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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카의 여행

리뷰 총점9.5 리뷰 27건 | 판매지수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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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4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568g | 135*195*18mm
ISBN13 9791158791582
ISBN10 115879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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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전 세계의 가슴을 사로잡은 18세 소녀의 감동 실화 소설
초대형 베스트셀러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의 후속작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녀를 살렸다. 그리고 비난이 시작됐다.”


2018년에 출간되어 영국 아마존에서 일 년 넘게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지켰던 초대형 베스트셀러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의 작가 헤더 모리스가 2020년 후속작 『실카의 여행』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실카의 여행』은 헤더 모리스에게 작품의 소재를 제공한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랄레 소콜로프의 실제 이야기에 등장했던 소녀 세실리아 클라인(실카)의 아우슈비츠 이후 이야기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국 아마존, 뉴욕 타임스 등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으며 영국,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실카의 여행』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3년에 이어, 또 하나의 세계사의 비극이었던 소련 강제노동수용소(Gulag)에서 그보다 오랜 세월을 갇혀 지내야 했던 실존 인물, 유대인 실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헤더 모리스의 이름을, 세월과 함께 묻혀 있던 역사의 뒤안길에 빛을 비추는 비범한 이야기꾼으로 확실히 각인시켰다.

헤더 모리스는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출간 이후, 실카가 아우슈비츠를 떠나 어떻게 되었냐는 독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그녀의 이야기를 알리고 그녀를 기리기로 결심하고 실카의 삶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2003년 랄레를 처음 만나 그가 사망하기까지 3년간 그에게서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전해 들었던 전작의 경우와 달리, 이번에 작가는 실카가 살았던 슬로바키아의 코시체와 바르데요프의 곳곳을 직접 방문하고 그녀의 옛 이웃들에게 이야기를 청해 들었으며, 시베리아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현지 연구원의 도움을 구했다. 또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여성들, 2차대전이 끝날 무렵 소련의 굴라크로 보내진 여성들의 경험담과 자료를 수집했다.

이 취재와 조사를 기반으로 문학적으로 되살려낸 주인공 실카는 전작의 아우슈비츠에서와 마찬가지로, 북극권 한계선 안의 시베리아 수용소라는 ‘추위와 굶주림과 과로’의 ‘하얀 지옥’(오언 매슈스의 후기)을 용기와 연민과 우정의 힘으로 살아내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지워버리고픈 과거의 끔찍한 기억,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실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일이 살아남는 것 자체임을 알고 있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아우슈비츠로, 시베리아로 끝나지 않는 여정에 올라야 했던 한 여성이 가혹한 죽음의 공간에서 마침내 삶을 긍정하게 되는 이 파란만장한 대장정은 세상의 모든 생존자(survivor), 그리고 전쟁피해 여성의 이야기로서 읽는 이의 마음을 파고들면서, 희망과 위로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작가의 말

1 끝나지 않은 여행
2 기차 안의 여자들
3 또 다른 세계로
4 15년의 시작
5 지켜주고 싶은 마음
6 행복해지기 위해
7 다시 죽음 옆에서
8 시베리아의 사계
9 희망과 절망 사이
10 어떤 가족
11 해피 하누카
12 지하 감옥
13 소명
14 생명의 탄생
15 전염병 병동
16 왼팔에 새겨진 숫자
17 위험한 대면
18 사랑이란 것
19 살아남는 법들
20 무너진 탄광
21 악몽
22 봄꽃
23 가족에 대하여
24 엄마의 마음
25 특별한 작별
26 다시 살아남다
27 또 다른 가족
28 보르쿠타의 반란
29 살기 위한 거짓말
30 세월
31 희망을 품다
32 가장 용감한 사람
33 모두 다, 시
에필로그

실카를 찾아서
실카의 삶
보르쿠타, 하얀 지옥?오언 매슈스의 후기
감사의 말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간단하게 묻지. 나치와 잤나?”
“그들은 나의 적이었습니다. 나는 이곳에 끌려온 전쟁 포로였고요.”
“나치와 잤나? 그렇다고 들었는데.”
“이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처럼 나를 이곳에 끌고 온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첫 번째 요원이 일어선다. “세실리아 클라인, 너를 크라쿠프로 보낸다. 그곳에서 너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실카를 쳐다보지 않는다.
실카가 일어선다. 이럴 수는 없다. “안 돼요. 나한테 이럴 순 없어요. 나는 전쟁 포로일 뿐이에요.”
--- pp.15-16

