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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 양장 ]
리뷰 총점9.4 리뷰 29건 | 판매지수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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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3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16g | 127*193*28mm
ISBN13 9788934991946
ISBN10 893499194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가장 폭력적인 시기 독일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누군가는 반드시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에 놓인다.


소설이 역사적 증언이 될 수 있을까? 소설은 허구성에 바탕해 쓰이지만, 훌륭한 작품은 그 어떤 사료보다도 당대 현장을 생생히 전한다. 나치에 쫓기며 집필 활동을 한 유대인 작가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의 장편소설 『여행자』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소설은 체계적 유대인 박해의 시발점인 ‘수정의 밤(Kristallnacht)’을 배경으로 한다. 유대인 박해가 합법이 되어버린 독일을 벗어나려고 전 재산을 여행 가방에 담은 채 전국을 떠도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치를 피해 유럽을 떠돌다 끝내 죽임을 당한 작가의 실제 모습과 맞물려 독자에게 강력한 실감을 안긴다. 작품이 너무 생생했던 탓일까? 『여행자』는 독일국립도서관 문서실에 잠들어 있다가 2018년에야 저자의 모국어인 독일어로 출간되었고, 『안네의 일기』(1942~1944)보다 앞서 집필된 유대인 당사자가 쓴 최초의 소설인 만큼 기념비적인 고발문학으로 주목받았다.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180마르크.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이 정도면 나라를 뜰 수도 있을 거야. 아직 뜰 수 있다면 말이지.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는 떠날 생각이 없었다. 재산을 지키고 싶었다. 이렇게 졸지에 뺏길 순 없어. 암, 안 되지.
다 잘된다면 내일 베커가 8만 마르크를 가지고 올 거야. 그는 희망에 부풀었다. 거기에 더해 집값으로 1만 마르크를 현금으로 받아. 운이 좋으면 손해를 좀 보더라도 저당권을 팔 수 있을 테지. 질버만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나는 여전히 꽤 부자야. 그는 이런 결론을 냈다. 가난한 반유대주의자들은?가난한 반유대주의자들이 정말 아직도 있다면?온갖 단점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유대인이랑 처지를 바꾸려고 할 거야. 이런 상상을 하자 마음이 좀 가벼웠다. 그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번 해봐야 해. 하지만 그들이 왜 처지를 바꾸겠어? 돈만 빼앗으면 부유한 반유대주의자가 되는데.
--- p.50

객실에 도착해 다급하게 문을 잠그고, 생각에 잠기려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유대인이 맞더군요.” 싸늘하게 설명하는 종업원 목소리가 들렸다. “유대인이 맞더군요…….” 종업원에게는 물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유대인 체포란 손님이 주는 팁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다반사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유대인이 체포됐다. 유대인이라서.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종업원이 볼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기 묵으면 안 되겠다. 질버만은 이렇게 결심하고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넓은 객실을 둘러봤다. 여기서는 절대 자면 안 돼. 어쩌면 한밤중에 나를 침대에서 끌어낼지도 몰라. 그러는 와중에 소음이 약간 발생하면 투숙객들이 깨서 문을 열고 룸메이드에게 무슨 일인지 물을 테고, 그러면 아마 이런 대답을 들을 것이다. “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 방금 유대인 한 명이 체포됐어요. 그게 다예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아, 그렇군요……. 그런데 체포하면서 이렇게 요란스러워야 하나요?”
--- p.67

“저는 가게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흐느껴 울고 싶을 때도 가끔 있었어요. 정말입니다. 모두 오래전부터 알던 지인이었어요. 전우 모임, 카드놀이 클럽, 동업조합 등이었죠. 저쪽은 모두 예전 친구인데, 당신은 홀로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신과 뭔가 함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당신이 그들 중 한 명을 만나면, 그가 모른 척하는 모습을 안 보려고 당신이 먼저 고개를 돌린다고 말이지요. 저는 어디로도 갈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또 속을 끓일 거라고 늘 생각했지요. 저 아이와는 함께 학교에 다녔고, 또 다른 사람과는 직업교육을 받았거나 단골 술집에서 같이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지금은 당신이 형체도 없는 공기가 된 겁니다. 나쁜 공기요!”
--- p.170

