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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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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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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03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22g | 133*194*17mm
ISBN13 9791196595289
ISBN10 1196595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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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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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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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기 쉽고 가녀린 여자, 보드라운 손을 가진 요정 같은 여자, 소리 없이 질서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집안의 자상한 숨결, 묵묵히 순종하는 여자, 아무리 돌이켜봐도 어린 시절 내 주변에서 이런 여자들을 찾아볼 수는 없다.
--- 본문 중에서

한쪽에는 남자들의 길이 있고, 다른 쪽에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길이 있지만,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같은 흐름 속에서 같이 산다.
--- p.23

어머니에게 교육은 빌어먹을 것이자 자유였다. 그래서 내 성공을 막을 수 있는 그 무엇도, 잔심부름과 기운 빠지는 집안일 돕기도 나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그 성공이 나에게 금지도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부모님에게는 어떤 인물이 된다는 것에 성별이 문제되지 않았다.
--- p.54

남자아이들과 나 사이의 불평등, 신체적인 것 외의 다른 차이에 관한 생각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정말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재앙이었다.
--- p.115

오랫동안, 아버지를 제외하고, 어떤 남자아이도, 어떤 남자도, 내가 하는 일에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 p.125

완전무결하다는 오기노식 배란일 계산법을 여자아이들은 모두 수첩에 잘 베껴놓았다. 하지만 소리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것, 존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새끼 새의 부리처럼 항상 열려 있는 자궁과 난소를 길들이기 위한 이 하찮은 달력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 두려움의 힘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스 비극과 라신의 비극은 전부 내 자궁 안에 들어 있다. 온갖 부조리 속의 운명. 어느 햇살 좋은 날, 당신의 인생이 한 방에 끝나버린다.
--- p.134

내가 열입곱 살이었을 때만큼 성적 자유와 눈부시게 아름다운 관능에 가까워진 적은 없으리라. 나는 곧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명백하게 파악한 첫 번째 차이는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언제가 그 차이가 없어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남자아이는 자유롭게 욕망할 수 있어, 하지만 넌 안 돼, 이 아가씨야! 참아, 그게 관례야. 저항하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방어 게임을 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영역으로 구분해, 허락된 영역, 현재 작전이 진행 중인 모호한 영역, 금지된 영역으로 나눈다. 아주 조금씩 포기해 나가야만 한다. 하나하나의 쾌락이 나에게는 실패고, 그에게는 승리다. 상실의 끝에서 타자를 발견하는 체험을 나는 예견하지 못했고, 그건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아이들끼리는, 우리의 '비굴한 행동'을 부끄러워하며 서로에게 털어놓았다. 거기에는 일말의 쾌락도, 자부심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혼자가 되는 쪽을 택했다.
--- pp.134-135

고독이 주는 공포, 언젠가 이것이 나를 사로잡을 것이다.
--- p.141

의심 많고 유치한 자신 외에 다른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았던 그 이기적인 시기를 어떻게 감히 동경할 수 있는가? 결혼 전 여자의 삶을 누구도 애도하지 않는다, 어떤 노래도, 어떤 민속도 기념하지 않는다. 그런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쓸모없는 시기.
--- pp.153-154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만족스럽다. 그러나 스물두 살에, 실제의 얼굴 뒤에 벌써 다른 얼굴, 상상의, 무서운, 시든 피부, 뚜렷해진 주름을 가진 다른 얼굴의 징조가 보인다. 늙는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고독하다.
--- pp.167-168

사랑은 어딘가에 이르게 돼 있다. 소리 없는 사랑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 p.168

결혼은 무엇을 의미했던가. 밤마다 우리는 상상했다. 공부를 마치고, 나는 고등학교에 자리를 잡을 것이고, 그도 하여튼 어떤 사무실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당분간 기본적인 가구만 갖춰진 집에서 살 것이고,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대처해나갈 것이다. 우리의 모든 상상력은 거기서 멈췄다.
--- p.169

결국 나는 고독을 상실할 것이다. 둘이 사는, 가구가 딸린 조그만 방에서 우리가 쉽게 격리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하루에 두 번 식사하기를 원할 것이다. 온갖 종류의 생각드리 스치고 지나간다. 결국 재미없는 삶. 나는 이런 생각들을 내몬다.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자아를 걱정하고, 근본적으로 버릇없는, 외동딸이 하는 생각, 부끄럽다.
--- p.171