옆에 앉은 사람에게 이름을 묻는 소리가 다른 곳에서 들린다. 금세 화차 안이 속닥거리는 소리로 가득 찬다. 서로 언어가 다르다 보니 이 언어 저 언어가 왔다 갔다 하며 국적이 한데 뒤섞인다. 그래도 대화는 통한다. 빵집을 하던 한 폴란드 여자는 나치에게 빵을 파는 바람에 나치를 도왔다고 고발되었다고 했다. 다른 여자는 독일 선전물을 번역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자는 나치에게 잡혔는데 같이 있었던 것으로 오해받아 스파이 혐의를 받고 기소되었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며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던 가운데 놀랍게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 pp.24-25

실카가 햇살이 부셔 눈을 가린다. 작은 도시를 닮은 수용소를 바라본다. [...] 경계선 너머로 작은 언덕이 보이고 그 위로 크레인처럼 생긴 커다란 장비가 우뚝 솟아 있다. 그들을 둘러싼 철조망 여기저기에는 감시초소가 흩어져 있지만 그녀가 과거에 겪었던 위협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카는 철조망 꼭대기를 유심히 쳐다본다. 전기가 흐르는지 알 수 있는 절연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철조망 너머로 지평선까지 뻗어나간 황량하고 척박한 땅덩이를 보고 있자니 전기 철조망 따위는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 밖으로 나가면 생존이 불가능하리라.
--- pp.48-49

누군가 뒤에서 조시를 세게 밀친다.
조시는 몸을 가누려고 손을 뻗다가 그만 난로 연통을 잡고 만다.
그녀의 비명 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퍼진다.
조시가 마치 몸에서 떼어버리려는 듯 팔을 뻗는다. 다치고 병든 여자들의 모습,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 실카는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안 된다. 조시는 안 된다. 실카는 조시를 붙잡고 건물 밖으로 튀어 나가 드문드문 쌓이기 시작하는 눈 속에 조시의 손을 파묻는다. 조시는 이 사이로 숨을 거칠게 내쉬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쉿! 조용히 해.” 실카가 자신이 의도했던 것보다 조금 더 가혹하게 말한다.
--- p.77

의사는 실카를 유심히 살핀다. “당신은 언어에 재능이 있어요. 알다시피, 이곳은 환자 수에 비해 일손이 부족해요. 여기서 일해보지 않을래요?”
기회다. 수용소에는 밖에서 하는 육체노동처럼 힘든 일도 있고 편한 일도 있다. 그곳에서 ‘편한’ 일은 음식과 온기를 의미했다. 하지만 실카에게 그 일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착취당하고 캠프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목격하는 일이기도 했다. 25구역장, 그것은 그녀에게 형벌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실카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녀는 왜 늘 눈에 띄는 것일까? 또다시 알 수 없다. 조시를 바라본다. 만약 그녀가 이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친구를 배신하는 일이 된다. 막사에 있는 모든 여자 수용자들을 배신하는 일이다.
--- p.92

수용자들은 못이 박혀 있지 않은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슬쩍 가져오는 법을 알게 되었다. 식당의 양철 컵을, 장교들 막사에 버려져 있던 다리 하나가 부러진 작은 테이블을, 난로 위에서 지금도 쉬지 않고 끓고 있는 찌그러진 주전자를 슬쩍해 왔다. [...] 막사는 점점 아늑해지고 있다. [...] 시트 끝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예쁜 도일리가 막사 여기저기에 걸려 있다. 실카는 계속해서 버려진 붕대를 모아 끓는 물에 빤 다음 자수팀에게 가져다주었다. 여자들이 머리에 두르는 머릿수건에도 가장자리를 따라 섬세한 자수가 놓이기 시작했다.
--- p.137

“내게 약을 계속 가져다주지 않으면 저기 있는 사람들에게 다 말해버릴 거야.”
그녀가 고개를 돌려 막사를 가리킨다. “네가 나치와 붙어먹었을 뿐 아니라 모피 코트를 입고 저승사자처럼 서 있었다고 말이지. 거기다 동족 수천 명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거야.”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카는 꽁꽁 얼어붙는다.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한나에게 설명하고 싶다. 나는 열여섯 살이었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었어, 그 어떤 것도. 나는 그저 살아남았을 뿐이야.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 말이 막사 동료들에게 얼마나 의미 없는 발악으로 들릴지도 알고 있다. 그들은 그녀가 옆에 있는 것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저주받은 악녀로 비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환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약을 한나를 위해 훔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인 친구들을 잃을 수도 없다.
--- p.158