“그래요. 자, 이제 당원증을 보여주시오!”
뚱뚱한 남자의 마지막 말은 날카로운 명령이었다. 노동자는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당원증을 꺼내 상대에게 내밀었다.
뚱뚱한 남자는 당원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소. 앞으로는 행동 조심하시오! 당신에게도 적용되는 조언이오!”
그는 여자에게도 말한 뒤 서류 가방을 들고 객실을 나갔다.
모두 놀라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하마터면, 하마터면. 질버만은 생각에 잠겼다. 심장이 쿵쿵 두방망이질했다. 위험이 가장 적다고 믿기만 하면 언제나…….
--- p.225

“당신, 독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는 난민이에요. 유대인이라고요. 체포될 위기였습니다. 나를 강제수용소에 가둘 거예요.”
“우린 당신이 여길 통과하게 둘 수 없습니다. 따라와요!”
남자가 질버만의 팔을 잡고 숲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질버만을 발견한 경찰은 둘이 이야기하게 두고, 질버만의 가방을 집어 들었다.
질버만은 큰길에서 멈춰 섰다.
“가지 않을 겁니다! 여기 남겠어요! 당신들은 이럴 권리가 없어요. 이러면 안 됩니다! 지금 나는 자유국가에 있는 겁니다!”
“당신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쫓기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모든 사람이 벨기에로 올 수는 없습니다!”
--- p.242

기차에 유대인이 너무 많군. 질버만은 생각에 잠겼다. 이러면 우리 모두 위험해질 텐데. 당신들,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화롭게 살수 있었을 거라고. 당신들 때문에 내가 불행 공동체에 빠져버렸잖아! 나는 보통 독일 사람과 다른 점이 전혀 없지만, 당신들은 정말 다를지도 몰라.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고. 그래, 당신들이 없었다면 나는 쫓기지도 않을 거야. 평범한 시민으로 살 수 있을 텐데. 당신들 존재 때문에 나는 뿌리 뽑힐 거야. 우리는 서로 아무 상관도 없는데 말이지!
--- p.251

질버만이 일어나서 말했다.
“여기 있지 않을 거야. 떠날 거라고……! 7시에 아헨 행 기차가 떠나……. 8시 10분엔 뉘른베르크 행이……. 9시 20분엔 함부르크 행이……. 10시엔 드레스덴 행이……. 기차가 아주 많지……. 수없이 많아……. 난 떠날 거야!”
“그거 너 속임수지.”
슈바르츠가 확신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와. 같이 소리치자. 유대인 나가라…….”
--- p.36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안네의 일기》보다 먼저 집필된, 유대인 박해의 증언
“세상은 잊었다. 우리가 시민이던 시절을.”


1938년, 나치 돌격대와 지지자들이 유대인 상점을 깨부수고 약탈한 ‘수정의 밤’ 사건이 벌어진다. 더 놀라운 것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재산을 뺏고 체포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사실이다. 성공한 유대인 사업가인 오토 질버만은 하루아침에 도망자로 전락한다. 위험이 목전에 닥칠 때까지도 질버만은 이렇듯 야만적인 일이 20세기 유럽에서 벌어진다는 걸 선뜻 믿지 못한다. 그러다 나치 지지자들이 자신의 집에까지 찾아오자 급히 재산을 처분해 도주에 나선다. 그가 믿는 것은 유대인 특징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얼굴과 여행 가방에 든 거액의 현금. 출국의 기회를 잡을 때까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질버만은 기차를 타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에 끝없이 티켓을 끊어독일을 배회한다. 기차에서 그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난다. 독일군 장교부터 열성 나치 지지자, 침묵하는 시민, 도주로를 찾으려는 유대인 수공업자, 혼란을 틈타 사업 기반을 마련하려는 기회주의자까지……. 결국 질버만은 사업 파트너였던 아리아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독일에 갇힌 채 서서히 미쳐간다.

사회에서 배제된 인물의 눈으로 당대 풍경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가치 있지만, 《여행자》의 주제의식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자 보슈비츠는 오토 질버만을 전형적인 약자나 희생자로 그리지 않는다. 아니, 질버만이야말로 작중의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나치의 탄압을 받지만, 박해가 시작되기 전에는 자본가로서 기득권에 속했고, 도망치는 중에도 다른 유대인들과 자신이 엄연히 다르다고 여기며 내심 그들을 책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과 사회의 맨얼굴을 응시하는 시선은 《여행자》의 작가 보슈비츠 자신의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보슈비츠의 아버지도 주인공처럼 부유한 사업가였으며, 그가 기독교로 개종한 까닭에 보슈비츠 역시 개신교 환경에서 성장했다. 유대인으로 분류되어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 전까지만 해도 유대계라는 사실은 그의 가족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공 오토 질버만이 사회를 보는 시각에는 자전적 요소가 짙게 담겨 있으며, 그 덕분에 독자는 사회적 낙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집필 후 80년이 지나 비로소 모국어로 출판된 고발문학
오늘의 차별을 돌아보는 거울이 되다


