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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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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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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172g | 118*182*15mm
ISBN13 9788932034911
ISBN10 893203491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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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손에는 처음 아버지가 사준 신발과 방금 가게에서 몰래 낚아챈 신발 한 켤레가 들려 있었다. 그때서야 준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생각엔 어머니의 신발을 가져온 그 자리에 아버지가 사준 자신의 신발을 대신 놓고 오려고 했었다. 그러나 경황 중에 바꿔치기한다는 것을 까먹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신발 가게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곱다시 잡히고 말 것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곁에 꼭 붙어 있으라고 신신당부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준호는 가슴속에서 쿵 소리가 나도록 놀랐다. 어떻게 하다가 아버지의 손을 놓친 것인지 그것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 p.29~30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중에 누가 호식당할 사람인지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그걸 알고 있는 상대는 지금 길 한복판에 버티고 있는 산신령뿐입니다. 그러니 그 당사자를 가려내는 방법을 저 산신령님께 일임할 수밖에 없어요. 당신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선택되면 이 차에서 내려서 산신령님의 심판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길만이 남아 있는 모두가 살아남는 길입니다. 대를 위하여 소가 희생되는 것이지요. 아시겠습니까? 방법은 자기 윗도리를 벗어서 산신령님께 한번 던져보는 것이지요. 반드시 어떤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내던진 옷을 낚아채서 마냥 물고 있든지, 아니면 멀리 던지든지, 두 가지 중에 한 가지 태도를 보일 것이지요. 모두 그렇게 하겠습니까?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하시오.” --- p.62~63

“당신네들이 작당하여 나를 저 호랑이 아가리에 집어넣을 작정이겠지? 당신들 호들갑 떨고 있는 속셈을 난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그런데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여? 나를 비롯해서 당신들 모두가 순진한 백성들 사기 쳐서 먹고살기는 매한가지야. 잘난 체하고 변죽을 떨고 있는 넥타이 맨 저 사람도, 썩은 생선 팔고 있는 저 사람도, 멀쩡한 이빨을 썩었다고 거짓말하고 주머니 발기고 있는 돌팔이 발치사도, 북 치고 장구 치며 가짜 약 팔고 있는 약장수도, 원가보다 몇십 배를 불러 폭리를 취하는 신발 장수도, 억울한 백성들 주머니 발라서 배를 불리기는 다 마찬가지야. 물론 나 역시 호랑이 아가리에 대가리 디밀기 전에 돌로 쳐 죽여도 마땅한 놈이야. 그러니 당신네들 제발 잘난 척 좀 하지 마. 당신네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어? 그 모두가 오십보백보야. 거기서 거기란 말이야.” --- p.68~69

“이제 보니…… 한 사람 남았어요.” (중략) 그가 큰 발견을 한 것처럼 손가락으로 준호를 가리켰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건 안 됩니다. 저 아이는 철부지가 아니오. 저 아이의 옷을 벗기면 우리는 살아나도 벌받습니다.” / “옳은 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나쁜 놈들이라 할지라도 저 아이의 옷을 벗길 수는 없지요.” (중략) 넥타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호식당할 팔자를 안고 태어나는 데 어른, 아이가 따로 있겠소? 저 아이의 운세가 어떤지 알고 있는 것은 저 산신령님뿐입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호식될 팔자가 아니란 얘기는 듣지 못했소. 아닌지 긴지는 옷만 벗어 던져보면 알지 않겠소. 내가 저 아이를 내던지자 했소? 우리처럼 옷을 던져보자는 것이오. 내 말이 잘못되었소?” --- p.78~79

“난 저 아이가 신발 훔치는 걸 똑똑히 봤소. 신발을 냉큼 낚아채서 골목으로 뛰는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닙디다. 순진한 애가 아닙니다. 어른 눈 빼먹을 아입디다.” / 발치사의 말이 채 땅에 떨어지기 바쁘게 생선 장수와 약장수가 벌떡 일어나서 짐짝 속에 숨어 있는 준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아이의 윗도리를 벗겼다. 벗긴 옷을 타짜꾼에게 넘기는 데 일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일행 중 누구도 옷 벗기는 두 사람을 만류하지 않았다. 넥타이의 말에 일리가 있었고 발치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거짓말이란 것을 알고 있었어도 믿었을 것이다. 모두 거짓말을 늘어놓지만, 그게 진정 거짓말인지 알아맞히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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