월경, 섹스, 그것은 필연적으로 다다르게 되어 있는 것이었지만, 결혼은? 내가 막 경험한 모든 일이 진정으로 원하지도, 완강하게 거부하지도 않은 수많은 일과 비슷하고, 바로 그런 점에서 소설 같은 달콤함을 자아낸다. 이런 날들 가운데 어떤 하루는 시간이 흘러야만 그 의미가 드러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 p.176

왜 둘 중에서 나만 이것저것 해봐야 하나, 닭은 얼마나 오랫동안 삶아야 하는지, 오이의 씨는 제거해야 하는지, 그런 걸 알아보려고 왜 나만 요리책을 탐독해야 하고, 그가 헌법을 공부하는 동안 당근 껍질을 벗기고, 저녁을 먹은 대가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가? 어떤 우월성의 명목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
--- p.181

그는 가사에 얽매이는 여자들을 싫어한다고 나에게 말하고 또 말한다. 이론적으로 그는 나의 자유를 옹호하고, 장보기, 청소기 돌리기 일정을 짜는데, 어떻게 내가 불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p.184

나는 시아버지의 긍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의 자궁이 되어버린, 내 자궁에도 혐오감을 느낀다.
--- p.191

시시포스와 그가 끊임없이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바위, 지평선을 등지고 산 위에 우뚝 서 있는 남자는 그럴듯하게라도 보이지만, 부엌에서 1년에 365번 프라이팬에 버터를 던져넣는 여자는, 멋지지도, 부조리하지도 않다. 그냥 여자의 삶이다.
--- p.214

그러나 여러 번, 공원에서, 유모차를 밀면서, 나는 나의 아이가 아닌, '그의 아이'를 산책시킨다는 이상한 느낌을, 남편이자 아빠인,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를 안심시키는, 위생적이고 조화로운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 말 잘 듣는 하나의 부품이라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 p.222

365를 두 번 곱한 식사, 프라이팬과 냄비 가스에 올려놓기 9백회, 깨트린 수천 개의 달걀, 뒤집은 수많은 고기, 비워 낸 수천 개의 우유팩. 모든 여자가 해야 할 당연한 여자의 일. 곧바로, 그처럼, 직업을 가진다 해도, 내가 음식 만드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매일 하루에 두 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
--- p.226

냉장고 앞이나 카트 뒤에서 느끼는 실존적 구토, 멋진 농담이라며, 그는 웃을 것이다. 그 수련 시절의 모든 것이 내게는 초라하고, 무의미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소한 불평들, 먼지 속에 흩어지는 하소연들을 제외하고, 나는 피곤해, 손이 네 개가 아니잖아, 당신이 직접 하면 되겠네, 집안의 단조로운 노랫가락처럼 이런 말들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데, 그는 그걸 무심하게 들어 넘긴다. 마치 평범한 언어인 것처럼. 혹은 고용주의 마음속에서 둔감하고 무시해도 되는 후렴구로 규정되는 특수 노동자의 항의인 것처럼.
--- pp.228-229

죽치고 틀어박혀 사는 그런 삶을 나는 무던히도 저주하고 저항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런 삶이 나를 가뒀다.
--- p.234

우리는 자신의 삶과 자신이 바랐던 삶을 비교하지 않고, 다른 여성들의 삶과 비교하기에 이른다. 결코 남자들의 삶과 비교하지 않는다, 이건 대체 무슨 생각인가.
--- p.236

놀라운 일은, 그가 항상 나를 설득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일주일에 4일하고도 반나절 동안 집에서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특권을 누리는 여자라고. 그렇다면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부인을 일주일 내내 도우미로 부리는데, 대체 어떤 남자가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 p.248

차이, 어떤 차이? 나는 더 이상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우리는 함께 먹었고, 같은 침대에서 잤고, 같은 신문을 읽었고, 똑같이 비꼬면서 정치 담화를 경청했다. 계획도 함께 짰다. 자동차를 바꾸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하고 혹은 낡은 집을 손질하고, 아이들이 좀 크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똑같은 모호한 욕망을 표현하기까지 했다. 결혼이 서로에게 제약이 됐다고 그가 탄식하기에 이르렀고,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어 몹시 행복했다.
--- p.249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나의 수련 기간은 끝났다. 그 후로는 익숙해진다. 집 안에서는, 커피 그라인더, 냄비 같은 것들이 내는 수많은 자잘한 소리, 집 밖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선생님, 카샤렐이나 로디에 브랜드 옷을 입은 중견 간부의 아내. 얼어붙은 여자.
--- p.24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아니 에르노 작품 세계의 전환점