독일을 탈출한 보슈비츠는 가까스로 영국으로 망명했지만, 독일 국적자라는 이유로 적국인(敵國人)으로 분류되어 오스트레일리아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수용소 생활 끝에 영국으로 돌아오는 배에 탔지만, 이 배가 독일 잠수함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하면서 사망한다. 《여행자》는 보슈비츠 생전에 영국과 미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나 정작 저자가 모국어로 직접 쓴 원고는 수십 년간 잠들어 있게 되었다. 전후 독일에서 이 소설을 출간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소설가 하인리히 뵐이 《여행자》를 출간하고자 출판사에 추천한 적 있으나, 부담을 느낀 출판사 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행자》는 집필 후 80년이 지난 2018년에야 보슈비츠의 친척과 연락이 닿은 출판인의 손을 거쳐 독일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독일의 어두운 역사를 유대인의 시각으로 담아낸 최초의 소설로서 문학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자국의 치부를 다룬 작품임에도 독일 언론과 독자의 찬사를 받았다. 2019년에는 보슈비츠를 기리는 걸림돌이 베를린에 설치되기도 했다.

8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역사적 사실과 내재된 본질을 생생히 전하는 《여행자》를 과거의 이야기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전쟁을 피해 도망친 난민이 줄을 지어 있으며,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못하고 공항에서 기약 없이 심사를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삶 역시 전쟁 전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했으리라. 또한, 2020년대의 우리는 팬데믹 사태를 맞아 타인을 배제하고 낙인찍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여행자》의 주인공 오토 질버만은 안부를 묻는 지인에게 이렇게 답한다. “생각하는 습관을 버렸어요. 그게 모든 것을 견디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집단적인 두려움 앞에 인간은 자신과 타인을 구별해내고픈 충동을 느끼고, 그 충동은 쉬이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옮긴이 전은경은 ‘옮긴이의 말’에서 독자에게 묻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우리’라는 울타리와 그 너머의 타인을 어떻게 구분 지으며 살고 있을까.’ 질버만이 체포당할까 두려워하며 ‘인정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기를 바랐듯, 우리 사회의 약자들 역시 행동하는 양심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회원리뷰 (29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여행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k*****a | 2021.05.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밖을 나갔다왔다가 집에 와서는 새로 설치한 스피커를 틀어두고 책을 읽었다.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책으로 접해도 가늠이 안간다. 특히 친구가 해준 말 중에 유대인 수용소의 관한 얘기가 있었는데 대충 그곳의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상황에서 자살률은 놀랍게도 0%에 가까웠다는 말이다.   사람이 어떤 희;
리뷰제목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밖을 나갔다왔다가 집에 와서는 새로 설치한 스피커를 틀어두고 책을 읽었다.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책으로 접해도 가늠이 안간다.

특히 친구가 해준 말 중에 유대인 수용소의 관한 얘기가 있었는데

대충 그곳의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상황에서

자살률은 놀랍게도 0%에 가까웠다는 말이다.

 

사람이 어떤 희망이나 기대감이 없어지면 어떤 고난에도

감각이 무뎌지는 상태가 된다는 얘기를 해줬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왜곡됐다면 댓글로 알려주길 부탁해

 

무튼 그정도의 무력감이 느껴지려면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아야하는지

감도 안와서 좀 놀랐던 기억이 있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위해 책을 선정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되게 띵 했던 부분은 아래 구절인데

"참 이상도 하지. 십 분 전까지만 해도 내 집, 그러니까 내 재산 일부가 문제였어. 그런데 이제는 내 목숨이 문제로군. 얼마나 급격한 변화인지."

 

이걸 읽으면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사고든 전쟁이든 비슷한 맥락의 혼란을 주지만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별안간 공격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질버만은 그런 식으로 자신을 부정하며 강제적인 여행을 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서평은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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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여행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유*이 | 2021.05.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여행자> ?? 2021. 02. 23 ?? 누가 그를 여행자로 만들었나     이 소설은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던 시기 독일을 배경으로, 유대인이지만 외적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 질버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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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여행자>

?? 2021. 02. 23

?? 누가 그를 여행자로 만들었나

 

 

이 소설은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던 시기 독일을 배경으로, 유대인이지만 외적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 질버만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를 적어나가는 것보다는,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을 적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줄거리는 생략하려고 한다.