올가는 바로 디자이너로 임명되어 여자들의 시트 끝을 살피며 30센티미터 정도 여유가 있는지 본다. 수를 놓게 된 수용자들은 새로 태어날 생명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며 흥분한다. 한나가 무리 뒤쪽에 앉아 혐오스럽다는 듯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어쨌기에 그렇게 다들 착각에 빠지는 거야?”
“한나.” 올가가 딱 잘라 말한다. “어둠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는 일은 잘못된 게 아니야.”
[...] 올가가 바늘땀을 풀며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조시,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거야.”
수용자들이 모두 함께 응원해주자 조시가 점점 더 크게 운다. “미안해.” 눈물로 목이 멘다. “정말 미안해. 난 못 하겠어.”
“아니, 넌 할 수 있어.” 실카가 힘주어 말한다. “할 수 있어. 꼭 해내야 해.”
“할 수 있어, 조시.” 엘레나의 말에 다른 수용자들도 그 말을 따라 하며 손을 뻗어 그녀를 보듬어준다.
“이제 조시는 괜찮을 거야. 각자 담요를 가져가서 좀 더 자. 내가 옆에 있을게.” 실카는 화가 나 어지러울 지경이지만 조시 옆에 웅크리고 누울 것이다. 조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것이다. 조시를 안아줄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할 것이다. “모두들 고마워. 우리는 뭉쳐야 해. 우리에겐 우리가 전부야.”
--- pp.242-243

29번 막사 여자들이 그녀에게 남은 전부다. 그녀는 비르케나우에서 만난 랄레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어째서 그녀가 용감하다고 말했을까. 또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용감하다고 말했을까. [...] 그녀가 해야 할 용감한 일이 한 가지 더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실카!” 마르가레테가 달려와 그녀를 부둥켜안는다. “어떻게 된 일이야? 위험하잖아.”
실카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
--- pp.441-44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한국에서 2019년에 출간된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는 살아남기 위해 자기 민족의 팔뚝에 날마다 문신을 새겨야 했던 유대인 남성 랄레가 기타라는 여성을 만나 죽음의 수용소에서 사랑을 꽃피운 대서사로, 전 세계 곳곳에서 베스트셀러 상위에 장기간 머물렀고 각종 문학상을 휩쓴 바 있다. 이 작품에서 기타의 절친한 친구였던 실카는 수용소 시절, 랄레가 위험한 지경에 빠졌을 때 친구를 위해 친구의 연인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던 독일인 장교에게 랄레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독일이 패전한 뒤 작품의 결말에, 랄레와 기타는 민간인으로 돌아가 부부로 함께하게 되었지만, 이 연인들을 함께 있도록 지켜주었던 실카는 ‘나치의 공모자’라는 혐의로 15년 노역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의 수용소로 이송되는데 이것이 ‘실카의 여행’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 이유다.

“삶을 선택한 이유로 그토록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 했을까?”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용기와 열정, 삶에 대한 인간 정신의 승리


“내가 실카 이야기를 했던가요?”
“아니요, 랄레, 하신 적 없어요. 실카가 누구죠?”
“그 여인은 내가 만나본 가장 용감한 사람이지요. 가장 용감한 사람.”
[...] 그는 기억을 떠올리며 무척이나 괴로워했고 나는 충격받았다. 그녀는 열여섯 살 소녀였다. 겨우 열여섯 살. 나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녀 또래의 누군가가 그녀처럼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강인했어야 했는지 가늠되지 않았다. 삶을 선택한 이유로 왜 그렇게 가혹한 벌을 받아야 했단 말인가?
_(본문 중에서)

헤더 모리스는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출간 이후, 실카가 아우슈비츠를 떠나 어떻게 되었냐는 독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그녀의 이야기를 알리고 그녀를 기리기로 결심하고 실카의 삶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2003년 랄레를 처음 만나 그가 사망하기까지 3년간 그에게서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전해 들었던 전작의 경우와 달리, 이번에 작가는 실카가 살았던 슬로바키아의 코시체와 바르데요프의 곳곳을 직접 방문하고 그녀의 옛 이웃들에게 이야기를 청해 들었으며, 시베리아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현지 연구원의 도움을 구했다. 또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여성들, 2차대전이 끝날 무렵 소련의 굴라크로 보내진 여성들의 경험담과 자료를 수집했다.
이 취재와 조사를 기반으로 문학적으로 되살려낸 주인공 실카는 전작의 아우슈비츠에서와 마찬가지로, 북극권 한계선 안의 시베리아 수용소라는 ‘추위와 굶주림과 과로’의 ‘하얀 지옥’(오언 매슈스의 후기)을 용기와 연민과 우정의 힘으로 살아내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지워버리고픈 과거의 끔찍한 기억,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실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일이 살아남는 것 자체임을 알고 있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아우슈비츠로, 시베리아로 끝나지 않는 여정에 올라야 했던 한 여성이 가혹한 죽음의 공간에서 마침내 삶을 긍정하게 되는 이 파란만장한 대장정은 세상의 모든 생존자(survivor), 그리고 전쟁피해 여성의 이야기로서 읽는 이의 마음을 파고들면서, 희망과 위로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역사는 결코 쉽게 비밀을 포기하지 않는다. 지난 15년간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의 놀라운 삶의 이야기를 찾아냈다. [...] 슬로바키아 언덕에 자리한 작은 마을부터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가 있는 철로와 그 너머 건물들까지 데려갔다. 나는 그 끔찍한 날들을 겪어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실카의 여행』 인쇄를 며칠 앞두고 실카의 부모님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은 실카가 나치나 소련 수용소에서 지냈던 시기와는 연관이 없었지만 이 놀라운 여인과 그녀의 출신 지역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었다. 이는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다 해도 실카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 실카는 그저 어린 소녀였고, 여인이 되었고, 랄레 소콜로프가 만난 가장 용감한 사람이었다. _(‘실카를 찾아서’ 중에서)