아니 에르노가 여성의 삶을 쓴 소설, 『얼어붙은 여자』가 번역 출간되었다. 『얼어붙은 여자』는 1981년 출간된 아니 에르노의 세 번째 작품으로, 작가 스스로 소설로 명명한 마지막 작품이다. 따라서 아니 에르노 문학 세계의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에르노는 현실을 변형하는 소설만이 문학이라 여기며, 자신의 경험을 의도적으로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다. 여기서 현실의 변형이라는 말은 자전적 사실을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명사를 수정하고,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들거나 장소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변형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대담하게 깊숙이 파고드는 방식은 작가가 초기 작품부터 일관되게 유지해온 글쓰기의 특징이다. 실제로 그는 『얼어붙은 여자』 이후 출간된 『남자의 자리』에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고백과 함께, 소설적 장치들을 포기하고 오로지 경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아니 에르노는 각각의 작품 속에 글을 쓰는 이유나 방식을 기술해왔는데, 그러한 글 속에서 작가의 독창적인 문학관을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써내려간 『한 여자』를 작가는 “이것은 자서전이 아니며, 물론 소설도 아니다. 어쩌면 문학과 사회학과 역사, 그 사이에 있는 어떤 것”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러한 정의는 아니 에르노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또한, 자신이 경험한 불법 임신 중절 시술을 다룬 『사건』에서, 그가 작가로서 세운 문학의 목표는 투철한 사명감이다. 이는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내 삶의 진정한 목표가 있다면 아마도 이것뿐이리라. 나의 육체와 감각 그리고 사고가 글쓰기가 되는 것, 말하자면 내 존재가 완벽하게 타인의 생각과 삶에 용해되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무엇인가가 되는 것이다.”

초기작인 『얼어붙은 여자』도 이러한 작가의 문학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단순하게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불합리한 역할 차이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사회학 보고서로 읽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방어막 안에 과감하게 자신의 삶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익명의 1인칭 화자를 내세워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엔 보편적이 이야기로 환원한다.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눈치 챌 것이다. ‘얼어붙은 여자’의 이름은 끝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얼어붙은 여자가 될 수 있고, 얼어붙은 여자의 이야기는 모든 여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옮긴이의 말’ 중에서)

2011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된 총서 『삶을 쓰다Ecrire la vie』의 서문에서 아니 에르노는 ‘삶’이라는 명사 앞에 정관사를 붙인 이유를 이야기한다. 나의 삶(ma vie)도 아니고, 그녀의 삶(sa vie)도 아니고, 어떤 삶(une vie)도 아닌, 개인적인 방식으로 체험하지만 삶을 채우는 내용은 누구나 똑같다는 의미에서의 삶(la vie).


어린 소녀에서 ‘얼어붙은 여자’가 되기까지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는 어린 소녀가 성인 여성, ‘얼어붙은 여자’가 되기까지 한 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소녀에서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되는 과정은 문화와 교육으로 만들어진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비합리적인 차이를 발견하고 확인하는 시간에 불과하다.
화자는 작은 상점 겸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바깥일을 공유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남성과 여성에게 정해진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낸다. 오히려 부모는 아이에게 여성스러움을 강요하지 않고, 책을 읽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를 벗어나면서 화자의 눈에 비친 세상은 성별에 따라 역할이 정해져 있으며, 남녀 간의 차이로 가득 차 있다.
보수적인 가톨릭 사립학교의 교육은 편협한 여성의 윤리와 역할, 그리고 모성애를 강조하지만, 사춘기인 화자는 소상공인의 자식으로 학업 성취를 통해 자신만의 확고한 위치를 만들어감과 동시에 성(性)을 발견하고 남성에 대한 동경을 키워간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 성에 대한 욕망 그리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근심은 청소년기 화자를 지배한다.
결혼에 대한 환멸, 그리고 결혼 이후 불확실한 삶에 대한 불안으로 망설이지만, 전통적으로 규정된 결혼 제도 속으로 들어간다. 젊은 대학생 부부의 삶은 남성과 여성에게 규정된 역할의 차이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여행과 사랑보다 더 멋진 것은 없다고 믿던 자유롭던 소녀는 그렇게 얼어붙어간다.