나는 유대인을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아요. 관심이 없습니다. 유대인들이 유능한 사업가라는 점에는 감탄하지요.

그들이 뭔가 부당한 일을 겪는다면 유감이긴 하지만 놀라지는 않습니다. 세상사가 다 그래요. 한쪽이 파산하면 다른 쪽은 성공하는 법입니다.

본문 p. 30

질버만과 그의 아내 엘프리데 자신에게 집을 계약하러 온 핀들러에게 위와 같은 소리를 듣는다. 필자가 읽자마자 경악했던 부분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구나 타인의 아픔에는 무관심한 법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래도 되는가?

유대인 박해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그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구금해버리는 '그들'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가?

 

이 책은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행자라고 하면 우린 무엇을 떠올릴까?

신난 발걸음, 활기찬 미소, 밝고 당찬 분위기...

그러나 책 속에서 질버만은 도통 여행자처럼 묘사되지 않는다.

그는 지쳐있고, 불안에 떨며,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행동한다.(실제로 이게 맞기도 하고)

과연 이런 그를 우리는 여행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열일곱 살짜리 젊은이가 자살하는 대신, 자살하라는 조언을 건넨 쪽에 총을 쏘았다. 그래서 그가, 우리 전부가 독일 제국을 공격했다는 거로구나.

본문 p. 51

누군가 나에게 인종을 빌미로 부당한 일을 행사하려고 해서 항의했더니 그게 공격이란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그러나 그 시대에는 이 어이없는 일이 하루가 머다하고 일어났다. 대체 인종이 뭐기에 그들은 그렇게 차별 받아야 했을까. 그저 건실히 삶을 살아가던 질버만은 왜 쫓기는 '여행자'가 되어야만 했을까.

 

이 책은 매우 흡입력 있는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혐오와 차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접해야만 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저때보다 나아졌을까? 우리 사회는, 저때보다 건강해졌을까?

 

과연 지금은 '여행자'가 없을까?

 

당신들 때문에 내가 불행 공동체에 빠져버렸잖아! 나는 보통 독일 사람과 다른 점이 전혀 없지만, 당신들은 정말 다를지도 몰라.

본문 p. 251

필자가 책을 읽으며 경악했던 수많은 구절 중 하나다.

외적으로는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는 질버만. 그는 이제 자신과 같은 유대인들을 원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읽는 내내 착잡하고 속상했던 소설이다.

스포일러가 될까 결말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 글에 담고 싶다.

 

우리는 왜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억압하고 착취하고 못살게 굴며 일생을 보내는 걸까?

우리는 왜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까?

그 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과 해결책을 찾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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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서평: 독일 전역을 정처 없이 떠도는 유대인, 『여행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1 | 2021.05.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수정의 밤’이라는 사건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꽤나 낭만적인 이름으로 보이기도 한다. 거리에 어지러이 흩어진 유리 덩어리에서 유래된 ‘수정의 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난 유대인 박해의 출발점이었다. 독일 외교관인 에른스트 폼 라트가 폴란드계 유대인 헤르셀 그린슈판의 총을 맞고 사망하자, 1938년 11월 9일 전국의 돌격대원과 친위대 등 나치 회원들이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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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밤’이라는 사건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꽤나 낭만적인 이름으로 보이기도 한다. 거리에 어지러이 흩어진 유리 덩어리에서 유래된 ‘수정의 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난 유대인 박해의 출발점이었다. 독일 외교관인 에른스트 폼 라트가 폴란드계 유대인 헤르셀 그린슈판의 총을 맞고 사망하자, 1938년 11월 9일 전국의 돌격대원과 친위대 등 나치 회원들이 유대인 사회를 공격하였다. 유대인이 운영하는 상점, 유대인의 저택, 백화점 등이 약탈당했고 예배당과 묘지까지 모두 훼손되었다. 강제 수용소로 보내지기도 하였다. 유대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며 언제 또 다시 습격받을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 특히 유대인 박해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었기에 그들은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의 『여행자』는 ‘수정의 밤’ 사건을 바탕으로 유대인에 대한 주변 독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한 유대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을 자세히 묘사한 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네의 일기』보다 앞선 고발 문학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 책이 작가 모국어인 독일어로 출간되기까지 8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로 유대인이었던 작가 자신의 기구한 삶 때문이다. 1938년에 ‘수정의 밤’ 사건을 겪은 뒤 곧바로 4주 만에 집필한 『여행자』는 1939년에 영국, 1940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지냈던 저자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맨 섬의 수용소로 끌려갔다.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의 수용소로 옮겨 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귀환하게 된다. 배를 타고 영국으로 귀환하는 길, 독일 잠수함이 쏜 어뢰로 인한 배의 침몰로 저자는 다시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27세의 젊은 나이었다. 원고를 잃는 게 죽기보다 두려웠다고 말한 저자는, 영국으로 귀환하는 배에서 수정된 여행자 원고를 가지고 있었다. 고쳐 쓴 원고를 미리 어머니에게 보냈지만 전달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쓴 초고만 남아 있었을 뿐이다. 2018년, 독일인 편집자가 초고를 다듬어 출간하였고, 『여행자』는 우리에게 왔다. 

