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뇌’와 ‘남자 뇌’라는 개념은 여성과 남성이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대중적 시각에는 잘 들어맞지만, 과연 과학적 증거에도 부합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내 노력은 약 10년 전 젠더심리학을 가르칠 준비를 하며 우연히 발견한 놀라운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뇌의 한 영역을 남자에서 여자로, 또는 여자에서 남자로 ‘성별’을 바꾸는 데 30분의 스트레스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몰랐다. 이 연구를 읽은 후 몇 년간 나는 폭넓은 연구와 조사를 했고, 성·젠더·뇌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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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는 누구도 감히 인종차별이나 빈곤층의 경제적 지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20세기까지 해왔던 것처럼 인종 간 또는 사회 계층 간의 생물학적 비교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두뇌의 성별 차이는 여성의 열등한 지위를 입증하기 위해 아직도 들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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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택시 운전기사에 관한 연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 이다. 수백 개의 길 이름과 경로를 외운 오랜 시간으로 인해,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해마(海馬)의 용량이 증가했다는 결론을 발표한 연구다. 미로 같은 복잡한 도시의 거리를 운행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택시 기사들의 뇌는 어려운 공간 경험에 대응하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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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생식기로 인해 익숙한 논리를 뇌에 적용하면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그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를 바란다. 첫째,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식기는 평생 동안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지만, 인간의 뇌는 그렇지 않다. 둘째, 생식기관은 거의 항상 여성 또는 남성이라는 두 가지 구분되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두뇌 특징은 두 가지 이상의 형태를 띤다. 셋째, 생식기는 보통 세트로 함께 나 타난다.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 생식기 혹은 남성 생식기만을 갖지만, 두뇌는 ‘여성’과 ‘남성’ 특징의 모자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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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다. 단지 여자에게 흔 하거나 남자에게 흔한 특징들이 모인 고유한 모자이크일 뿐이다. 그리고 이 모자이크는 만화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색 조각의 형태처럼 일생을 통해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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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의 생애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2018)에서 그녀는 코넬대학교 시절 한 사람과 두 번 이상 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미래 남편이 된 마틴 긴즈버그를 만났을 때는 달랐다. “그는 내가 만났던 남자 중 나에게도 뇌가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진 최초의 남자였다”라고 그녀는 뼈 있는 농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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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성별을 아는 것이 그 글에서 얼마나 자주 각각의 스타일을 사용했는지, 글의 길이가 긴지 짧은지, 자전적 에세이인지 로맨틱 소설인지, 흥미진진한지 따분한 글인지의 정보는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글쓰기 스타일의 성별 차이를 어떤 글의 글쓴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예측하는 데 이용할 수 있지만, 글쓴이의 성별이 글 자체에 대해서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어떤 뇌가 여성의 것인지 남성의 것인지가 그 두뇌의 성격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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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모자이크에 관한 내 연구를 읽은 후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 내 주장과 일치한다고 말 했다. “이전 페미니스트 논쟁은 여성과 남성이 같은지 다른 지에 관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런데 두뇌 모자이크 개념은 성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고, 다만 남자 또는 여자라는 단순한 구분보다 훨씬 더 복잡한 방법으로 차이점들이 혼합되어 있다고 이야기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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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성과 남성은 왜 그렇게 다르게 보일까? 그 답은 인간을 두 개의 사회적 범주, 즉 여자와 남자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이 구분은 우리의 행동 자체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보는가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준다. 행동과 그것을 지각하는 일은 사람들의 능력, 자질, 선호도의 모자이크뿐 아니라 사회에서의 역할, 자신이 처한 상황, 지 위,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이 모든 것 이 우리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며, 인간이 두 개의 구별되는 범주에 속한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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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당시 다섯 살 전후였던 막내아들이 친구의 생 일 파티에서 돌아왔다. 아이는 온몸을 분홍색 종이로 휘감은 채 자기는 ‘분홍 닌자’라고 했다. 아들은 상상 속의 적에 게 분홍 리본을 던지며 행복하게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내게 물었다. “남자는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아세요?” 나는 안다고 답하며 그다음 말은 하지 않았다. 100년 전에는 분홍이 남자아이를 위한 색이었고, 파랑이 여자아이를 위한 색이었다는 사실을. 그러자 아들이 덧붙였다. “그 사람들 이상해요. 왜냐하면 난 남잔데 분홍색을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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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한 남성 참가자가 자신을 ‘젠더퀴어(genderqueer)’라고 밝혔는데, 그는 잘생기고 근육질 체격이었으며 수염을 기르고 귀고리·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그에게 왜 그런 외적인 것으로 자기 정체성을 알리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같은 질문을 그녀에게 했다. 왜 화장을 하고 딱 붙는 여성적인 옷으로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광고하고 다니는지. 여학생은 처음에는 놀라는 듯했으나, 곧 그 남자가 ‘젠더퀴어’ 표시를 하고 다니듯 자신도 매일 아침 ‘여성’이라는 표시를 치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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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세상에는 젠더가 없다. 성별만 있을 뿐이다. 여성, 남성, 또는 간성의 성기를 가진 인간들이 이 세계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누구는 인형만 을, 다른 누구는 공만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둘 다를 선택할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고 행동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인간이 해도 되는 것이라면 당신이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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