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 먼저 떠난 아들에게 보내는 약속의 말들

리뷰 총점9.9 리뷰 13건 | 판매지수 12
베스트
한국 에세이 top100 1주
정가
14,000
판매가
12,6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42g | 140*210*14mm
ISBN13 9788964373699
ISBN10 8964373693

이 상품의 태그

레버리지

레버리지

16,200 (10%)

'레버리지' 상세페이지 이동

아비투스

아비투스

19,800 (10%)

'아비투스' 상세페이지 이동

부자의 그릇

부자의 그릇

13,500 (10%)

'부자의 그릇' 상세페이지 이동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13,500 (10%)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상세페이지 이동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라는 세계

13,500 (10%)

'어린이라는 세계' 상세페이지 이동

기브 앤 테이크

기브 앤 테이크

15,750 (10%)

'기브 앤 테이크' 상세페이지 이동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14,400 (10%)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상세페이지 이동

우울할 땐 뇌 과학

우울할 땐 뇌 과학

15,300 (10%)

'우울할 땐 뇌 과학' 상세페이지 이동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16,200 (10%)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상세페이지 이동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14,400 (10%)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상세페이지 이동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20만 부 기념 에디션)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20만 부 기념 에디션)

13,500 (10%)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20만 부 기념 에디션)' 상세페이지 이동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16,200 (10%)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상세페이지 이동

돈의 시나리오

돈의 시나리오

15,300 (10%)

'돈의 시나리오' 상세페이지 이동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14,220 (10%)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상세페이지 이동

세상 끝의 카페

세상 끝의 카페

14,850 (10%)

'세상 끝의 카페' 상세페이지 이동

아웃라이어 (10주년 리커버 에디션)

아웃라이어 (10주년 리커버 에디션)

14,220 (10%)

'아웃라이어 (10주년 리커버 에디션)' 상세페이지 이동

혼자 있는 시간의 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13,500 (10%)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상세페이지 이동

우리말 어감사전

우리말 어감사전

15,300 (10%)

'우리말 어감사전' 상세페이지 이동

편지 쓰는 법

편지 쓰는 법

9,000 (10%)

'편지 쓰는 법' 상세페이지 이동

연결된 고통

연결된 고통

15,300 (10%)

'연결된 고통' 상세페이지 이동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상품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원본 이미지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버이날인 5월 8일은 내 생일이다. 내가 몇 살인가? 헤아려 보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 한빛 없이는 모든 것이 별 의미가 없다. 한빛은 엄마가 이렇게 살 것을 알았을까? 아니면 슬픔을 딛고 씩씩하게 살아가리라고 생각했을까? 한빛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야속해서가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도 죽음을 택할 만큼 한빛은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테니까.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엄마로서 아들의 처절한 아픔을 손톱만큼도 눈치 채지 못했고 헤아리지 못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특별한 날이면 내 고통과 슬픔 때문이 아니라 한빛의 아픔을 알아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
--- p.15, 「특별한 날」 중에서

나는, 나는 오늘 한빛을 잊고 있었나? 오늘도 무던한 하루를 보냈다. 회의를 하고 결재를 하고 업무 보고를 받고 교내 순회를 했다. 그 속에 한빛이 없었나? 아니었다. 운동장으로 쏟아지는 5월의 찬란한 햇살을 보면서 ‘한빛아, 이 아름다운 계절을 왜 버렸니?’ 나만 느끼는 게 미안했다. 떠들고 장난치는 중학생들의 건강한 소음 속에서도 한빛을 생각했다. 운동장 구석에 하얀 눈송이처럼 핀 이팝나무를 보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또다시 봄. 아무리 참으려 해도 슬프다. 스쳐 가는 봄바람에도 칼날에 에인 듯 아프다. 어떤 때는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화장실로 숨어들 때도 있다.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엔 애써 아무 생각 안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어떤 무게도 없이 흘려보내려고 했다. 그런데도 가슴이 답답했고 허허로웠다. 이 모든 게 한빛이 없기 때문이구나.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기 때문이구나. 내 앞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한 남자가 내 마음을 확인해 주었다. 갖은 양념에 울긋불긋 버무린 벌교 꼬막을 앞에 두고 우리는 한참을 소리 죽여 울었다. 덕분에 ‘진공’ 같은 하루의 삶을 얼마간은 덜어 낼 수 있었다.
--- p.16, 「특별한 날」 중에서

