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4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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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20g | 140*200*20mm |
ISBN13 | 9791130637075 |
ISBN10 | 1130637077 |
출간일 | 2021년 04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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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520g | 140*200*20mm |
ISBN13 | 9791130637075 |
ISBN10 | 1130637077 |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의사가 말하는 병원 너머 숨겨진 이야기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는 개별 의사들의 사색을 그린 예쁜 수필이 아니다. 오히려 안타깝고 처절한 환자들의 사연과 저자의 분투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장 보고서’에 가깝다.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살배기 아기는 수술해줄 병원이 없어 길거리를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 힘겹게 살려놓았던 자살 시도 환자는 얄궂게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미 죽은 몸으로 병원에 실려 왔다. 이 책의 저자 김현지는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들을 살리고자, 그들의 목숨을 붙들어놓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는 손쓸 틈도 없이 목숨을 내려놓았고, 어떤 환자는 살 수 있음에도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렇게 10여 년간 수많은 목숨을 하릴없이 떠나보내며, “대신 살아줄 것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환자의 매몰찬 말을 들으며 그녀는 깨달았다.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을. 현대 의학의 발전만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병원 밖으로 나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들의 사연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서의 시선을 함께 엮어냈다. 각각의 사연은 하나같이 안타깝고 애달파서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만들며,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어떤 사연은 나에게도 반드시 일어날 일이기에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난 후에 따뜻함과 희망의 기운이 감도는 것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와, 그런 의지를 가진 이들 덕에 조금씩 변해가는 세상의 모습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든, 가난하든 부자이든 그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해지도록 돕고 싶다는 저자의 순수한 의지는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줄 것이다. |
추천의 글 프롤로그 |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1장. 죽음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소년의 DNR 가난한 자의 죽음 현대 의학의 한계 병원에 사는 사람들 이상적인 나라 의사가 바라는 단 한 가지 I’m sorry 2장. 삶 성인 중환자실의 아가야 돌아온 탕아 당뇨병을 앓고 있던 김영호 씨와 김영호 씨 방콕에서 온 그대 보이지 않는 자들 우리가 살리지 못한 생명들 술에 대한 단상 결핵을 아시나요 3장. 경계 의과대학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나의 특이한 직업병 소개팅과 돼지껍데기 아말피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 주 80시간만 일하기 위한 투쟁 4장. 그 너머 나의 신병 이게 다 농협 때문이다 중환자실의 캘빈 홈즈는 과연 올 것인가 하루에 몇 번이나 프로포폴을 맞는 사람 재래시장과 마트, 그리고 병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에필로그 | 나의 캐치프레이즈 |
나는 의사들이 쓴 에세이책을 좋아한다. 인간의생로병사에 대한 타인의삶을 통해 삶에대한 성찰과 일깨움을 주기 때문이다.이책은 젊은 여의사의 모순적인 의료현실의 시스템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병원과의료는 내부 종사자가 아니면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철의장막으로 가려진 영역같은 곳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건강과 생사를 다루는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본시스템이다. 내부 종사자로서 모순됨에 맞서 법과제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저자의 열정과 헌신이 있기에 사회는 작은희망이라도 가질수 있는거 같다. 열정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대부분 그냥 기성세대화 되버리는데 저자의 열정과노력이 오래 빛나길 바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글은 개성이 강할때 더 몰입도와 글의 흥미가 높아지는데 저자의 글은 분명 글의 구조상 나무랄때 없는 글이지만 글에 사용되는 일반화된 단어도 어투도 다소 진부해서 읽는 내내 지루함이 없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김현지 저/ 다산북스
2021년 4월 16일
" 진정으로 환자들을 생각했던 한 의사의 고백을 통해 한국 의료 현실을 파헤친다."
1. 들어가며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두살 배기 아기는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한 나머지 죽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은 손발이 묶인 채 콧줄을 낀 채로 욕창에 뒤덮였다.
동명이인의 김영호씨는 똑같은 당뇨병에 걸렸지만, 누구는 제대로 약도 먹지 못해 더 악화되어 가고
누구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 약도 잘 챙겨먹고 관리를 잘해 증상이 호전된다.
생떼같은 청년들이 찰나의 사고로 싸늘한 죽음이 되어 병원에 왔다.