‘누군가 죽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를 사람이라 여겨도 된다고 믿었다.’ 이는 샬라모프의 작품 『콜리마 이야기』 속 한 등장인물이 한 말이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것은 바로 이런 깨달음이었다. 나는 자주 스스로 확인해보았고, 내게 죽을 용기가 있다고 느꼈기에 살아남았다.’ 샬라모프도 실카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이뤄낸 승리였다. [...] 솔제니친은 그의 작품 『수용소 군도』 전문에서 ‘살아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 보지 못한, 모두 기억하지 못한, 모두 알지 못한 나를 그들이 용서해주기 바란다.’
_ (‘오언 매슈스의 후기’ 중에서)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삶으로 인도하는 치유자가 된 놀라운 여행
“당신은 나를 망가뜨릴 수 없어. 꿈도 꾸지 마.”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열여덟 살 소녀.
전쟁이 끝나고서도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죽음의 장소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그녀의 죄목이었다.


1945년 1월, 열여덟 살의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유대인 소녀 실카는 3년째 갇혀 있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마침내 풀려난다. 그녀가 전쟁 포로로서 상습적으로 강간당한 것을, 적군에게 몸을 팔아 살아남은 것이라고 지목한 소련군 내무인민위원회는 그녀를 크라쿠프 몬텔루피치 감옥으로 이송시킨다. 그곳에서 실카는 매춘에 스파이, 나치와 결탁한 죄로 노역 15년형을 선고받고, 고향이 아닌 또 다른 곳으로 자신을 데려갈 기차에 올라탄다. 어디로 실려 가는지 알지 못한 채 서로 부대끼며 몇 날 며칠이 지나고 적잖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있고 역에는 러시아어가 적혀 있다. 실카는 기차에 실려 아우슈비츠에 처음 도착했던 3년 전을 떠올린다. 그때와 달리 이번엔 끝나는 날을 알고 있다. 15년, 이 끝은 믿어도 될까?
시베리아의 북극권 내 보르쿠타에 자리한 강제노동수용소. 철조망 너머로 지평선까지 뻗어나간 황량하고 척박한 땅덩이가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이 밖으로 나간다 해도 생존이 불가능하리라고 실카는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은 슬픔에 잠긴 동시에 험악해 보인다. 공동숙소인 막사엔 침상도 없이 매트리스와 담요만 있고, 양동이 두 개가 화장실 대용이며, 식당에서 배급받은 양철 컵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죽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카는 새롭게 받은 번호표를 옷에 바느질하며 살아남을 것을 다짐한다.
처음으로 접한 어마어마한 탄광에서 실카는 양동이에 석탄을 담아 옮기는 일을 한다. 매일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노역하는 수용자들 사이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가 떠돈다. 절망감에 휩싸일 때마다 실카는 열여섯 살 때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25구역에서 세상의 마지막 날을 맞는 여자들을 보며 마음도 감각도 닫히던 것을 회상한다. 조시, 나탈리야, 마르가레테, 올가, 엘레나, 한나 등 29번 막사 여자들은 음식 이야기, 가족 이야기로 바깥세상에 대한 기억을 금세 떠올리지만 실카는 과거를 떠올리려 할 때마다 고통스럽고 낯설다.

