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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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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94g | 135*210*15mm
ISBN13 9791196961862
ISBN10 11969618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오로지 나의 개인적 경험에 관해 썼지만, 독자들은 이 페이지들에 그들 자신의 삶이 투영되어 있음을 보았다. 내가 매우 오랫동안 어둠 속에 간직해온 감정들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말하기 두려워하는 것들, 우리가 수치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것들, 이것들은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들이 아니다. 이것들은 결국 우리를 ‘연결해주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나를 또 다른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나의 인생을 글로 쓰면서 나는 고통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예기치 않게도 사랑에 관해 글을 쓰고 있었다.
--- p.14~15,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에게는 밖으로 꺼내야 할 이야기들이 매우 많다. 이것은 그중 나의 이야기다.
--- p.15~16, 「작가의 말」 중에서

중독자를 사랑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그들이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삶의 여러 측면을 뒤치다꺼리해야 한다는 면에서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형이상학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마치 온 힘을 다해 자기 자신을 벽에 들이받는 느낌이다. 자신의 머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아 전부를. 이는 마음을 딱딱해지게 만든다. 최후통첩(술을 끊으세요)과 전적인 수용(어떤 일이 있든 당신을 사랑해요) 사이에 사로잡힌 채로, 중독자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랑을 나날이 다 소진했다가 새로 다시 시작한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아빠를 거부하며 그의 곁을 떠났지만, 매번 실패했다. 나는 끔찍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자를 돌보는 일과 알코올중독자 아빠를 가졌다는 사실에서 오는 정서적 낙진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일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아빠를 동정하기를 오랫동안 거부한 끝에 비로소 나는 내가 상처 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p.38, 「알코올중독에 대하여」 중에서

이 커다란 사랑, 커다란 삶을 종이 위에 말로 옮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낙엽을 쓸면서 서로를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다니 너무 따분해 보인다. 하지만 사랑의 강인함과 사랑의 깊이가 제모습을 드러낼 때는 바로 이러한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이다. 우리는 생물학적인 아이를 가지는 기쁨을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여러 방식을 통해 주위에 아이가 많은 삶을 살 수 있다. 게다가 아이가 없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여러 방식도 있다. 내가 최근 갖게 된 중요한 관점의 변화다. 나는 결핍을 통해 나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여기에서 끝낸다. 나는 내 몸에 대해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여기에서 끝낸다. 나는 그 이야기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여기에서 끝낸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만의 균형을 찾고,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즐기기 시작한다.
--- p.115~116, 「불임의 나날들로부터」 중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종이에 피를 쏟아야 한다는 유명 한 말이 있다. 나는 이 구절을 만든 남성 작가가 타자기 앞에 앉아 텅 빈 새하얀 종이를 쳐다보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는 어떠한 종류의 피를 상상했을까? 자신의 팔뚝 정맥에서 흘러내리는 피? 아니면 다리? 깨진 머리? 짐작건대 자궁경관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피를 매우 많이 경험했다. 생리 기간에 흘리는 피, 임신할 때 흘리는 피, 유산할 때 흘리는 피, 다시는 임신하지 못하게 됐을 때 흘리는 피, 폐경기 전후에 흘리는 피. 이러한 피는 그저 계속 흐르고 나는 그냥 계속 틀어막을 뿐이다.
--- p.141, 「출혈과 기타 죄악들에 대하여」 중에서

피는 더럽다. ‘여성 위생용품’이라는 딱지가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비위생적인 몸을 위한 위생용품. 생리혈은 너무 더러워서 절대 밖에 내보여서는 안 된다. 탐폰과 생리대 광고는 실험실 비커에서 깔끔하게 쏟아지는 산뜻한 파란색 액체를 이용해 제품의 뛰어난 흡수력을 입증한다. 십 대 시절, 나는 소독제처럼 보이는 그 액체가 그때까지 내 몸 밖으로 계속 나왔던 어떤 것과 같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둘이 서로 같다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그게 바로 요점이었다. 내 몸과 내 몸의 피는 금기였다.
--- p.145~146, 「출혈과 기타 죄악들에 대하여」 중에서

나는 여기 있지 않다. 그의 손이 나에게 닿을 때, 그의 손과 입과 그의 몸 전부가 내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말할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여기 있지 않다.’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니까. 절대로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고작 열여섯 살에 불과하고, 엄마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오늘은 평일 밤이고 나는 내 침대에서 이불을 턱 끝까지 덮고 있어야 하지 다른 사람의 침대에서 강간을 당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나는 여기 있지 않다.’
--- p.169, 「나에 관한 어떤 것」 중에서

나는 내가 그 아이에게 뭐라고 말할지 알고 있다. 나는 그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할 것이다. 네가 외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길을 잃었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그런 다음 그 아이는 내가 아니므로, 그리고 동시에 그 아이는 나이므로 그 아이에게 확신시켜줄 것이다. 너에게는 무언가가 있다고. 놀라운 무언가가, 사랑스러운 무언가가, 특별한 무언가가, 아름다운 무언가가, 연약한 무언가가, 강인한 무언가가, 싸울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이다.
--- p.216, 「나에 관한 어떤 것」 중에서

때로 학생들이 상상하는 가장 큰 위험은 무언가를 큰 소리로 말하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은 틀린 것을 말해 주위의 비웃음을 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이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를 바란다. 교실에서조차 자기 생각에 대해 침묵한다면 다른 곳에서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침묵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침묵해서는 안 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교실에서조차 자유로이 말할 수 없다면, 괴롭힘을 당하거나 차별을 당하거나 다쳤을 때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 p.222,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들」 중에서

나이가 나보다 많든 적든 수많은 남성은 내게 젊어 보인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 말이 칭찬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이 말은 절대 칭찬이 아니다. 젊어 보인다고 말하면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남자들은 생각한다. 그들이 보기에 여성에게 외모는 가장 중요한 것이고 젊은 외모는 최고의 외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젊어 보인다고 말할 때, 혹은 내가 너무 순진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할 때, 혹은 내가 종신 재직권을 가진 교수임에도 내게 학생이 아니냐고 물을 때, 이 남성들은 내게서 십 년이 넘는 경력과 전문성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흔히 칭찬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말은 사실은 즉각적인 격하에 불과하다.
--- p.226,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들」 중에서

나는 파괴적인 여성이 되는 것이 두렵다. 또한, 충분히 파괴적인 여성이 되지 않는 것이 두렵다. 나는 두렵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하고 있다.
--- p.247,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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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가치를 몸을 통해 규정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기 자신의 몸을 통해 경험한 세계를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하고 세계에 의미를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 에밀리 파인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 에밀리 파인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저자의 성취는 곧 우리 모두의 자산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몸에서 말이 쏟아질 것이다.
- 권김현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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