이것들은 모두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개인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일까? 모두 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야 하는 것일까? 모두 의료적인 처치가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일까? 이에 대해 "아니다,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라고 강력하게 외치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의사이다. 하지만 그 의사는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 라고 말한다. 그들은 치료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적절한 제도가 없어서 죽는 것이다. 제도를 떠나 환자로서 제대로 진료 받고 대접받았다면 그들은 끝없는 고통과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살리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는데 이제는 '사람을 잘 죽이는 것'도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그 의사는 국회로 나갔다. 국회에 가서 불합리한, 불공정한 의료현실을 고발하고 진정 환자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잘못된 보건 의료정책을 바꾸고자 노력한 한 의사가 있다. 그 의사는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에서 근무하는 의사 김현지이다. 그녀는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려면 '의학적인 지식과 처치'가지고는 안 되는 일들이 많았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 방법이 없어서 죽는 것이 아니었다. 의술적인 너머에 존재하는 제도에 의해 그들은 아무런 저항 한 번 못해보고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제도에 도전한다. 그녀는 보건의료정책을 만드는 의시가 되어 환자 너머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병원을 떠나 한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되었고 2년 뒤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직접 출마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의사가 아닌 정치가가 되려고 했다.
왜 그렇게 그녀는 의사가 아닌 정치인의 길을 택해야만 했을까? 왜 그녀는 의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않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고 했을까? 그녀가 직접 본 한국의 의료 현실은 어떠한가? 왜 그녀는 '잘 죽이는 의사' 가 되고 싶어했던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겨났다. 나 같으면 의사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돈을 벌면서 편하게 살았을텐데 왜 그려는 그런 투쟁과 정치를 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 이 책의 책장을 펼쳐보았다.
2. 책 속으로
무기력과 외로움에 지쳐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도,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떠나지 못했다. 사회에는 여전히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부조리가 있었고,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불합리가 있었으니까.
-프롤로그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p. 13-
그녀는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그것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녀는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지고 국회로 달려갔다. 국회로 가서 입법을 통해 그 부조리와 불합리를 개선하고자 했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듯이 매번 그 한계와 무기력감을 맛보았지만 그녀는 말그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이었다. 그녀는 진정으로 환자를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제도를 바꾸고자 했다. 그것이 진정 환자를 살리는 길이라 믿었기에.
그래서 이 책 속에는 그녀의 투쟁과 노동의 기록이 담겨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나의 노동기이자 분투기'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경험하는 개별 의사들의 사색을 그린 그저 예쁘게만 포장된 에세이가 아니다.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의사 생활에 대한, 환자에 대한 진료 경험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서 책을 내곤 한다. 그 속에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의사 본인의 이야기와 생각 등이 담겨 있다. 물론 환자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의사의 눈으로 본 환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의사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과 감상이 아니다. 의사의 눈으로 본 환자의 이야기가 아닌 환자 입장에서 쓴 환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환자에 대한 에피소드는 대부분 보건의료정책과 제도상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국종 교수는 이 책에 대한 추천평을 이렇게 남겼다.
이 책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경험하는 개별 의사들을 사색을 그린, 그저 예쁘게만 포장된 수필이 아니다. ‘효율임금이론’ 같은 현실적 문제와 영혼 없는 정책 입안자, 의료계의 기득권자들에 의해 함부로 집행되는 규정 속에서 괴멸해가는 의료 지휘관들의 무거운 현장 보고서이다.
나는 이 책을 몇 명이 탐독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노력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활자화되었어야 했다. 뼈를 깎아내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힘든 젊은 내과 의사 생활 동안, 그리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동안 이런 백서를 남겨준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보기 어려운 귀한 활자들이 세상에 남았다.”
-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교수)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이런 소망을 책 첫머리에 남긴다.