실카는 그녀가 잃은 모든 사람들을 떠올려보지만 차마 입 밖에 꺼낼 수가 없다.
어느 날 밤, 올가가 실카에게 묻는다. “클라인…… 아주 흔한 유대인 성씨지, 안 그래?”
실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요.”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가서 석탄 좀 가져올게요.” _(‘15년의 시작’ 중에서)

수용소 생활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나 실카는 친구 조시의 화상 치료를 돕기 위해 병동에 동행하고 그곳에서 정직하고 맑은 미소를 지닌 의사 옐레나 게오르기예브나로부터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실카는 특혜를 받아들이길 두려워하면서도, 경황없고 배울 것투성이인 병동 일에 열중하다 보면 끔찍한 기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카는 시계를 쳐다보며 ‘약하고 불규칙한 맥박’이라고 기록한 시간을 기준으로 정확히 15분마다 맥박을 잰다. [...] “침대 옆에서 계속 기다리고 서 있을 필요는 없어. 가서 다른 일을 하다가 15분마다 오면 돼. 정확히 15분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알겠지?”
“아, 고맙습니다……. 저는, 저는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거야?”
실카가 고개를 떨군다. 수북이 쌓인 바싹 마른 몸뚱이들이 섬광처럼 지나간다. 필사적인 마지막 외침. 그 냄새. “맞아요. 충분히 겪었어요.” 실카는 무심코 말을 내뱉는다.
“그런 얘기를 들어 마음이 안 좋군.” 옐레나가 잠시 말을 멈춘다. [...] “언젠가, 마음이 내키면, 내게 네 얘기를 털어놔도 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_(‘다시 죽음 옆에서’ 중에서)

난생처음 겪어보는 극심한 추위, 그리고 몇 달이고 계속되는 여름의 백야. 시베리아의 사계를 보내면서 막사 동료들은 옷과 물건들에 자수를 놓고, 밖에서 물건들을 몰래 가져와 누추했던 세간을 늘린다. 남자 수용자들의 상습적 강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그녀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들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함을 안다. 어느 날 막사 동료인 한나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병동에서 가져오지 않으면, 실카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일군과 잠자리를 같이한 죄로 이곳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 실카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한 가족이 된 친구들과 동료들을 다시 잃어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 한나를 위해 약품을 빼돌린다.
실카가 한 의사가 방치한 환자를 살려냈다는 이유로 병동에서 쫓겨나고, 궁지에 몰린 친구를 위해 잘못을 뒤집어쓰고 지하 감옥에 한동안 갇히는 등 온갖 고초를 겪는 와중에 한 남자 수용자가 그녀의 마음에 서서히 들어온다. 그러나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할 미래를 꿈꿀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다시 자기 앞에 닥친 일들로 뛰어든다. 옐레나의 배려로 산부인과 병동에서 일하게 된 실카는 갓 태어난 건강한 아기를 처음 안아보고 감동에 휩싸인다.

태양이 여전히 하늘 높이 떠 있는 어느 날 밤, 실카가 침대에 누워 조시에게 묻는다. “이 일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야?” 조시가 묻는다.
[...] “내가 엄마가 될 수 없다면, 엄마가 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은 할 수 있을까?”
조시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아, 실카, 나 임신한 것 같아.” _(‘소명’ 중에서)

자신의 상황에 절망을 느끼고 목숨을 끊으려는 조시를 실카와 막사 동료들이 가까스로 구해낸다. 유대교 명절인 하누카 첫날 조시의 진통이 시작되어 자정께 여자 아기가 태어난다. 그녀들 앞에, 그리고 실카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이 작은 생명 앞에 얼마나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길이 놓여 있을까. “오늘부터 네 삶의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나티아. 네가 네 엄마와 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단다. 저 밖에는 더 나은 세상이 있단다. 내가 봤거든. 그리고 기억하고 있지.” _(‘생명의 탄생’ 중에서)


『실카의 여행』에 쏟아진 찬사

“굴라크 안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인간애가 추진력 넘치는 이야기 안에 담겼다.”_《퍼블리셔스 위클리》

“감정이 절제된 한 명의 여성 영웅이 태어났다. 그녀는 사람들 간의 관계로써 자신만의 특별한 구원을 역동적으로 추구한다. 실카의 여정은 치열하고 위험천만하다. 고대 서사시의 영웅 오디세우스마저 파멸시켰을지 모를 험난한 장애물들이 그 안에 있다. 그럼에도 실카는 신뢰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잃은 적이 없다. 이 가슴 아픈 생존기가 시대의 가장 캄캄한 심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_《북트립》

“경악스럽고 믿을 수 없는 생존기가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문체로 표현된다. 사실이라는 소재가 사려 깊은 기교로써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_《선데이 모닝 헤럴드》

“아우슈비츠와 다른 강제수용소에서의 여성들의 삶을 추적하는 페미니스트 역사가와 그 외 학자들은 이 작품을 조명해야 할 것이다. 마음을 울리는 훌륭한 역사 소설이다.”_Carl J. Rheins, 유대인 도서 자문위원회