다른 부모도 그랬을까?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갈팡질팡했다. 부모의 흔들리는 기준에 아이는 얼마나 헷갈리고 어른들이 마뜩잖았을까? 그럼에도 부모로서 깊이 고민하지 않았고 충분히 성찰하지 않았다. 아이는 어리고 자식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맞벌이라서 나나 남편이나 바쁘다는 핑계를 무기 삼았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욕에는 못 미치더라도 대화나 다른 방법으로 풀어 갈 수도 있었는데, 일부러 시간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아이는 ‘절대로’ 벗어날 리가 없다고 교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절대로’란 말을 이제는 믿지 않지만.
--- p.39, 「힘들게 쓴 답장」 중에서

한빛에게 부모의 삶은 어때 보였을까? 부모의 삶을 좇고 싶을 만큼 부모가 멋지게도 보이고 존경심이 들기도 했을까? 자본주의와 세속적 가치관에 흔들리며 갈팡질팡하는 부모를 보면서 칼럼 속 고등학생처럼 때로 냉소적이었을까? 한빛이 진보적 엘리트로 성장해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랐던 부모의 욕심이 버거웠을까? 남편은 나름 소신대로 살아왔지만 나는 매일 그 언저리에서 주저주저했다. 내가 갈팡질팡할 때마다 한빛은 얼마나 헷갈렸을까? …… 한빛은 유서에 엄마, 아빠 사랑을 넘치게 받았다고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끝까지 철저했다. 내 마음을 이렇게 정확히 내다봤던 아들을 나는 왜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을까.
--- p.42~43, 「힘들게 쓴 답장」 중에서

한빛이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되었을 때다. 나랑 같이 누워 있는데 한빛을 한참 들여다보던 남편
이 뜬금없이 물었다.
“정말 참 잘생겼지?”
“응.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고 정말 잘생겼어. 왜 새삼스레?”
“우리한테 어떻게 이렇게 잘생긴 아이가 태어났는지 신기해서.”
듣다 보니 뭔가 이상해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우리 한빛이 잘생기면 안 돼?”
“아니, 나는 대머리에 얼굴도 길어 나를 닮을까 봐 걱정했거든. 당신도 그리 예쁜 스타일은 아니라서.”
하는 게 아닌가? 내가 발끈해서 “내가 어떻다고? 연애할 때 예쁘다고 하지 않았어?” 하며 이불 속으로 숨은 남편을 막 두들겨 때렸다. 한빛이 있다면 이 상황을 재미나게 이야기해 줬을 텐데 이제는 웃음기 가신 아련한 기억일 뿐이다. 나중에 한빛의 아기 때 사진을 보니 지극히 평범하던데, 그땐 내 눈에도 남편 눈에도 정말 특별했었다.
--- p.46~47, 「아들 자랑」 중에서

한솔이 군에 있을 때다. 군인이라서 숨죽인 채 기자회견에 함께하고 귀대해 한밤중에 썼을 것이다. 아빠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고 대책위가 뭔지도 모르는 엄마한테 이후 과정을 맡기고 복귀한 한솔이 마음이 어땠을까? 형 죽음 이후 제대하기까지, 불안하고 고통스러웠을 한솔이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나는 그때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었고, 잠들고 싶으면 자 버렸고, 밥 먹기 힘들면 안 먹어도 됐다. 내 맘대로 한빛의 죽음을 부정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한솔은 생각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을까? 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있었나? 형 생각이 깊어질까 봐 도리질을 했겠지? 단절과 통제 속에서 자유의지와 싸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 p.77, 「마지막 부탁은 거절할게」 중에서

열 살 때였나. 할아버지 제삿날 저녁이었다. 제사상에 올릴 밤을 깎고 계시는 아버지께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잖아요. 무척 슬플 텐데 어떻게 밥도 먹고 웃기도 하세요?” 하고 질문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물었던 것 같다. …… 뜬금없는 내 질문에 아버지가 뭐라고 답하셨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버지는 윗목에서 밤을 깎고 계시고 나는 아랫목 제사상을 행주로 닦던 풍경만 어렴풋이 생각난다. 어린 딸의 당돌한 질문이었겠지만, 아버지로선 어쩌면 흐뭇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딸이 자기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였을 테니까. 지금 헤아려 보니 내가 여섯 살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그때는 불과 4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내가 한빛을 보낸 후 이제 4년인 것처럼. 아버지는 내 질문에 흐뭇했다기보다는 슬픔이 더 크셨을 것 같다. 내가 상처를 건드렸는데 아버지는 울지도 못하셨겠지. 밤 껍질을 한 겹 한 겹 깎아 내며 눈물을 삼키셨을까?
--- p.85~86,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 중에서