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읍소하고 싶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건강해지기 어려운 시대, 의료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한계 뒤에 사실은 어떤 정책의 부조리가 있으며, 또 어떤 제도의 부재 때문에 일어나는 일인지를 알리고 싶었다. 보건의료정책은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지만, 내가 만났던 환자들과 동료들의 드라마를 빌린다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종의 '입문서'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롤로그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p. 16-
그런 그녀의 소망과 진심을 책을 읽으면서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게만 알고 있었고, 원래 그런건가보다 알고 있었던 보건의료정책이 사실은 불합리하고 그 잘못된 정책들이다라는 것을, 그 부조리에 순응하고 복종하지 말고 용기있게 맞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 책 속에서 그 부조리와 불합리성을 환자들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조목조목 제시한다. 그녀가 만났고 치료했던 환자들의 모습 속에 감춰진 불합리한 제도의 모습과 잘못 시행되는 보건의료정책 등을 끄집어내어 그 민낯을 공개하고 있다. 그것은 새롭고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다 겪었던 것이며, 너무나 오랫동안 겪어와서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온 것이다.
그런 한국 의료 현실을 보여준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보다 더 많이 아픔에도 치료는 덜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 가난한 사람은 죽을 때조차 남들보다 더 지난하고 괴로워야만 하는 현실, 의료적 필요보다는 돌봐줄 여건이 되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를 '사회적 입원이 증가되는 현실 등 이 모든 모습들이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런 현실들이 나는 겪어보지 않았으니깐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직접 그런 현실이 주는 자괴감과 무기력감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닥칠 일' 이 아니라고 소홀히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일들이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애게 닥친 일이라면 어떨까? 그 때도 나와 상관없는, 즉 내 알 바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런 한국 의료 현실, 보건의료정책의 한계성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호스피스 완화치료, 연명 의료 문제, 안락사, 사회적 입원과 간병 문제, 성수소자에 대한 인식, 소아 중환자실 구축에 대한 필요성, 자살예방교육 등 각각의 문제와 함께 해결방안, 개선책,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을 제시해준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문제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말기암 환자에게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 의학적 치료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겨우 몇 개월에 불과하다. 만약 당신이라면 그 남은 몇 개월동안 힘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좌절하고 우울한 채로 병원 침대에만 누워있을 것인가? 물론 그렇게 해서 살 수 있는 시간이 연장되긴 하겠지만, 그렇게 죽음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느 순간에 죽게 된다면 남겨진 가족들은 어떨까? 그런 상황 속에서 의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라고 말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여생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환자가 마지막으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한 채 無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그래서 잘 죽는 것 Well Dying 이 중요한 것이다.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 또한 중요하므로. (p. 34)
하지만, 대부분의 말기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한다. 끝까지 살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채, 조금이라도 살아 있는 시간을 누려보고자 그들은 연명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선택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가족들의 선택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죽고 싶을 만큼 고통을 느껴도 죽을 수가 없었다. 환자에 대한 치료가 환자 자신 스스로가 한 선택이 아닌 가족들의 선택에 의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환자 본인은 이렇게 고통 속에서 여생을 마감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말기 환자를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말기 환자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명료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p.36)
그래서 저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시한다. 이것은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치료 방향의 전환인 것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줌과 동시에 정서적 안녕을 추구할 수 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이용할 경우,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에 더 방점을 둘 수 있다.
DNR
소생시키려 시도하지 마라!
DNR은 Do not resuscitate '소생시키려 시도하지 말라'라는 의미의 문구로 연명의료결정법이 도입되기 전, 병원에서 말기 환자의 연명 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쓰이던 문서를 지칭한다. DNR은 지금의 '연명의료계획서'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2016년에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되면서,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면 본인의 의지 혹은 사전에 남긴 의료 지시나 가죽이 진술하는 환자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연명 의료'는 말기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의료 행위로. 대표적으로 혈압 상승제 투여, 기계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심폐소생술 등이 있다.
이 연명의료법은 환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만약 환자가 식물인간 즉 뇌사 상태에 빠지더라도 연명 의료를 계속했어야 헸다. 기계호흡기에 의해 생명을 유지한 채 그렇게 숨이 다 할 때까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가 되어 생을 마감했다. 환자 본인은 의식이 없고 의사표현도 할 수 없고, 연명치료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가족은 쉽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죽이는 것이 두렵고 무서워서 쉽게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었다. 뇌는 죽고 심장만 신체적으로 살아있다고 해서 인간일 수 있을까. 죽음에서도조차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중요한데, 정작 본인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관여조차 할 수 없는 것일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할 때는 환자 스스로 결정을 내리게 해야 한다. 즉 죽음과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자기결정이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길이다. 최종 결정은 환자의 몫이다. 그래야 의료진이나 가족의 법적 혹은 심리적 책임 등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권리를 먼저 존중하는 것, 그것이 의사의 그리고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무이다. (p.45)
그 모든 과정에서 의사는 결국, 그저 거드는 사람일 뿐이다. (p.50)
의사가 바라는 단 한 가지
"과장님께서 오시고 나서 콧줄을 갖고 있는 환자 수가 많이 줄어서 병원 운영이 상당히 곤란해졌습니다."
