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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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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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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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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 20.6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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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54446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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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MD 한마디
[예리한 감각으로 촘촘하게 직조해낸 삶의 문학]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이현석의 첫 소설집. 책에 실린 매 편의 작품들이 이 세계와 사람들에 대해 그가 가졌을 집요한 물음들을 짐작하게 한다. 예리하게 깨어있는 감각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동시에 문학을 읽는 맛 또한 진하게 느끼게 할 책 -소설MD 박형욱
저자 소개 (1명)
두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로, 나는 약 열 달 전부터 여러 번 그것을 쓰려고 시도했다. 등장인물의 나이를, 성별을, 젠더를 바꿔보았고 배경과 상황과 디테일을 바꾸기도 했으며 국적과 시대도 바꿔보았다.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중에서 어쩌면 수연이 그 작품을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수연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이유는 결국 수연이 아닐 수 없음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중에서 임신소식을 전했을 때, 기혼이라도 당혹감과 우울을 숨기지 못하는 산모들, 반대로 뜻밖의 유산에도 안도감이나 위안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다른 세계에서도」중에서 이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어야 하지 않을까. 기약할 수 없는 언제인가가 아닌 지금 당장이어야 하지 않나. ---「다른 세계에서도」중에서 아버지 안에서 라이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영우는 초조해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라이파이」중에서 단 한 번의 돌려차기. 긴 어둠 끝에 나타난 라이파이를 영우가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라이파이」중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같잖소?” 부태복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서 특징적으로 설사 같은 복부 증상이 동반되는 점을 지적했다. ---「부태복」중에서 우쭐해진 기분에 부태복이 자기는 임진강을 건너왔다고 말하자 나쁘지 않던 테이블의 분위기가 돌연 식어버렸다. 사람들이 그를 노려봤고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 한 명은 그에게 귀순자냐며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 ---「부태복」중에서 특히 〈컨프론테이션 1〉은 멀어질수록 또렷해지는 착각이 들어 나는 그 작품을 앞에 두고 자꾸만 멀어져갔다. ---「컨프론테이션」중에서 나는 너 좀 이상해, 라며 피식거렸다. 넌 아니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 한서가 두 손으로 내 뺨을 만졌다. ---「컨프론테이션」중에서 그 소리는 한참 전부터 벽을 넘어 식탁 위를 뒤덮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그의 울음을 듣고만 있던 준모가 중얼거렸다. “그날 이후로, 저 친구 눈빛이 없었어.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디 저 친구뿐이었겠나.” ---「눈빛이 없어」중에서 이를테면, 그때 그 사람은 정말 컷소를 정비하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애초에 난간 아래를 수직으로 응시하던 그는 정말 땅에 핀 꽃을 내려다보았던 것이었을까. ---「눈빛이 없어」중에서 그 언니 후랑크후르트로 간댔나. 거기 가면 집도 주고 옷도 준댔나? ---「너를 따라가면」중에서 1980년 5월 22일의 오후. 정혜는 투명한 팩 안에 조금씩 차오르는 피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한쪽 문이 닫혀야 반대쪽 문이 열린다. 교도소의 출입구는 이런 식이다. ---「참(站)」중에서 “이런 곳을 ‘참’이라고 하는군요.” “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미장일 하던 재소자들이 그럽디다. ‘층계참’ 할 때 그 ‘참’ 말이죠. 어쩌다 보니 저희도 그렇게 부르고 있네요.”
---「참(站)」중에서
묵직한 대의 없이, 거대한 사명도 없이 가끔은 왜 정의가 우리를 저절로 이끄는가, 그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처음 만난 이후로 내게 그런 작품은 바로 이현석의 소설이다. 하물며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을 날마다 확인하는 자에게도 질문이 육박한다. 분명 저 소설의 인물들처럼, 나의 선택과 윤리도 그 자리에 있었던 자가 필연적으로 가 닿을 수밖에 없는 실존이 아니었나. 이현석의 소설은 당연히 사회와 역사에 눈 밝은 작가만이 써낼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겹겹의 내러티브에는 오늘내일만 보는 감각으로는 절대 유지할 수 없는 작가의 집념이 서려 있다.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지독한가, 작품을 읽는 내내 작가의 오기에 질리고 또한 질투를 느꼈다. 소설을 쓰는 일이 그의 현장을 개척하는 일처럼 당연히 치열하리라는 예감이 사실이 된 지금, 작가가 내놓은 첫 번째 작품집은 사건이다. 이 작품집은 새로운 계보의 리얼리즘을 촉발할 것이다.
- 박민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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