아니 에르노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아니 에르노는 『얼어붙은 여자』를 집필하면서, 남편과 헤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자유를 다시 찾고 이혼을 하기 위해 『얼어붙은 여자』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작가는 『얼어붙은 여자』를 당시 남편에게 헌사했으며, 소설 출간 몇 해 후 이혼했다.
출간 40주년을 맞아 한국어로 번역된 『얼어붙은 여자』를 위해 아니 에르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남녀의 불평등한 역할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해왔다. 소설의 시대적인 배경에서 6-70년이 흐른 오늘날에는 남학생들만큼 여학생들도 대학에 다니고, 여성들도 대부분 직업을 갖고 있으며, 피임을 통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는 순간을 선택할 자유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커플로 살아가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단지, 소년과 소녀가 함께 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전통이란 것이 깨어나서 자신의 모델을 강요한다. 말하자면 한 성에 대해 다른 성의 지배와 불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커플이 되기 전에 일 분담, 아이 돌보기, 상호 자유의 문제에 합의해둘 필요가 있다. 커플이 된 후에는 대체로 너무 늦다. 왜냐하면, 함께 살아가는 이 모험에서, 우리는 평등하게 출발하지 않고, 서로의 사랑 속에서도 사회가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부여한 특권들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특권들을 문제 삼고 후대에 넘겨주지 않는 일이야말로 우리, 소녀들, 여성들의 임무다.”

회원리뷰 (14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서평 - 얼어붙은 여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김*재 | 2023.03.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두 권을 묶어서 서평을 쓸까, 아니면 각각 써야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두 권은 결국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에(한 권을 읽으면 다른 책을 떠올렸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에르노의 <그들의 말 혹은 침묵>, 그리고 <얼어붙은 여자>를 한 글에서 동시에 다루게 되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책은 상당히 많이 번역되;
리뷰제목

두 권을 묶어서 서평을 쓸까, 아니면 각각 써야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두 권은 결국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에(한 권을 읽으면 다른 책을 떠올렸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에르노의 <그들의 말 혹은 침묵>, 그리고 <얼어붙은 여자>를 한 글에서 동시에 다루게 되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책은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있다. 그 중 (<레벤느망>이라는 영화로도 접했으며) 이미 읽어 본 <사건>을 제외하고, 나는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기준을 정해 책을 고르고 구입했다. 아니 에르노의 저서 중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은 "빅토르 위고와 알베르 카뮈의 소설에 열광하며 동경하던 소녀. 그 소설들과 소녀가 매일 마주하는 끔찍한 일상의 접점은 영영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 와 "빈 종이 앞에서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출신과 고등교육 사이의 거대한 간극, 자신의 성을 이유로 한 차별과 모순과 한계 뿐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소녀가 느낀 부조리의 감각. "이라는 알라딘 소설MD 권벼리 님의 소개글을 보고 고르게 되었다. <얼어붙은 여자>는 "실제로 그는 『얼어붙은 여자』 이후 출간된 『남자의 자리』에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고백과 함께, 소설적 장치들을 포기하고 오로지 경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라는 책소개를 보고 구매했다. 이때 아니 에르노가 작품에서 주로 다루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과 감정'이 여성 서사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조금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여성이 썼으며, 여성이 주체가 되어 진행되는 이야기가 여성 서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에게는 보다 다양한 유형의 여성 캐릭터와 여성 저자가 필요하다. 나는 반드시 작품 속에서 성장을 이뤄내고 성공을 쟁취하는 여성 캐릭터뿐만 아니라 좌절과 실패를 겪는 여성 캐릭터 또한 우리에게는 지극히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2022년 가을, 아직도 우리에게는 많고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가 필요하고, 더욱 여성에게 귀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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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민음사에서 펴낸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을 보면, 작품 속의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처럼 사춘기 청소년 특유의 불평을 끊임없이 늘어놓고 있다는 유사점이 있으나, 그 기저에 깔린 원인은 전혀 다르다. 홀든은 낙제와 퇴학이 가져오는 권태와 좌절 속에서 고민한다면, 이 소설의 '나'는 자신이 사회와 부모님으로부터 기대받는, 그리고 자신이 성취해 낸 '고등학생'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정작 자신에게서 영영 떼어놓을 수 없는 '노동자 계층' 사이의 간극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속의 '나', 즉 안은 부모님이 원하던 지위를 쟁취해도, 아무리 카뮈를 많이 읽어도, 부조리함을 느끼더라도 구조적안 문제 속에서, 그 견고함에서 헤어나오는 데 실패하고 만다(결국 '나'는 에세이를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소설은 끝이 난다).

