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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1

손바닥 소설 1

[ 개정증보판 ] 문지스펙트럼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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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6쪽 | 268g | 120*188*15mm
ISBN13 9788932038360
ISBN10 8932038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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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감 풍년이라 산 가을이 아름답다.
반도 남단의 항구. 막과자가 진열된 대합실 2층에서 자줏빛 옷깃의 노란 옷을 입은 운전사가 내려온다. 밖에는 빨간색 대형 정기 승합자동차가 자줏빛 깃발을 세우고 있다.
어머니는 막과자가 든 종이봉투 주둥이를 다잡아 쥐고 몸을 일으키며, 구두끈을 말쑥하게 묶고 있는 운전사에게 말한다.
“오늘은 자네가 당번이로구먼. 그렇구먼. ‘고맙습니다’ 씨가 데려가준다면 이 아이한테도 행운이 찾아와줄 테지. 좋은 일이 생길 징조구먼.”
운전사는 곁의 처녀를 보고 말이 없다.
“언제까지고 미뤄본들 기약 없으니께. 더구나 이제 곧 겨울이니께. 추울 때 이 아이를 멀리 내보내는 건 가엾으니께. 기왕 보낼 거면 날씨 좋을 때가 좋겠다 싶은겨. 데려가기로 했다네.”
운전사는 잠자코 끄덕이고는 병사처럼 자동차로 다가가 운전석 방석을 단정히 매만진다.
“할머니, 제일 앞쪽으로 타세요. 앞쪽이 덜 흔들려요. 한참 가야하잖아요.”
150리 북쪽, 기차가 있는 마을로 어머니가 딸을 팔러 가는 길이다.
--- pp.110~111 「고맙습니다」

그 소리의 메아리처럼 다시 남편한테서 편지가 왔다. 지금껏 어느 때보다 더 낯설고 먼 지역이 발신처였다.
(너희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마. 장지문을 여닫지도 마. 호흡도 하지 마. 너희 집의 시계도 소리를 내선 안 돼.)
“너희들, 너희들, 너희들.”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영원히 가냘픈 소리조차 내지 않게 되었다. 즉, 엄마와 딸이 죽은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녀의 남편도 베개를 나란히 한 채 죽어 있었다.
--- pp.145-146 「동반 자살」

내가 이 이야기를 보고하는 것은 단지 자네를 짓궂게 괴롭히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자네의 사진을 함께 불단에 장식한 것도 자네와 처제의 사랑을 묻어버리라거나, 자네가 무덤까지 처제를 따라가라는 식으로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야. 그럼에도 사람들이 그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합장하고 분향하고 염불을 올리기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이니 난 우스꽝스럽더군. 검은 리본 아래 자네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니까. 이처럼 인간이란 죽은 자에게 예배할 작정으로 산 자에게 예배하는 경우가 있고, 또한 산 자를 바라보고 있을지라도 그 그림자에 죽은 자가 있기도 한 거지. 자네가 기차 창문으로 아무 생각 없이 자동차를 보았을 때 그것이 애인의 장례 행렬이기도 한 거지.
--- pp.162-163 「영구차」

“당신은 저를 이등 기차를 타는 여자라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 탓이 아니라 제가 그리 보이도록 평소에 애쓰고 있기 때문이죠. 어제는 무심코 삼등 대합실이라고 말씀드려, 그만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어요. 그리고 집에서 곰곰이 생각했죠. 저를 이등 기차에 타는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제 싫어졌어요.”
도쿄 역에서 기다리다 지쳐 돌아오자, 그녀에게서 이런 편지가 와 있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비천하게 보임으로써 실은 그를 비웃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는 이 일로 다시 당분간 삼등 대합실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리라. 그러므로 삼등 대합실은 그 순례자와 승려의 모습을 빌려, 로맨틱한 인상을 그의 머리에 간직하게 되리라.
하지만 그는 그 순례자가 범죄자의 변장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그녀가 삼등 기차를 타는 여자라고 믿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 p.277 「삼등 대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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