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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책 연습

미래 산책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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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96g | 133*200*15mm
ISBN13 9788954678674
ISBN10 895467867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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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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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빗나갈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정해진 미래라고 우리는 미래에 마주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하여 익히고 걸치고 입어버리면 나는 그 순간을 어느 순간 겪어버릴지 모른다. 미래에 익숙해지고 미래를 손에 만져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문을 열고 나가 하던 일을 가던 길을 이어나갈 것이다.
--- p.17

어디에서는 무엇이 보이고 또 그곳에서는 다른 것이 보이고 무언가를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르고 숨기 위해 창문을 닫고 몸을 숙인다. 그런데 어떤 장면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런 것은 찍을 수도 찍힐 수도 없었다. 보는 사람은 있었을까 그것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디서 누가 무엇을 보고 있었을지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 나중에 무엇을 남기는지 우리는 결코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 p.51

그들이 반복한 것은 그때 그들이 그곳에 있었다면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사실일 것이다.
--- p.92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마주앉는다면 각자의 손을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어 서로를 마주본다면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다.
--- p.112

어렵고 긴 아파트 이름을 지나고 밤의 가로수는 당신은 다른 삶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고 봄이 되면 이 주변에는 벚꽃이 핀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꽃이 피지 않아도 충분히 좋아요.
--- pp.117~118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며 걸었다. 그렇게 나와 비슷하지만 내가 아닌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곧 사라질 사람들이 된 것처럼 스스로를 여기며 걸었고 나는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는 생각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늘 때로는 그것만이 생생했다.
--- p.124

그래서 글은 쓴 거야?
썼고 쓰고 있어요.
썼다는 거야 쓸 거라는 거야?
둘 다예요.
--- p.146

나는 시간을 2000년의 1999년의 1995년의 1994년과 93년 92년의 1990년의 1989년의 광주를 천천히 되짚어보려고 하지만 83년의 82년의 광주는 80년 12월의 80년 11월의 광주는 어떤 곳이었는지. 80년 5월 27일 이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물을 뿌리고 청소를 하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빗자루를 들고 나서면 피가 거리에 흐를 것이다. 그 냄새와 공기와 광경을 모르고 모르고 모른다.
--- p.192

지난번에는 눈이 왔었는데 모두 함께 눈을 보는 것이 좋았다. 봄이 온다는 것 우리는 발이 땅에서 오 센티쯤 떠 있는 상태로 걷고 또 걷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벚꽃을 보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잠깐 그 모습을 그려보았다.
--- p.214

언니의 투피스 차림은 멋졌고 언니는 아마 모든 것을 무리 없이 해내겠지만 두 사람이 서로가 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일을 한다는 것이 그 순간 수미에게 무척 냉정한 일처럼 여겨졌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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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쪽,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밤이 지나가고 있다. 영화를 보던 ‘나’와 최명환은 졸다 깨어난 이가 갑자기 지른 탄성에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부산에 드문 눈이 떨어지고 있다. 그때 화면 속에도 눈은 내린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은 없지만, 모든 경계가 풀어지면서 잠시 읽기를 멈추고 고양이를 돌아보면 어디 갔다 왔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살피고 있다. 응, 어디 다녀왔지. 박솔뫼는 시간에 갇혀 살아가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미래를 거니는 법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에는 내가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는 완전한 방식이 담겨 있다.
- 황예인 (문학평론가)
현재란 단순히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누군가가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는 연습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박솔뫼의 상상력이 그것을 가시화한다. 이 작가는 단언하지 않고, 주저해 말을 선택하면서, 사실과 현실과 진실의 사이를 신중하게 왕래한다. 이 세 개의 ‘열매’를 그중 어느 것도 흘리지 않고 과거에서 미래로 나르는 일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박솔뫼 작가는 용감하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일을 해낸다. 산책하러 나온 것 같은 홀가분한 모습으로 말이다. (…) 한 시대를 절실하게 살았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기억은 어느 시대의 어디에서든 누군가의 연습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 사이토 마리코 (번역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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