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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길은 참으로 모질다

그리운 길은 참으로 모질다

: 세월호 희생자 어머니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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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58g | 152*210*12mm
ISBN13 9791185818467
ISBN10 1185818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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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울타리의 한 귀퉁이 무너져, 봇물 터지듯 휩쓸려 떠내려간 자리에 서서 텅 비어 버린 허전한 가슴을 스스로 쳐대며 운다.
‘울어도, 울어도 션찮다.’
--- p.26

엄마는 왜 그 순간 그 쉽고도 짧은 언어구사에 장애가 있었을까.
그 장애는 너에게 날아가 차가운 마음 고체가 되었겠지.
엄마가 왜 그랬을까. 그 날 느른한 널 이해 못 하다니.
이렇게 널 잃고 ‘후회’라는 벌판에 서서 응어리진 고체를 안고 있는데 언제쯤 융해시킬 수 있을까.
--- p.59

내 딸이랑 마지막인데 엄마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고 그냥 그 순간에도 내내 숨을 쉬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사고가 났던 날도 그냥 멍하니 TV만 쳐다보며 아무것도 해주지를 못하고 내내 숨만 쉬고 있었던 엄마였다.
미안하다 딸아.
‘엄마는 세상 눈을 감아도 찾아갈 거야, 그건 딸에게 엄마가 해야 할 당연한 이치잖아.’
--- p.70

엄마라는 글자가 불에 달구어져 나에게 두 번째 낙인 된 것을 참 행복해했던 시간이다. 반면에 우리 긍이 일생에 아주 짧은 그리 길지 않은 살붙이 만남이어서 죄인이 되었다.
가려진 이놈의 세상이 연극의 마지막 막이라면 좋으련만.
난 딸 바라기 종유석, 천년만년 내게서 자라리. 자란다.
내게 세상이 닫히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 p.76

미안했다. 유독 엄마 앞에서만큼은 아픈 마음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큰딸에게 난 바보짓을 했나 보다. 일부러 속마음 감추려고 대답도 그렇게 한 것 같다. 그래야만 엄마가 울지 않을 거라 믿었으니까. 그런데 자신이 대답하면서 울고 있었으며 그래서 고개도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울고 있는 모습을 들켜버리고 둘이서 울다가 “미안해” 하니까, “엄마는 왜 날 울려” 한다.
그리움을 품어 간직하고 있던 응집된 고리 너머를 들켜버린 것이다.
--- p.83

딸 앞에서 “이제야 졸업을 했어. 한 번 봐봐. 근데 명예 졸업장이야” 하며 졸업장을 읽었다. 읽으려고 했던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졸업장을 펴 놓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읽어 내려갔다. 내 딸 이름 석 자 앞에 보인 졸업. 이날 단원고등학교 9회 졸업식에는 250명의 명예 졸업생에게 명예 졸업장과 졸업앨범 수여되었지만 당사자는 참석도 수여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넋들의 가장 슬픈 졸업식이었고 주인공이 없었으니 허무한 날이었다.
--- p.100

두 딸은 가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너희들 쌍둥이니’라고 물어보면 집에 와서는 서로 ‘엄마 우리 닮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 보고 쌍둥이라고 하지. 하나도 안 닮았는데’라고 얘기했지.
그런데 혜경이 새끼발가락과 언니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어쩜 그리도 똑같니.

새끼발가락이 쌍둥이 같아.
--- p.142

개나리를 벚꽃을 고개 들어 유심히 본지가 언제인지, 예쁜 딸 아프게 보내고 한 번도 그러질 못했다. 긍이도 그러니까.
그래서 예쁜 꽃을 보면서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내 감정은 메말라졌다.
그날 이후, 난 마음의 문을 스스로 닫으려 하는 것 같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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