벌써 40분째였다. 오늘은 철희와 수호가 사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두 사람 모두 기념일 같은 걸 챙기는 부류는 아니었지만, 그즈음 벌어진 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365일, 8760시간, 525600분, 31536000초를 특별히 여기게 됐다.
--- p.41,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 중에서

“오늘 집에 같이 갈래?”
수이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래 마른 애가 더 말라서는 영양실조 걸린 사슴 꼴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하지만 영양실조에 걸린 사슴의 부탁을 거절할 만큼 매정한 사람은 이 세상에 거의 없을 거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수이와 나란히 걸어 학교를 나갔다. 수이는 같이 가자고 하고서는 가는 길 내내 아무 말도 없었다. 문득 이상한 열기가 느껴져 옆을 보니 수이가 울고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수이, 왜 그래? 왜 울어?”
나는 놀라서 물었다. 수이는 길바닥에서 울고 그러는 애가 아니다. 원래는. 그러나 사랑은 ‘원래’라는 말을 걸레로 훔치듯이 지워 내 버리는 법이다. 나도 원래는 매일 질투가 나서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 pp.78~79, 「사랑보다 대단한 너」 중에서

우리는 자기를 마주한 순간부터 하울링을 했을 거예요. 아니면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나를 닮은 이들을 찾으려고 떠돌아다녔을 거고요. 내가 긴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도 언니는 알아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거요. 그리고 언니와 같다는 걸요.
그래서 나는 이제라도 안심할 수 있어요.
언니,
언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요.
--- p.106, 「하울링」 중에서

다인이 이를 드러내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주경은 잠깐 숨 쉬는 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자리에 가만히 섰다. 다인의 맑은 미소에 머릿속이 꺼졌다 켜진 것 같았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새도 없이 경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주경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코트를 가로질러 뛰었다. 날아오는 공을 받아 힘껏 슛을 던진다. 이번에도 득점이었다. 다인은 높이 뛰어오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주경은 심장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농구의 재미구나. 그냥 슛 연습을 할 때랑은 달랐다. 공을 만지며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는 것. 그날 주경의 엄청난 활약에 경기는 2반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 p.113, 「스틸 앤드 슛」 중에서

라슬로는 얇은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를 잠옷으로 입고 있었는데 몸을 뒤척일 때면 그 애의 맨살이 내 몸에 닿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애의 살과 근육, 그리고 뼈마디 하나하나를 모두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따뜻한 체온, 특유의 살냄새, 천천히 오르내리는 몸…… 그리고 그 애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뽀뽀하고 싶었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마음. 그러나 그 마음이 확실해질수록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 p.151, 「나쁜 짓」 중에서

유진이 앞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유진의 책상 옆에 걸린 책가방을 수학 선생님이 지시봉으로 쿡 찔렀다.
“배지가 주렁주렁, 이게 뭐냐? 성소수자 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자 유진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로스쿨 들어가서 인권 변호사 될 거예요.”
선생님은 기가 차다는 듯 이마를 짚었고, 우리는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 p.160, 「솔로 플레이는 이제 그만」 중에서

그래. 나는 미래에게 편지를 썼어. 우리는 책으로 묶을 수도 있을 만큼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지.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아주 가까워졌다는 말이야. 친구가 되었느냐고? 글쎄. 우리가 친구였을까?
과외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가 먼저 내게 편지를 줬어.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서 ‘너와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어’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편지였어. 미래는 나와 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썼어. 왜냐하면 처음부터 내가 계속 신경 쓰였는데 같은 팀이 되어 버리면 나를 신경 쓰느라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대.
--- pp.184~185, 「나의 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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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통해서 나를 사랑하게 되고 그 관계를 끌어안으면서 사랑의 실체를 부드럽게 확인하곤 한다. 그가 거기 있고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어떤 낙관적 전망보다 정확하고 큰 힘이다. 이 책의 작품들은 내가 사라지면 혼자가 될지도 모를 사람과 나누는 간절한 감정들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누구도 우리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외면도 없이 존재와 직면하는 정직한 사랑 이야기다. 인물들은 자신의 무게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구르며 이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더욱 다정한 방향으로 간다.
-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남녀 간의 사랑이 유일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사랑 이야기가 판타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완전히 틀렸다. 지극히 사실에 기반한, 지금도 어느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누구보다 솔직하게 사랑하고, 사랑이 다칠까 봐 마음을 졸인다. 이처럼 현실적인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 (…)
이 책을 읽는 모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자기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한 만큼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해피엔딩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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