콧줄은 환자가 삼킴 곤란이나 의식불명 등으로 인해 입으로 식사하기가 어려워지면 코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위까지 넣어 음식물을 제공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의학적 필요가 아닌 단순히 돌봄, 간병, 의료 수가제의 혜택 때문에 콧줄을 넣는 거라면 어떨까?
예전 엄마가 입원하셨고, 음식물을 통해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서 링겔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신 적이 있었다. 평상시 먹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인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링겔만으로 영양을 섭취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기운이 하나도 없고 너무나 지치고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셨다. 사람에게 먹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 먹는 즐거움조차 느끼지 못하니 웃을 수 있겠는가. 나중에 상태가 호전이 되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셨을 때 너무나 기뻐하시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예전에 요양원에 입원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콧줄을 끼운 모습을 보고, 정말 음식물 조차 먹을 수 없어서 그런 거구나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좀 충격이었다. 요양병원은 환자군을 신체 상태에 따라 분류하고 군별로 하루당 일정 수가를 지급하는 정액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 수가제도 때문에 병원에서는 의학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콧줄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콧줄을 갖고 있는 환자는 '돌보기 어려운 환자' 즉 '의료고도군'으로 분류되지만 콧줄을 갖고 있지 않는 환자는 그 밑의 단계인 '인지장애군' 혹은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p.104)
그러므로 '콧줄을 넣을지 말지'를 정할 때는 정첵괴 제도에 의해, 경제적 이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학적 이유를 바탕으로 정해져야 한다.
의료 행위를 할 때 오로지 환자만을, 의학적인 이유만을 생각하는 것, 어쩌면 의사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인 것을. (p.108)
성인 중환자실의 아가야
2016년 9월 전북 전주에서 두 살배기 남자아이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아니는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엇지만 모든 응급 수술실이 사용 중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즉시 전원을 요청했지만 주변 13곳의 병원 어디에서도 아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기로 하고 헬기에 올랐지만 12시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주대학교뱡원은 수원에 있는, 처음 사고가 발생했던 전주와는 무려 2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다.
병원도 결국은 일개 조직에 불과하고 하나의 사업채이다. 사람을 살리는 곳인 동시에 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직원들의 급여를 주고 비싼 의료기기를 구매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적자라는 폭풍을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위의 뉴스 기사에 따르면 만약 그렇게 거절당하지만 않고 골든타임을 지켰으면 어땠을까? 제 때 제대로 되고 전문적인 치료가 이루어졌다면 2살 배기 아이는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국에 있는 17개의 지자체 중에서 소아 중환자실을 12곳만 갖추었을 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같은 경우는 상급종합 병원에 속한다. 이 병원으로 지정되려면 기준이 있다. 그 기준 안에는 성인이나 신생아 중환자실의 구축 여부는 포함되어 있지만, 소아 중환자실은상급종합병원 지정 규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소아 중환자실의 유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나서서 시설이나 장비, 운영비 등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여 소아 중환자실을 가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본다.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할까, 죽어가는 아이를 위해 아이를 위한 기도는 무엇이었을까 등 이 기사를 읽고 마음이 참 무거웠다. 자꾸만 길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그 아이가 생각이 났다. 다시는 이렇게 허망하게 아이가 죽지 않도록 '소아중환자실 구축'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서 이 아이 같이 허망하게 안타깝게 죽게 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래본다.
3. 나가며
사람들은 저자에게 묻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환자를 보는 의사로 살면 될 것을 왜 굳이 '정책'의 길로 나섰는가?"