한빛아, 엄마야. 늦게 와서 미안해. 그리고 힘들 때 함께해 주지 못해 미안해. 네가 떠난 후 엄마는 너한테 엄청 많은 것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어. 그러나 갚을 수가 없었어. 그때그때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게 제일 미안해. 엄마가 매사 한 발짝씩 늦어서 답답했지? 그래도 너는 이런 엄마를 항상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지. 난 정말 행복한 엄마였어. 그리고 돌이켜보니 엄마를 살아나게 한 것도 결국 너였어. 기가 막힌 슬픔 속에서도 너한테 받은 것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매일매일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까. 늦었지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한빛아, 오늘 너하고 약속하려고 왔어. 엄마는 이제부터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 안 할 거야. 비록 너와 함께하지 못하지만 네가 준 것 가슴에 깊이 새기며 살아가려고. 엄마에게는 큰 격려가 될 거야. 그리고 하나하나 갚아 나가려면 엄마도 부지런히 살아야 하겠지? 한빛아. 이 모든 것 고마워. 사랑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이었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라도 묻힐까 봐 또박또박 말하려고 노력했다. 내 말은 어느새 대성통곡으로 변했고,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낏흘낏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렇게 소리 내어 약속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만 같았다. 한빛도 이제는 엄마 걱정을 내려놓을 것 같았다.
--- p.88~89, 「덜 추운 겨울을 보내기를」 중에서

11월 마지막 날에 애도 의식을 마무리했다. 한빛과 내가 함께한 시간, 대화한 내용, 한빛의 생각과 글, 남긴 모든 흔적들이 다 반짝거리며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을 소중히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죽는 날까지 한빛을 사랑할 것이고 한빛은 항상 내 가슴속에 있을 거니까, 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엄마를 응원했던 한빛이니까 이번에도 내 결심을 좋아해 주리라 믿는다.
--- p.89, 「덜 추운 겨울을 보내기를」 중에서

우리는 자전거를 세워 놓고 끝까지 걸어 들어갔다. 저녁 무렵이라 아무도 없고 고요하기만 했던 황룡사지. 앞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잡초에 덮인 주춧돌만 군데군데 보이던 텅 빈 절터였다. 주춧돌에 앉아 한참을 얘기했다. 더위를 식힐 겸 앉았는데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토함산은 아니겠고 남산이었을까? 긴 산 뒤로 여름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자전거가 풀밭에 세워져 있고, 폐사지 같은 텅 빈 절터 주춧돌에 앉은 아빠와 두 아이가 역사 지식을 경쟁하듯 말하며 열을 내고 있는 풍경. 그 뒤로 붉은 해가 지고, 바람이 살짝살짝 얼굴을 스치며 지나던 순간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렇게 영원히 간직해도 좋을 아름다운 그림을 가졌으면서도 왜 한빛은 일찍 서둘러 떠났을까? 아들의 부재가 이런 추억조차 무거운 기억으로 바꿨다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 p.125~126, 「자전거 탄 풍경」 중에서

어린 한빛의 볼멘소리와 중1 때 국어 공책에 쓴 작문은 나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그 후 내 버릇을 다 고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아이들에게는 솔직하고자 노력했다. ‘사실’만 말하고자 했고 “여기부터는 엄마 생각이야” 하며 이야기해 주곤 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내 약점이 부끄럽기도 했다. 훗날 한빛에게 이 얘기를 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한빛은 늘 그랬듯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내가 다시 ‘사실’을 붙잡게 된 것은 한빛 덕분이다. 기자회견에 나가기로 결심하면서, 한빛이 가르쳐 준 ‘사실’만을 붙잡으려 했다. 아들을 잃은 분노, 억울함, 슬픔 등을 어떻게 ‘사실’로만 이야기할 수 있으랴? 죽는 날까지 싸울 거라고 한빛에게 약속했지만, 이 골리앗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 또 언제 끝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울자고 결심했고, 오로지 ‘사실’만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힘겨운 싸움의 과정에서 휘둘리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한빛을 살릴 수 있는 길도 그 길뿐이었다고 믿는다.
--- p.133, 「엄마의 거짓말」 중에서

회사와의 싸움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한빛에 대한 믿음과 존중 때문이었다. ‘그래도 죽으면 안 되지. 바보 같이’ 하다가도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한빛을 키우면서도 ‘바보 같다’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했는데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진 아들에게 어떻게 엄마가 감히 ‘바보 같다’고 말하는가? 짐승처럼 울었다. 잠깐이라도 한빛을 원망해서 미안했고, 아무런 희망이나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게 극형 같아서 절망했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운명이 “구조의 힘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죽음이 부당한 신의 요구에 대한 “진정한 저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글에서 정희진은 사회적 타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무리 그래도 죽지 말아야 했다? 우리는 인간의 생사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아무리 그래도 죽지 말아야 했다고, 우기는 일을 관두기로 했다. 한빛은 긴 시간 많이 고민하고 아파했을 거다. 한빛이 내게 가르쳐 준 것 하나는 인간의 고뇌를 단지 패배나 절망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빛은 이것을 뜨겁게, 슬프게 가르쳐 주고 갔다.
--- p.158~159, 「‘운명’을 마주하는 법」 중에서

