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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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6쪽 | 268g | 130*190*16mm |
ISBN13 | 9791197124068 |
ISBN10 | 1197124063 |
출간일 | 2021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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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6쪽 | 268g | 130*190*16mm |
ISBN13 | 9791197124068 |
ISBN10 | 1197124063 |
“날개마저 부러진 다리 없는 새는 적막하게 홀로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슬픔 속에 머무는 모든 이를 위한 65편의 시 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시인으로 활동하는 파블로다니엘의 첫 책 『자살일기』가 출간되었다. “우울은 병이 아니라 단지 조금 더 서글픈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죽음과 등을 맞댄 채 자신의 우울을 글과 그림으로 형상화해 스스럼없이 펼쳐 보인다. 그리고는 되묻는다. 당신의 우울은, 당신의 죽음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느냐고. 이 책에 수록된 65편의 글과 그림은 그의 발자국이다. 때때로 휘청인 데다가 발바닥 생채기에서 난 피 때문에 누군가의 눈에는 산만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지만 그는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살아 있어서 남길 수 있는 흔적이기에. |
프롤로그 밤하늘의 발이 밝은 까닭 누이가 있는 그곳에도 눈이 내릴까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 한 그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저는 살인자입니다 아버지의 장례식 다리 없는 새 삶의 규칙 이름 모를 빨간 꽃 피노키오 이야기 아기의 원죄 당신을 닮은 달을 탓할 순 없습니다 새장 안의 세계 안부 지구가 둥글다는 거짓말 양초 나라는 인간 핏빛 바다를 헤엄치는 어류 열두 살 소년의 크리스마스 일기 그녀는 나를 사랑함과 동시에 나를 극도로 경계했다 에덴 자장가 비극 정신 나간 예술가의 인터뷰 우물 속 우울 빛마저 잃어버린 별을 두 손에 올리고 나는 한참을 울었네 가지에 앉아 홀로 우는 새 비애 고양이를 위하여 건배 고양이 이야기 독약 악몽을 건네준 아버지 세상에 나오지 못한 글 그저 이유 없이 당신이 싫습니다 어느 쓰레기 시인 밤하늘의 위로 멈추지 못하는 항해 나는 개새끼입니다 작가의 술주정 바다의 유령 행복/불행 나와 도망가자 벼랑 끝에서 그녀와 나눈 이야기 그날 밤은 참으로 이상했었네 거울 속 악마 보이지 않는 실 여인의 편지 그렇게 죄스러운 날을 맞이합니다 여인의 생애 악몽 불행의 조각 추락하는 모든 것 그것을 놀이라 부르기에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아름다웠지 태초의 인간 십자가 소년이 눈을 감으면 자네는 이상이 없네 그리운 나의 벗 그들에게는 추락 새들에게는 비상 아버지, 죽여 주세요 나는 이따금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곤 했다 너의 입술을 떠나온 말들 색채를 잃어버리다 불행한 인간 별을 세는 아이 에필로그 |
그대, 부디 외롭지 않기를
-<자살일기>를 읽고-
이 책은 타투이스트인 저자가 겪은 개인적인 감정, 특히 우울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적 고통과 외로움을 겪지만 그것을 자기파괴로 치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글과 그림이라는 에술적 형식으로 승화시켜냈다. 그 승화의 결과물이 이 책이 되었다고 한다.
맨 처음 표지를 마주했을 때 인상적인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해바리기과의 식물의 말라비틀어 죽어가는 실루엣이 그것이다. 그러나 비틀리고 휘어진 이파리와 꽃대궁의 검은 실루엣은 오히려 꿈틀거리는 느낌이 든다. 말라비틀어진 이파리끝의 휘어짐은 불꽃의 마지막 일렁거림처럼, 어쩌면 생명력의 몸부림, 살고자 하는 간절한 외침처럼 보인다. 게다가 불그스름한 바탕 위에 드러난 꿈틀거림이라니, 생명에 대한 간절함이라고 해석하는 게 아주 헛짚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표지에서 받은 인상 때문이었을까? 내용도 우울과 고독, 상심에 관한 기록이지만 오히려 이런 기록을 누군가 보아주기를, 이 기록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느껴진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우울이라는 일기장을 굳이 타인에게 펼쳐보이는 이유”는 “내 글이, 내 그림이 외로워하지 않게”해달라는 작가의 소망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지극히 사적인 우울의 기록을 기어이 타인에게 보이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와 같은 독자가 그 감정을 간접체험하거나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우울이 그저 암울하고 회색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미가 있으며 그것을 저자와 함께 발견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성경 종이위에 펜으로 휘갈기듯 그려낸 그림들은 신에게, 아버지에게 존재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하지만 신은, 혹은 아버지로 표현되는 이는 명쾌한 답을 주지 않고 더욱 어려운 질문에만 휩싸이게 만든다. 작가의 사색과 드로잉을 감상하다보면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들게 된다. 비록 누군가는 혹은 작가 자신이 자기의 글을 “어느 쓰레기 시인”(125쪽)의 글처럼 치부해버리고 싶을지 몰라도, 이 글과 그림은 외로운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정서적 반응의 공명을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