“불행과 고난 앞에 선 실카의 놀라운 용기와 살아남기로 한 결의는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_《선데이 익스프레스》

“모리스의 소설은 인생이 때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어떤 존재인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어려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자기 안에 억눌린 온갖 감정들을 자유롭게 풀어낼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꼭 읽어야 할 작품.”_《콘크리트 플레이그라운드》

“마음을 사로잡고 아프게 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덥히는 이야기. 실카는 당신의 마음을 산산이 부서뜨릴 것이다. 그러나 결코 잊지 못할 감동을 또한 남길 것이다. 그녀는 가장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존자였다.”_《선 데일리》

“사랑, 증오, 인내, 우정처럼 다면적인 인간 감정을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로써 탐구한 소설. 실카의 여행은 가슴을 아프게 하고 사유를 불러일으킨다.”_《페미니즘 인 인디아 닷컴》

“그야말로 놀라운 책이다. 일반적으로 후속작이란 전작만 못하다는 신화를 이 책은 완전히 무너뜨렸다. 북 클럽의 완벽한 선택, 별 다섯 개가 반짝반짝 빛날 만한 책.”_《재닛의 북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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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실카의 여행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r****p | 2021.05.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장편소설 김은영 옮김   전체 487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 눈덮힌 황량한 허허벌판 에 홀로 서 있는 여인의 뒷모습과 저 멀리 감시초소가 보이는 것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다. 첫 시작이 끝나지 않은 여행이라... 그렇다면 이미 여행은 시작 되었다는건데...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의 후속작인 < 실카의 여행 >. 짐작하는대로;
리뷰제목

 

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장편소설

김은영 옮김

 

전체 487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

눈덮힌 황량한 허허벌판 에 홀로 서 있는 여인의 뒷모습과 저 멀리 감시초소가 보이는 것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다.

첫 시작이 끝나지 않은 여행이라... 그렇다면 이미 여행은 시작 되었다는건데...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의 후속작인 < 실카의 여행 >.

짐작하는대로 실카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풀려나지만

도저히 이해 할 수도 동의 할 수도 없는 죄목을 적용,

적군에게 몸을 팔아 살아 남았다고 쓰여진 기록, 매춘에 스파이,

나치와 결탁한 죄로 다시 실려간다. 15년형을 선고 받았다.

기차는 아우슈비츠에서 시베리아 보르쿠타 굴라크로 몇날 며칠을 달린다.

사람들을 짐짝처럼 싣고 달리는 기차안은 또 다른 비극의 연속이다.

 

기차안에서 마주친 조시.

서로 의지가 되어야 할 텐데...

 

시베리아 보르쿠타 굴라크, 과연 그 끝이 있기나 한 걸까..

 

수용소 안에 서열이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힘을 쥐고 있는 감독관에게 잘 보여야

조금이나마 숨쉬기가 수월하다.

눈에 띠지 말자고 다짐하는 실카의 모습

언어 재능이 있고, 뭐든지 빨리 배우는 능력이 있는 실카는 수용소 병동에서 일하게 된다.

병동에서 일하고 여의사 엘레나의 보호를 받는다.

상식적으로 옳은 행동을 했지만 수용소 병동의 규칙에 어긋나니 실카의 목숨은 위태롭다.

먹을 것에 대한 조금의 여유까지 잃게 되지만 그녀의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

쓰러지고 꺾이고 부서져도 묵묵히 일어선 실카는 다시 병동에서 일 할 기회를 찾는다.

그녀의 성실함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 및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비교적 인간적이다.

 

강간이 상습적으로 일어나고 폭력이 난무하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수용소에서 무엇을

기대하겟냐만, 그래도 계절은 변하고 꽃은 피어난다.

조시의 임신과 새생명의 탄생으로 막사안 여인들은 잠시나마 공포에서 벗어나본다.

 

자신은 뭔가 도움을 주지도 않았고 유용한 정보를 나누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끊임없는 친절과 배려를 요구하고 기대하는 부류들이 수용소 안에서도 보인다. 어쩌면 수용소라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목전에 둔 공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더 그랬던걸까..

 

모진 고문과 수난, 강간과 폭행을 견디면서도 꼭 하나

살아남아야한다 !

 

살아남는 일, 실카,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예요

p432

 

제발 그 끝까지 살아 남게만 해 주소서...

 

전쟁을 감히 상상 할 수 없으니 뉴스와 기록, 영화, 역사 및 다큐멘터리로 보아온것들의

이미지가 글을 읽으면서 장면마다 스치거나 겹친다.