영성체를 하려고 줄을 섰는데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저 앞에 한솔이 서 있었다. 설마 했는데 한솔이었다. “한솔아” 하고 조그맣게 부르니 한솔이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보고는 놀라서 머쓱해했다. 엄마가 소심한 걸 알기에, 엄마가 불안해할까 봐 말하지 않고 여기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고 나오다가 좁은 골목 끝에서 한빛을 만났다. 반갑다기보다는 기분이 묘했다. 신부님의 강권에 송경동 시인의 용산 참사 관련 시집을 두 권 샀는데, 두 아들 손에도 시집이 들려 있었다. 훗날 원룸 이사를 하면서 보니 책꽂이에 꽂힌 이 시집들과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 참사역입니다》 등, 용산 참사 관련 책이 열 권은 족히 넘게 꽂혀 있었다. 한빛에게 친구들한테 나눠 주라고 했더니, “많이 주고 남은 거예요.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요” 했다. 한빛이 떠나고 나서, 친구들을 통해 한빛이 용산 참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시간 함께했다는 것을 알았다. 한빛이 이렇게 산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상식적이고 건강한 삶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왜 이런 삶을 살아온 한빛이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일까. 그 겨울, 나 역시 그 자리에 갔으면서도 왜 나는 한빛과 한솔을 만난 것을 불편히 여겼을까?
--- p.168~169,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 중에서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한빛이 떠나기 불과 5개월 전, 그날 한빛은 일터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동시대 청년에게 일어난 참담한 일을 뉴스로 접한 청년 한빛은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갔을까. “망하지 못해 망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 끔찍한 죽음의 행렬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함으로 절망했을 한빛.
--- p.184~185, 「오.늘.이라 힘주어 적었다」 중에서

자식 잃은 부모의 감정은 조롱거리가 되기 쉬웠다. 재벌도 언론도 방송도 믿을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단식투쟁을 할 때 그 앞에서 피자 100판과 치킨, 핫도그 등을 먹었다는 기사를 본 뒤, 인간이 어디까지 극악할 수 있는가 싶어 치를 떨었던 기억이 소환됐다. 한빛을 두 번 욕되게 할 수는 없었다. 분노가 일어도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눈을 감고 보지 않았다. 진실이 왜곡될 때 받을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내 모습이 불쌍해 가슴을 쳤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여전히 세상 눈치를 보고 있다니, 내가 가증스러웠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본 많은 시민들과 청년들은 알아서 그 행간을 읽어 주었다. 그들의 응원으로 한빛한테 진 빚을 갚아 나갈 여력을 마련했다. “고인을 핑계로 우리 회사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는 협박 앞에 검증하고 또 검증했다. 그동안 국가나 거대 기업과의 싸움에서 피해자들이 어떻게 지난한 과정을 겪었는지를 알기에, 단어 하나에도 자체 검열을 했다. 평범한 시민이 꿈틀할 수 있는 영역은 좁고 작았다. 절망과 모욕 속에서 싸움을 이어 나갔다.
--- p.190~191, 「조롱당하기 쉬운 마음」 중에서

