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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카페

몽 카페

: 파리에서 마주친 우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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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22g | 128*188*13mm
ISBN13 9791190999052
ISBN10 1190999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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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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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카페에 가고 싶지만, 어떤 카페가 좋은 카페인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너무 화려하고 예쁜 카페는 불편하고, 유명한 카페는 지나치게 붐비고, 촌스러운 카페는 속상하다. 다만 카페를 고를 때 커피 맛보다 더 중요한 것을 꼽자면, 그건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파묻히지도 않는 적당한 쿠션감의 의자다. 말하자면 화목한 가정집에 놓인 식탁 의자 같은 것.
--- p.7

단골 카페는 만들지 못했지만, 딱 한 번 취향에 맞는 카페를 만난 적은 있다. 주택가의 골목 귀퉁이에 숨어 있던 '소박하게'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이름처럼 소박하게 테이블 세 개가 전부였는데, 무엇보다 몸과 시간을 마음 놓고 내맡길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의자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 앉아 해가 저물고 여름이 물러나는 것을 봤다. 가로등이 켜졌고, 고양이 한 마리가 총총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내가 봤던 그때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이렇게 제목을 붙일 것이다.'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남은 것들.'
--- p.9

그렇게 수많은 이유를 붙여 가며 담배를 피웠던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의미 상실'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일이 너무 귀찮아졌다.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면 내 몸에서 나는 식은 담배 냄새가 고약해졌다. 장 그르니에의 말처럼 "담배는 담배 그 자체일 뿐, 즉 타고 있는 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축소돼버렸다. 마침내 금연에 성공한 것이다.
--- p.40

기다림을 없애는 방법은 약속하지 않는 것이다. 혹은 약속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약속을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약속이 아닌 우연이다. 기다림 없이,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모든 이들이 그저 반갑기만 한 것처럼, 사는 일도 기다림 없이 그저 우연히 만난 모든 것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그러나 빨래는 다르다. 빨래는 우연히 멈추지 않는다. 정확한 프로그램에 따라 일정한 시간 동안 세탁기가 작동한 후에야 완료된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혼자서 한 시간 동안 마시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빨래방 앞 카페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그곳에서는 커피가 유독 빨리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가지고 나온 책에 완전히 몰두할 수도 없다. 말했듯이 나는 빨래 도둑들로부터 내 빨래를 지켜야만 한다
--- p.50

“아가씨, 커피 한 잔만 사줄 수 있어요?” 돈을 달라거나 담배를 달라고 했다면 그냥 갔을 것이다. 해가 쨍한 날이었으면 대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날은 비가 왔고, 그 여자가 원하는 것은 그저 커피 한 잔 이었으니까.......
--- p.73

파리에 사는 내내 혼자이기 싫은 날, 혼자서 카페에 갔다. 운이 좋으면 대화를 말끔하게 이끄는 카페 주인을 만나 부담 없이 날씨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같은 작가의 책을 읽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가벼운 눈인사를 건넬 수도 있었다. 또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거리를 바라보는 사람을 보면 아, 당신도 외롭구나, 그렇게 동지애를 느꼈다. 무엇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만큼은 세상과 부대끼지 않고 세상 속에 머물 수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 정도의 거리가, 그 정도의 삶이 좋은 것 같다. 옆 테이블에 앉은 이의 온기를 느끼며, 옆 테이블로 넘어가지 않고 내 몫의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삶.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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