그들의 말 그리고 침묵에 나오는 '나' 의 말은 소설의 정돈된 문체와는 다른 양상을 띈다. 청소년 특유의 신랄하고 '날것'에 가까운 말투. 그 덕분에 우리는 '나'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간극과 자괴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수많은 압박감에 시달린다. 사춘기 소녀로서 남자친구를 만들고 성경험을 해야 한다는 나이와 또래 집단이 주는 압박, 더 많은 성취를 원하고, 재정적인 부담을 여실히 드러내고, 남자를 만날까봐 전전긍긍하여 옷차림을 하나하나 신경쓰는 부모님의 압박, 그리고 자신이 태생적으로 처해 있는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탈피하고자 하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오는 압박. '나'가 겪는 압박감과 답답함, 조급함은 청소년기를 겪고 있고, 이를 지나온 여성이라면 모두가 겪었을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나 역시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나'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단숨에 읽어내리고, 가치관과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뀌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되어도 여전히 자신을 둘러싼 외부 세계는 그대로다. 우리는 이 구간에서 숨이 턱 막히는 간극과 절망을 느낀다. 나 역시 책을 읽고 세상이 뒤바뀌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고, 이후에는 인과관계가 뒤바뀌어 오히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책을 읽게 되었다. 부모의 요동치는 기대치(돈을 벌기를 원하다가 갑자기 성적이 이게 뭐냐고 화를 낸다)와 집요한 감시('나'에게는 원피스를 마음대로 고르거나 입을 자유조차 없다 - '나'는 소년이 아닌 소녀이므로)에 '나'는 점차 지쳐 간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이 속한 세계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점차 확장되면서, 그리고 소설가라는 꿈을 본격적으로 간직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마음은 끊임없이 요동치지만, 이를 안정시켜 줄 집이라는 안전한 환경은 없다.

'나'는 또한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자 한다. '나'는 원피스를 입고 여러 포즈를 취해 보거나, 어느 남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자 매우 뿌듯해한다. 그리고 '나'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을 시도하고(자신은 그다지 예쁘지 않기 때문에 상대를 고를 자격이 없다고 말하거나, 미숙하기 때문에 싫다는 의사를 제대로 내비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우정을 잃기도 한다. 자신의 미숙함과 어설픔을 그대로 드러낸 '나', 혹은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인 소설은 그 누구의 것보다 대담하고 용기있다.

"작문 과제를 절대 마치지 못할 텐데, 교사는 내게 빵점을 주겠지. 바로 그 교사가 이런 말을 한다. 삶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삶을 변화시켜야 해요. 그런데 저 여자는 저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이 소설은 끝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끝이 난다. 사실 수많은 소설은 문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채로 결말이 나곤 한다. 이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말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절망적인 메세지를 닻처럼 날카롭고도 무겁게 던져주지 않던가? 부조리극처럼 현실 속에서는 수많은 모순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에는 소설 속의 등장인물보다 우리 개인은 압도적으로 무력하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면에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는 말과 같다고 여긴다. '나'는 분명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던져주는 무력감에서 탈피하는 과정으로부터 수많은 상처를 입고, 자괴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가 주는 청소년 특유의 '날것'의 에너지와 말투는, 분명 이와 끝까지 싸워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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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레모에서 펴낸 <얼어붙은 여자>는 아니 에르노에 의해 소설로 분류되었지만, 많은 독자들은 이를 논픽션, 자전적 이야기로 분류한다. 이는 "오직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쓴다"는 아니 에르노의 문학 세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특권들을 문제 삼고 후대에 넘겨주지 않는 일이야말로 우리, 소녀들, 여성들의 임무다."