이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플 때 언제나 만날 수 잇는 동네 주치의가 있고 필요하다면 시기적절하게 큰 병원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검사를 치료를 받을 때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누구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나라를 꿈꿔본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저자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더 많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또 다시 책상 밖으로 나와 발언권을 얻고 정책과 제도를 바로잡는 일에 앞장 설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비록 그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잘못된 정책과 제도의 불합리성을 고발하고 개선하려 노력한다면, 분명 만인 모두가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자의 노력과 열정이 빛을 발하고,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건강에 대한 울림을 주기를 바래본다.
<저자 소개>
*김현지
서울대학교병원 권역응급센터 진료교수.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내과 전문의이자 우리 모두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해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인턴 때부터 전문의가 된 지금까지 요양병원, 중환자실, 응급실, 암 병동 등 다양한 병원을 두루 거치며 수없이 많은 죽음과 마주했고, 다양한 환자들과 만났다. 어떤 이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절했고, 또 어떤 이는 그리 힘들게 살려놓았는데도 자살 시도 끝에 차디찬 몸으로 되돌아왔다. 누군가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가난한 탓에, 정책과 제도가 미비한 탓에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인간답게 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사그라드는 생명 뒤에는 정책의 부조리, 제도의 부재,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점차 깨달았다. 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의사가 병원 안에서 사람을 살리려 애쓴들 사람들은 병원 밖에서 죽어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사회를 살리기 위해 병원 밖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보다 많은 이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정책을 보완하고, 또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은 잠시 임상 현장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그녀의 이상과 목표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표지에는 심장 박동을 나타내는 일러스트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환자에게 가진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일까요. 저자는 오랜 기간을 병원에서 진료교수로 일하며 다양한 환자들을 만났습니다. 또한 의료 정책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미비한 정책으로 인한 죽음을 (혹은 인간답지 못한 죽음을) 방지하고자 상당한 노력을 해온 분인 듯 합니다.
1장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아니, 잘 죽이고 싶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하였는데, 책을 읽고나니 이해가 가는 구절입니다. 치료가 힘든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옵니다. '호스피스 완화치료' 라는 선택지를 안게 되는 순간, 치료의 방향과 목적은 180도로 바뀌게 된다고 합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어떻게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치료인 것이지요.
"고마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줘서."
환자가 의사에게 남긴 말입니다. 잔잔한 슬픔이 담긴 말인 것 같습니다. 이들의 마음은 아마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할 것일테지요.
이 책은 죽음을 다룹니다. 평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지만, 몇 안되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할 주제입니다. 이 책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은 왜 죽음 또한 편안할 수 없는가, 우리나라도 이제는 '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하는 시점이 아닐까 등의 꼭 생각해보아야할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죽음 뿐만 아닙니다. 죽음에 다다른 노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늙어 보호받아야하는 존재가 될테지만, 정작 우리들은 현실에 팽배한 노후와 보호 문제에 대해 눈감고 있죠.. 저자는 요양병원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후 돌봄과 관련한 정책들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있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 일부가 아닌,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겪게될 문제들 말입니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간병인의 공급, 간병인의 저임금, 정책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간병비, 요양병원 간의 가격경쟁, 이를 통해 나타나는 '보건의료'와 '돌봄'의 모호한 구분으로 인한 문제들까지...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요?
저자는 또한, '삶'이라는 주제로 소아중환자 치료를 위한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우리 사회의 거시적 노력이 필요한 자살과 건강 불평등과 관련한 이야기도 합니다. 더불어, 성소수자들은 질병에 대한 무서움보다 사회의 시선을 더 두려워한다는 점을 들어 혐오와 사회적 낙인은 성소수자들의 건강을, 삶 자체를 위협한다고 짚습니다. 예방할 수 없는 질환을 치료해야하는 환자들도 넘치는데, 차별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말이죠.
미처 몰랐던 결핵의 위험성도 경고합니다. 결핵은 우리나라처럼 발전한 곳에는 있어서는 안될 병인데, 미흡한 관리와 홍보로 인하여 쉽게 막고 치료할 수 있는 결핵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요.
이 책은 이렇게 의료현장에서 보고 겪은,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몰랐던 것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병원 너머의 사회의 이야기들, 의료 정책의 이면을 생생히 보여주는 책이지요. 정책 전문가들, 일반 시민들까지 모두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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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