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자인 대학교수가 면역 이야기를 썼다고 하니, 아마도 단순히 면역학을 쉽게 풀어 쓴 교양 과학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고 면역반응은 어떤 원리로 우리 몸을 지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쉽게 풀어 썼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에 주는 함의를 고민해보고, 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 p.12, 「서문 보이지 않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중에서
카이스트에서 면역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이자 교수로서, 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면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려 한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학술적 관점에서 시작할 테지만,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되새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사회적 시선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 p.24~25, 「1강 바이러스VS면역,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전쟁」 중에서
만약 T세포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단백질에서도 좁은 한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이 있는 반면, T세포는 바이러스 단백질 내에서도 여기저기 다양한 부분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바이러스가 설사 변이를 일으킨다 하더라도 T세포의 감시망을 완벽히 빠져나가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 p.102~103, 「3강 의학과 과학이 이룬 백신의 역사」 중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 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적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모두 상호 영향을 주는 관계고 여기에서는 어떤 구별도 필요하지 않다. 코로나19 앞에서는 재물의 정도, 권력의 유무를 떠나 모두 바이러스 숙주가 될 수 있는 신체를 가진 개체일 뿐이고, 모두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으로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백신, 그리고 마스크를 나의 건강을 위한 선택적 수단이 아닌, 사회 모두의 안녕을 위한 기본적인 필수품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 p.127~128, 「4강 마스크와 백신의 사회적 의미」 중에서
백신 거부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백신 거부를 단순히 대중의 무지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나 의료 당국은 철저한 근거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고, 백신의 개발과 보급, 이해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쓸데없이 백신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는 것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 p.131, 「4강 마스크와 백신의 사회적 의미」 중에서
어렵고 복잡한 면역이지만, 이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면역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은 일반 시민, 그리고 내가 가진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고 싶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면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면역학을 바탕으로 질병 치료제를 만드는 생명공학 벤처나 제약 회사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p.202~203, 「7강 내 몸속 언어를 해석하다」 중에서
현대사회는 면역력을 너무 과하게 권장한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며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코로나19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성과들도 뉴스 보도를 통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하루 사이에도 반전을 거듭하는 보도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코로나19를 비롯해 모든 과학 연구 성과와 분별없이 쏟아지는 언론 보도를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 p.222, 「8강 우리가 사는 세계속 면역의 의미」 중에서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은 종식될 것이다. 그리고 더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는 언제고 또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비해 더 강해졌고, 다가오는 미래에는 더욱 발전해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며 지혜와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코로나19 팬데믹은 미래에 올지도 모를 더욱 심각한 신종 바이러스의 백신일지도 모른다.
--- p.227, 「8강 우리가 사는 세계속 면역의 의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