실카의 어린시절,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3년의 이야기는 좀 더 진한 글씨로 구분된다.

 

잊지 않아야 하는 역사, 기억해야하는 이유가 분명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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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활용,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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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저 살고 싶었어요, 실카의 여행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b******0 | 2021.05.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처음부터 마지막장까지 너무나 먹먹해지는 글이다. 힘없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살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할 수 밖에 없었던 행동들을 비난 받아내면서 굳굳이 버텨내고 있는 그녀의 용기에 더할 수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또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안고 있는 위안부 할머님들의 애환과 겹쳐지며 공감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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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마지막장까지 너무나 먹먹해지는 글이다. 힘없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살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할 수 밖에 없었던 행동들을 비난 받아내면서 굳굳이 버텨내고 있는 그녀의 용기에 더할 수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또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안고 있는 위안부 할머님들의 애환과 겹쳐지며 공감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눈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고, 생면부지의 낯선이들에게 살기위햐 겁탈당하며, 수용자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일을 묵묵히 견뎌내야 했던 열여섯 어린 소녀 실카 클라인.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마치 인형이 되어가는 듯 하다. 감정이 소거된 인형이 되어 살아남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유대인 소녀 실카는 지옥같은 아우슈비츠에서 풀려나지만, 살아남기 위해 버텨낸 적군의 상습적인 강간을 매춘으로 탈바꿈시킨 채 그녀를 다시 크라크푸의 감옥으로 보내진다. 숨을 쉬고 있는 이상 그녀에게 자유를 허용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은 모질기만 하다.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카는 꽁꽁 얼어붙는다.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한나에게 설명하고 싶다. 나는 열여섯 살이었어! 내가 선택한게 아니었어, 그 어떤 것도. 나는 그저 살아남았을 뿐이야.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p.158)

원치않는 강간을 당했음에도 적과의 동침이라는 죄명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실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 여겨지는 보르구타 굴라크로 보내진다. 하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은 이전 아우슈비츠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보다는 주변 친구들을 보살핀다. 어쩔 수 없는 적과의 동침이었으며, 어쩔 수 없는 25구역의 지킴이 였음에도 속죄의 마음이 담긴 행동이지 않았을까 싶다.

"저는 그저 살고 싶었어요.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가족들은 그러지 못했는데 나만 살아남았다는 고통을 느껴야 했어요. 그 고통은 살아남은 것에 대한 벌이고 저는 그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해요." (p.310)

아우슈비츠에서는 수동적인 수용자였다면, 보르쿠타에서의 실카는 이전보다는 훨씬더 강해진다.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수용자로서의 삶을 받아 들이고 있지만, 그녀의 근성을 한눈에 알아본 수용소의 의사 옐레나 게오르기예브나 덕분에 실카는 수용자로서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한발 한발 세상으로 나간다. 아우슈비츠 25구역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까지의 지독하게 처절하고, 치열한 그녀의 일생이 그려진다.

"실카, 계속 살아남으라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일어나 숨을 쉬어. 너는 이곳에서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리고 구급차에서 일하게 된다면 환자들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거야. 진심으로 나는 네가 그 일을 잘해내리라고 믿어." (p.310)

그녀에 대한 평가가 양분된다고는 하지만, 나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만 본다면 그 시절 실카를 만난 모든 사람이 그녀에게는 가해자였으며,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비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열여섯 어린 소녀를 유대인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지키지 못했으며, 갈갈이 찢기는 고통속에 놓여진 그녀를 아무도 보듬지 못한 모든 사람이 가해자다.

모진 역사 속에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굴곡진 삶이 우리네 역사속의 그녀들과 다르지 않음에 마음이 아프다. 철저하게 유린당한 피해자임에도 '환향녀'라는 굴레를 씌워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던 우리들과 다르지 않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있었던 그녀의 용기에 먹먹함이 남는다.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실카의여행#헤더모리스#북로드#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장편소설#아우슈비츠#강제노동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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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남기보다 같이 살아가기를 선택하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f***2 | 2021.05.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의 후속작이란 소개글을 봤다. 그 소설의 주인공이 소련의 굴라크로 가서 겪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역사 상 가장 참혹했던 수용소 두 곳을 연속적으로 경험한 전작의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이 생각의 반은 맞았지만 나머지 반은 전작을 읽지 않은 탓에 잘못되었다. 잘못된 것은 전작의 주인공이 굴라크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소설 속 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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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의 후속작이란 소개글을 봤다. 그 소설의 주인공이 소련의 굴라크로 가서 겪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역사 상 가장 참혹했던 수용소 두 곳을 연속적으로 경험한 전작의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이 생각의 반은 맞았지만 나머지 반은 전작을 읽지 않은 탓에 잘못되었다. 잘못된 것은 전작의 주인공이 굴라크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소설 속 한 인물이, 독자들이 궁금했던 실카가 간다. 실카는 나치와 잤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고향 대신 굴라크로 보내진다. 가까운 곳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녀가 누린 삶이 나치에 대한 협조로 보였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녀의 삶이 단편적으로 흘러나오는데 전작에서 어떤 역할을 했기에 독자들이 그 이후의 삶에 관심을 가졌을지 궁금하다. 전작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소설은 실카가 나치와 잠을 잤다는 것으로 유배형으로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열여섯 소녀가 나치의 폭압적이고 참혹한 힘 앞에 저항하다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다. 그녀가 수용소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예뻤기 때문이다. 이 특별 대우를 거부하고 다른 유대인처럼 가스실에서 죽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 용기를 내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당신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지 않고 살아남았는가 하고. 물론 이것은 잔혹한 반문이다. 생존 욕구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그녀는 어렸다. 보기에 따라 변명처럼 보일 수도 있는 행동들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도움이었다. 최소한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부부에게는 그랬다.