지난 3년 동안 나는 한빛을 부활시켜 함께 살고 있다고, 그래서 잃은 것이 없다고 매일 각인했다. 한빛이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숙제를 눈곱만치라도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나를 다그쳤다. 그럼에도 매일 헤매는 나를 만났다. 시도 때도 없이 슬픔과 고통이 뭉글뭉글 비집고 올라왔다. 이제는 안다. 내가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앞에서 매일매일 마치 오늘 밤 ‘끝낼 수 있는 숙제’를 받은 사람처럼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사랑하는 한빛을 위한 숙제니까 성실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속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3주기를 맞는 10월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영원한 숙제’라는 걸 이제 알았더라도 멈출 수 없다. 앞으로 몇 날이라도 계속해서 이 ‘끝낼 수 없는 숙제’를 해나가야 한다.
--- p.223,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중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분들을 ‘한빛의 친구’라고 부른다. 그들은 나의 친구이기도 하다. 이 책이 ‘한빛의 친구’들에게 친구이자 한빛 엄마가 주는 고마움의 표시가 되면 좋겠다.
아울러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가족들과 직장 괴롭힘과 과로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 재난 참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고 상실의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들께 이 책이 스치는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한 줄기 빛 같은 희망이 늘 함께하기를.
영원히 가시지 않을 슬픔을 주었지만 누구보다 존중하고 사랑하는 내 아들 한빛. 그가 살았던 시간, 치열하게 고민하느라 시간을 쪼개 살면서도 그 속에서 행복을 느꼈을 그 시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이제 언제 어디든 한빛을 만나는 것은 내 선택이다. 한빛은 그때마다 늘 그랬듯 엄마를 응원하며 엄마의 손을 잡아 줄 것이다.
한빛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빛을 몰고 오기를 바란다.
--- p.264, 「나가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한빛 피디가 떠난 후, 아무 소리도 도달하지 않는 듯한 진공상태 속에 있던 ‘한빛 엄마’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들숨과 날숨마다 비수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절박하게 아들 한빛을 붙잡았다. (한빛아, 엄마의 그 손힘을 너도 느꼈니?) 엄마에게 세상의 소리들은 점점 멀어지고 옅어져도 한빛의 목소리는 천둥소리만큼 커졌다. 한빛의 부재 속에서 엄마는 그렇게 한빛을 만나고 만날 때마다 한빛을 강보처럼 감싸 안았다. (한빛아, 엄마 품이 뜨거웠지?)
보내 주라고, 잊으라고, 그래야 산 사람은 산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사력을 다해 한빛을 찾아 손잡고 한빛의 말에 온 체중을 싣고 귀 기울였던 저자는 아들을 제대로 만나야만 엄마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 준다. 한빛이 괴로워한 게 무엇이고 어떨 때 행복했는지, 아들 한빛이 어떤 존재였고 또 어떤 아들이었는지 더듬어 가며 엄마는 더욱 한빛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비로소 김혜영 자신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슬픔이지만 찬란한 한빛’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끌리는 인간이었고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한빛아, 엄마, 아빠를 통해 널 알게 됐어. 넌 참 사랑스럽더라. 이름처럼 환하더라. 한빛아, 내내 사랑하고 또 사랑할 거야.
-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이 옳다』 저자)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 하나, 고민하면서 읽은 책은 아마도 내 기억 속에 최초다. 상상할 수 없는 아픔, 겪어 보지 못한 슬픔인데도 감히 저자의 마음이 흠씬 헤아려졌다. 상실, 분노, 슬픔, 자책, 반성.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고통을 몇 단어로 표현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부모로서의 자아와 교사로서의 자아가 충돌할 때마다 느껴야 했던 번민 앞에서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적당히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히 슬퍼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고(故) 이한빛 피디의 엄마 김혜영. 하늘에서 이한빛 피디가 엄마의 기록을 읽고 나면 어떤 말을 해줬을까, 오래 생각해 봤다. 아마도 저자가 아들이 키우던 고양이 ‘푸리’를 생각하며 했던 말과 꼭 같은 말이 아닐까. “미안해하지 마세요. 엄마의 마음을 다 알아요.”
- 엄지혜 ([채널예스] 기자, 『태도의 말들』 저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후회와 자책에 사로잡힌다. 미안한 일들과 더 이상 해주지 못하게 된 좋은 일들만 떠오른다. 나만 살아 있는 게 염치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을 모른 척할 수 없게 마음 다해 사랑했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의 관계가 자식과 부모일 때, 후회와 자책의 서사는 ‘더 잘 해줄 걸’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평등하게 만나기보다 돌봄을 주고 기대에 부응하는 관계로 뿌리 깊게 자리매김해 있기 때문이다.
‘한빛 엄마’ 김혜영도 엄마의 자리에서 출발해 지난 시간 속의 한빛을 다시 만나러 간다. 만남은 부모-자식에 대한 확고한 이야기를 새로 쓰며, 점차 한 사람과 한 사람의 만남으로 확장된다. 김혜영이 자꾸만 이한빛의 자리에 서보려 애쓰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한빛뿐 아니라, 내가 모르던 한빛을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혜영은 매일 한빛을 새롭게 발견한다. 한빛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난다. 멈춰 있지 않고 흐르고 바뀌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다. 김혜영은 이한빛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삶을 선물하고 있다.
때로 선물은 주는 사람에게도 큰 선물이 된다. 김혜영은 이한빛이 보았던 세상으로 조금씩 나가며, 한빛과 함께 다짐만으로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길을 새기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누구보다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이다. 지옥을 품은 세계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 박희정 (인권기록활동가, 『금요일엔 돌아오렴』 공저자)

회원리뷰 (5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8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6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