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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쪽으로

사육장 쪽으로

: 제4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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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292g | 133*200*15mm
ISBN13 9788954677592
ISBN10 8954677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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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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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모든 것을 가려줄 것이다. 이런 안개라면 발가벗어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 p.15~16, 「소풍」 중에서

그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해야만 했다. 파산 통보를 받은 날까지 시간에 맞춰 서둘러 출근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돈을 벌어봤자 그들에게 다 빼앗길 테지만 일상을 지키는 것은 중요했다. --- p.42, 「사육장 쪽으로」

높이 솟은 건물 그림자가 그들의 어깨 위로 찬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사내는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고개를 뒤로 젖혀도 고층건물에 가려진 밤하늘이 잘 보이지 않았다. 둥글고 기다란 콘크리트 철창에 갇힌 느낌이었다. --- p.82, 「동물원의 탄생」 중에서

그들은 박봉을 견뎌야 했다. 단장의 강압적인 지시와 까다로운 규율도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거울 속에서 마주치는 자신의 웃는 얼굴을 견뎌야 했다. --- p.122, 「퍼레이드」 중에서

그는 불현듯 자신이 아이에 대해 아는 점이라고는 이름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되는 동안 그가 한 일은 회사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 p.156, 「금요일의 안부인사」 중에서

그가 생각하기에 아파트는 이상적인 주거공간이었다. 아파트는 모두가 같다고 상상하지만 실은 전혀 다른 내면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다르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모든 게 똑같아서 어디를 가나 낯설지 않았다. 박은 현대에 있어 개성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다르면 거부감을 주지만 지나치게 같으면 경박해 보였다. --- p.161~162, 「금요일의 안부인사」 중에서

우연은 개인적인 능력이나 노력을 상관하지 않았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부의 정도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우연만큼 민주적인 것은 없었다. --- p.163, 「금요일의 안부인사」 중에서

되풀이되는 일상은 박에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 결국 자신이 원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처음부터 그런 게 있기나 했는지, 이다음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남기지 않았다. 그는 단지 시간에 맞춰 일을 시작하고 식욕과 관계없이 순서에 따라 밥을 먹었으며 산적해 있는 잡다한 일을 처리하려고 시간을 쪼갰다. --- p.187, 「분실물」 중에서

그는 자신의 이력으로는 도시에 있는 직장에 취업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이력서를 보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여전히 변두리의 구직자로 남을 것이다. 그나마 신도시가 완공되면 그가 사는 곳도 도시의 일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게 위안이 될 때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반지하방을 전전하는 생활이 나아질 리 없으리라는 생각에 치욕스럽기도 했다. 그게 뭐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치욕이나 위안이 인생을 바꾸지 못했다.
--- p.206, 「첫번째 기념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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