저자가 느낀 성별 간의 간격과 페미니즘적 인식은 서문에서부터 뚜렷히 나타난다. 여성들도 남성과 '표면적으로는' 동등한 지위를 가진 것처럼 보인 2022년,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차별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남녀 차별은 사라졌다, 여성이 더 존중받는 시대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단적인 예시로 사범대학에서는 "임용고시에서 남자는 무조건 유리하다"는 발언이 강의 내내 전혀 부끄러움 없이 들려온다. 그 강의에서 우리는 남학생이 성적 측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통계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피임은 수많은 여성을 해방시켰지만, 여전히 임신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여성이다. 더 많은 가사노동을 하는 것도 여성이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결코 평등하게 출발하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가 가게 운영을 담당하고 아버지가 가사일을 담당하면, 어쩌면 '독특한' 환경에서 자라난다. '나'는 오히려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어머니는 아름답고, 활기차고, 두려움이 없으며 많은 독서를 하고 상상력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나'와 꼭 맞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나'는 자라나면서 다른 집의 완벽한 어머니들과 자신의 어머니 사이의 간극을 느낀다, 아니 느껴야만 했다. 어머니는 친구의 시선에서 '정상적인 어머니'가 아니었던 것이다. 단적인 예로 친구 브리지트의 경우, '나'의 집에 쌓인 먼지를 보고 경악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여성지에 실린 살림의 비결을 '여성을 속박하는 굴레'로 칭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그 성공이 나에게 금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부모님에게는 어떤 인물이 된다는 것에 성별이 문제되지 않았다."

'나'의 이러한 성장 환경은 '남녀는 평등하다', '남녀가 해야 할 일은 구별될 필요가 없다'는 자연스러운 인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외부 세계는 이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가만히 둘 리가 없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어머니의 일', 즉 가사 활동을 '희생'으로 규정하고, 소녀들 또한 그러한 능력을 습득할 것을 권한다. 브리지트는 퓌레를 만드는 아버지에게 "그걸 아버지가 만드세요?"라는 가시 돋친 질문을 하여 '나'로 하여금 경악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와 대비되는 브리지트는 그 시대에 걸맞는 '모범적인 어머니'와 함께 사는 소녀로, 자신 또한 어머니를 도와 가사에 매우 익숙한 소녀로 등장한다. 사람들은 아직 어린 소녀에게도 브리지트처럼, 어쩌면 브리지트의 어머니처럼 완벽한 가사 수행 능력을 바라고 요구한다.

"우리 집이나 학교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격려하지만, 그들과 함께 있으면 그런 성공은 오히려 결점이 되어버린다. 그들은 성가신 애가 하나 또 있다면서 경계하고, 책벌레를 끔찍이 싫어하며, 주눅이 들어, 완벽한 여자아이 만세! 거리낌 없이 외친다."

<그들의 말 혹은 침묵>에서와 같이 '나' 역시 어린 소녀에서 여자로 탈피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친구들끼리 성적인 얘기를 하고 키득거리거나, 몰래 친구로부터 받은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결코 평등하지 않음을 직감하고, 남자로부터 선택받은 것을 기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게도 '자신들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직관이 있는 여자아이들에게는 발언권이 없다. 용기 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남자아이들에 의해 말은 싹둑 잘려나가기 마련이다. 또한 '똑똑한 여자'는 오히려 남녀관계에서 '결점'이 된다(오늘날에서도 이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에도 연애 관계와 하등 상관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똑똑한 여자를 깎아내리려 애쓰고 맨스플레인을 하던 수많은 학우들이 있었다.(물론 그 설명의 내용은 전부 틀렸다). "어쪄면 똑똑하다는 것은, 그들에게 진짜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는 얼마나 멋진 일인가!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주는 불확실성 앞에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나'가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배경이 '나'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주변에는 무슨 직업을 골라야 하는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지보다 어떠한 학업 과정을 태할 것인지를 태평하게 고르는 학생들이 가득하다. 나 역시 단순히 '"주변 학교 교복이 못생겨서" 공부를 시작해 외고에 갔고 대학에 왔다'는 어느 선배의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 학비를 생각하지 않고 교복 때문에(다른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이지만...) 특목고를 간다고? 나는 특목고를 갈 형편이 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중학생 때 공부를 놓아버린 경험이 있다(나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시작했고 어쩌면 그 때문에 배로 고생했다). 대학에서도 응급실에 간 날 내일 아르바이트를 가기 위해 입원해서 검사하자는 권유를 거절해 본 경험이 있고(강박적으로 책임감이 강해서이기도 했다), 압박감 때문에 보통 정량의 4-6배 정도의 편두통약을 매일 먹었다(다행히도 지금은 완쾌했다. 얼마나 기적과 같은 일인지!). 나 역시 '나'처럼 대학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여성을 위한 공부와 남성을 위한 공부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된다."