 

주인공 오토 질버만은 사업가로, 아내와 함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유대인을 이방인 취급하는 독일 사람들의 태도에 혼란을 느낀다. 독일에 존재하는 유대인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며 같은 유대인을 혐오하기도 한다. 그는 ‘수정의 밤’ 사건 당일, 나치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하룻밤 사이 여행자, 아니 도망자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간신히 도망쳐 수용소에 끌려가는 상황은 면했지만,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집을 떠나 호텔에 묵기로 했지만,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덮쳐오는 불안을 그는 견디지 못했다. 함께 사업하는 친구에게 찾아가 보기도 하고, 국경을 넘는 시도도 해 보고, 아리아인 아내가 피신하고 있는 처남의 집에도 방문하지만 결과는 모두 참담했다. 함께 사업하는 친구는 그를 배신했고, 벨기에 국경을 넘다 경찰에게 붙잡혔으며, 처남은 유대인 질버만을 받아줄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주인공에게 그나마 편안한 장소는 바로 기차 안. 움직이는 기차 안에 있으면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안심한다. 언제까지나 기차를 갈아타며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주인공이 맞이하게 될 최후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 보기 바란다. 

 

『여행자』는 박해받는 유대인을 묘사한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질버만은 유대인이면서도 독일인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기독교로 개종한지도 오래다. 사업가로 부유한 생활을 해 오면서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았기에, 변해버린 상황이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불안에 떨면서도 거리의 유대인을 욕한다. 또한 웃음거리가 된다며 유대인 질버만을 내치던 처남에게 분노의 감정을 느끼면서 기차에서 만난 노인에게는 웃음거리가 된다는 비난을 내뱉는다. 이 얼마나 모순적 상황인가. 질버만의 심리가 당시 독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도 질버만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질버만은 점점 이성을 놓고 악에 받쳐 소리친다. 나는 습격 받은 유대인이다, 법과 경찰은 나를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고 되뇐다. 질번만 스스로를 도망자가 아닌, 여행자로 칭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박해받는 자신은 죄가 없다는 최후의 소신 표현이 아닐까. 

 

“나는 유대인을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아요. 관심이 없습니다. 유대인들이 유능한 사업가라는 점에는 감탄하지요. 그들이 뭔가 부당한 일을 겪는다면 유감이긴 하지만 놀라지는 않습니다. 세상사가 다 그래요. 한쪽이 파산하면 다른 쪽은 성공하는 법입니다.
『여행자』 30p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이제 여행자다. 끝없이 계속 움직이는 여행자.
나는 안전해, 지금 움직이고 있잖아.
『여행자』 24p

 

영원히 이런 식으로 계속될까? 
여행하고, 기다리고, 도주하고? 
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지? 
왜 나를 붙잡고, 체포하고, 때리지 않을까? 
나를 절망의 끝으로 몰고 가 거기 서 있게 만드네.
『여행자』 295p

 

『여행자』의 번역가 전은경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쳐서 여행을 그만두려는 여행자는, 모든 것을 견디기 위해 생각을 그만둔 우리 사회의 유대인은 누구일까.” 팬데믹 시대에, 바이러스의 근원지라며 쉽게 분노 표출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쉽게 타인에게 잘못을 돌리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 태도의 희생양들이다. 이들이 고통받도록 놔두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혐오와 증오의 대상 만들기를 멈춰야 하는 때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여행자』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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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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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 |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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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섯개..6개가 있다면 6개를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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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 | 20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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