 

굴라크에서 15년을 살아야 하는 그녀는 다시 지옥을 마주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굴라크에서 죽었는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홀로코스트보다 더 많이 죽었다고 말한다. 그녀가 수용소에 왔을 때 온 몸의 털을 깎는 행동은 아우슈비츠와 비슷했다. 한 번 경험한 일이나 힘들지 않지만 그녀와 기차를 같이 타고 온 소년 조시에게는 부끄럽고 어려운 일이다. 이 수용소는 또 다른 의미에서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남자 수용자들이 밤이 되면 여자들의 숙소에 침입해 강간한다. 힘이 쎈 남자가 먼저 찍으면 그녀는 건드릴 수 없다. 실카에게는 너무 낯익은 현실이다. 처녀인 조시에게는 너무 낯설다. 하지만 이 강간이 반복될 때 두 여자가 보여준 반응은 다르다. 실카는 강간에 무감각해지고 무반응으로 일관하지만 조시는 그 강간범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굴라크의 생존 환경은 최악이다. 추위와 배고픔은 언제나 있고, 남자들의 강간은 수시로 일어난다. 간수들이 이것을 묵인하기에 가능하다.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중노동 현장으로 보내진다. 중요한 원료인 석탄을 깨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중에 실카가 간호사가 되고, 구급차를 타게 될 때 그 사고 현장을 마주한다. 최악의 경험을 겪었다고 해서 이런 현장들이 쉬울 리 없다.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내려갔다가 그녀 자신이 죽을 뻔한 적도 있다.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한 그녀이지만 다른 사람의 죽음에 눈을 돌릴 정도는 아니다. 이 소설의 상당 부분은 실카가 다른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어떻게 전해주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굴라크를 벗어날 기회가 왔을 때조차 그녀는 이 기회를 친구에게 넘긴다.

 

그녀가 유대인이고, 아우슈비츠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 같은 막사에 있다. 이 사실을 밝히면 실카는 힘들게 연대를 쌓은 막사 동료들에게 배척받을 수 있다. 이 정보를 쥔 한나는 병원의 약을 요구한다. 약을 주지 않으면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 몰래 약을 전달한다. 어쩌면 이 행위가 병원에서 그녀를 도와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막사의 동료들은 그녀의 삶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그녀가 병동에서 먹을 것을 들고 와 나눠 주는 것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살고 싶어 저항하지 않았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고통을 매일 느꼈던 경험이 이런 행동으로 이끌었다.

 

잔혹하고 참혹한 현장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기 보다 간결하게 풀어내면서 실카가 처한 현실과 그 순간을 감정을 표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환경이지만 뛰어난 학습능력과 공감능력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게 한다. 그녀의 선의가 항상 바르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을 바르게 간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한 남자는 강간으로 메말랐던 감정에 작은 싹을 틔운다. 이 소설은 거대한 참혹함과 비극 속에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혼자 살아남기보다 같이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녀의 삶은 통속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쉽지 않은 선택들이다. 용기와 굳센 의지와 행동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아우슈비츠와 다른 지옥 속에서 그녀는 선의를 만나고, 그 선의를 바탕으로 희망을 씨앗을 뿌리고, 작은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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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감동적인 책 ..실카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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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d*********1 | 2021.12.29
구매 평점5점
누가 실카에게 돌을 던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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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j********4 | 2021.08.30
평점5점
나치와 결탁하고 매춘했다는 죄목으로 시베리아 노동수용소로 끌려간 18세 소녀의 감동 팩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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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재 |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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