"선생은 '여자에게' 정말 멋진 직업이다, 열여덟 시간의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 있고,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기 좋은 많은 방학, 꿈, 요컨대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고통을 주지 않는 직업, 자아를 '실현'하는 여성, 돈을 번다, 훌륭한 아내이자 훌륭한 엄마로 남는다, 그러니 누가 이 직업에 대해 불평하겠는가. "

여전히 대학에서도 남녀차별은 만연하다. 학부생 때 미투 운동으로 학교 전체가 매우 큰 충격을 받기도 했고,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범대생이라면 당연히 남자가 유리하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는다(정작 여학생들은 임금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 임용고시를 본다). 심지어 여성 교수님에게도. 나는 키가 작아서 굽이 높은 힐을 신을 것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또한, 취업사진을 찍을 때면(나는 그 당시 단발이었다) 머리를 어떻게든 올백으로 넘기고, 풀메이크업을 하고 속눈썹을 붙인 채로(전부 처음 해 봤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블라우스와 자켓을 입고 포토샵으로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든 사진을 받기 위해 우리는 7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다(다들 그렇게 하니까). 이때, 면접이 있으면 새벽에 나와서 이와 똑같은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대여를 받을 것을 업체에서 종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비용을 대체 어떻게 지불하란 말인가? 지금은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지만, 여성에게는 안경을 끼는 것도 '단정하지 못하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지양하라는 사회적 압박이 있다. 그럴수록 나는 꿋꿋하게 내 안경을 쓰고 다녔다. 교대의 경우도 그렇다. 학생들을 상담하거나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뵐 때면, 충분히 서울대를 갈 수 있는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집안 때문에 선택권이 없어서 별 수 없이 교대에 진학해야 하는 경우를 수도없이 본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지호는 집 근처 교대에 등록하는 대신 아버지 몰래 서울대에 등록하고 야반도주를 하는 것을 선택한다.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눈치챌 것이다. '얼어붙은 여자'의 이름은 끝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얼어붙은 여자가 될 수 있고, 얼어붙은 여자의 이야기는 모든 여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에르노는 1960-70년대에 청춘을 보냈다. 나는 2010년대 중반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이들이 가부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기존의 제도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나, 그 누구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틀"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끊임없이 분노하고, 끊임없이 위험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아니 에르노의 말처럼, "그 특권들을 문제 삼고 후대에 넘겨주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 분투할 의무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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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자의 삶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s*****4 | 2023.02.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그녀의 어머니는 언제 어디서나 독서에 몰입하고일을 하지만 책을 읽는 사소한 일탈에 빠지는,"상상력을 갖는 건 좋은 거야"는 말로 딸에게세상을 통하는 문을 열어준다1940년생 아니에르노와 그녀의 어머니는 박완서작가와 어머니의 모습과 비슷하다 전시회며 가난하고 불구인 사림들을 방문하는 자원봉사를 다니며세상이란 거기에 뛰어들고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걸 어머니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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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머니는 언제 어디서나 독서에 몰입하고

일을 하지만 책을 읽는 사소한 일탈에 빠지는,

"상상력을 갖는 건 좋은 거야"는 말로 딸에게

세상을 통하는 문을 열어준다

1940년생 아니에르노와 그녀의 어머니는 박완서작가와 어머니의 모습과 비슷하다



전시회며 가난하고 불구인 사림들을 방문하는 자원봉사를 다니며

세상이란 거기에 뛰어들고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걸 어머니에게 배운다

부모님의 역할분담은 평등했고

자식이 대단한 사람이 되길 기대했고 어떤 인물이 되는 것에 성별이 문제되지 않았다



'어떤 존재를 사랑하는 것은 그와함께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라는 까뮈의 말로 미래의 늙음조차 빛나는 날을 비추었지만

결혼이란 시간이 흘러야만 그 의미가 드러난다

헛된 기대였다


자식의 교육과 남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부엌에서 1년 365번 프라이팬에 버터를 던져넣는 여자는 멋지지도 부조리하지도 않다 그냥 여자의 삶이다'


나는 나의 아이가 아닌 그의 아이를 산책 시킨다는 느낌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를 안심시키는 위생적이고 조화로운 시스템속에서 움직이는 말 잘 듣는 부품이라는 이상한 느낌.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수련에 익숙해진 얼어붙은 여자.

더는 숨길수 없는 주름, 쇠락이 바로 앞에 와 있는

이미 그런 얼굴이다.

불편하고 화가 나고 정신이 깨어난다
어떻게 살아야하는걸까


#얼어붙은여자

#아니에르노

#프랑스소설

#자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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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얼어붙은 여자] 프랑스 버전 '82년생 김지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23.02.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년 말부터 시작한 아니 에르노 전작 읽기의 끝이 보인다. 이제 <한 여자>, <여자아이 기억>, <칼 같은 글쓰기>만 읽으면 국내에 출간된 아니 에르노의 책은 전부 읽은 셈이 된다. 한 작가의 작품을 한 번에 몰아서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는 자전적인 것이 많고, 작가와 작품의 거리가 짧은 만큼 독자인 나에게 전해지는 자극이 커서,;
리뷰제목


 

작년 말부터 시작한 아니 에르노 전작 읽기의 끝이 보인다. 이제 <한 여자>, <여자아이 기억>, <칼 같은 글쓰기>만 읽으면 국내에 출간된 아니 에르노의 책은 전부 읽은 셈이 된다. 한 작가의 작품을 한 번에 몰아서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는 자전적인 것이 많고, 작가와 작품의 거리가 짧은 만큼 독자인 나에게 전해지는 자극이 커서, 이토록 강렬한 독서 체험은 이번이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얼어붙은 여자>는 아니 에르노가 1981년에 출간한 세 번째 책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주변에서 보았던 여자들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머니와 이모들, 이웃 아주머니들 등 저자가 어릴 때 보았던 여자들의 모습은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가녀리고 우아한 여성들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많이 먹고 마시고, 실컷 자고 열심히 일했으며, 크게 웃고 울고 떠들었다. 저자의 부모는 함께 식당 겸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호방한 성격의 어머니가 주로 청소와 빨래, 돈 관리를 담당했고, 섬세한 성격의 아버지가 요리와 설거지, 딸의 등하교를 도맡았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저자는 남녀의 성역할이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학교에 입학하고 자신과 다른 계층의 아이들을 사귀면서, 저자는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르주아 또는 중산층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의 세계에서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성격과 태도도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남자라면 야망을 크게 가지고 점점 더 많은 성취를 하는 것이 장려되는 반면, 여자는 그러한 꿈을 가지는 것이 장려되지 않았고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남자를 서포트하는 역할에 머무르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저자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을 그렇게(남자의 서포트나 하는 여자로) 키우지 않았다. 하나뿐인 딸에게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교육을 받게 해줬고,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일찍 시집 가서 아이를 키우며 젊은 시절을 보내기 보다는, 안정된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직업을 가지라고 재촉했다. 어머니의 바람대로 저자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고,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았다. 결혼이라는 폭탄이 터지기 전까지는. 

 

대학 졸업 즈음 결혼한 저자는 결혼한 후에도 순조롭게 학업을 이어가서 원하던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곧바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교사의 꿈은 점점 멀어졌다. 문제는 결혼 직후만 해도 저자와 비슷한 처지였던(고학력 대졸 실업자) 저자의 남편은 아내의 서포트와 기혼자, 가장 특혜 등을 누리며 취업, 승진, 연봉 상승 루트를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남편의 성공으로부터 덕을 보기는 했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콩고물일 뿐. 기껏해야 남편이 흘리는 콩고물이나 받아먹으려고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피 땀 눈물 흘리며 공부하고 입시 치르고 취업 준비하는 건 아니잖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18년이나 결혼 생활을 지속했다는 게 대단하고(이 책 내고 1년 후 이혼했다고), 첫째 낳고 어렵게 교사 자격증 따서 교사 일 시작한 후에 학교에 기혼 유자녀인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둘째를 낳는다(?)는 사고방식이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전체적으로 <82년생 김지영>의 프랑스 버전 같기도 한데, 이 책은 1981년에 나왔고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에 나왔다는 거(대체 한국은 얼마나 후진국인 거야)... 지금 프랑스 여성들의 삶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이 시절보다는 나아졌을까 아니면 도긴개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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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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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현실에서 여자가 느끼는 삶의 무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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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t***e | 2023.01.03
구매 평점5점
따라읽는 에르노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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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z*****b | 2021.08.29
평점5점
이분을 이제야 알다니..!! 다른 책도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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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유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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