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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 들녘 | 2021년 04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32건 | 판매지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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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뮤지컬 미니 에디션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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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510g | 152*223*20mm
ISBN13 9791159256189
ISBN10 1159256187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시시콜콜한 오늘의 삶은 일기가 되고, 그 일기가 쌓이면 역사가 된다!
일기에는 『조선왕조실록』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범하지만 찬란했던 역사의 참 주인공들이 써 내려간 알짜배기 역사책을 만나다!!


역사 덕후 청년 박영서의 두 번째 책. 전작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에 이어 이번에는 조선 사람들의 ‘일기’에 주목했다. 일기는 가장 사적인 기록이다. 개인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세세하게 녹아 들어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달을 보며 자리에 들 때까지 시시각각 스쳐 지나간 온갖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흔적들이 조용히 내려앉으면 일기가 된다. 그러나 일기는 거시적이기도 하다. 일기를 쓴 사람이 자신이 살아 숨 쉬던 시대와 어떻게 교차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일기는 개인이라는 씨실과 시대라는 날실이 직조된 저마다의 직조물인 셈이다. 똑같은 일기가 나올 수 없는 이유다.

가히 조선 사람들의 ‘이불킥’ 총집합이라 할 만한, 웃기고도 슬픈 조선 사람의 속마음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조선의 하루를 읽어보자. 특히 이번 책에는 독서의 재미를 위해 저자가 직접 그린 주요 등장인물의 캐리커처와 저자가 직접 쓴 한문일기 필사본이 실려 있다. 다른 책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이 두 가지 자료만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선택은 행운 그 자체가 될 것이다. 한국사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학생들, 읽을거리를 찾아 온오프라인 서점을 방황하는 독서가들, 그리고 ‘역사라면 한국사! 한국사라면 미시사!’를 외치는 역사 마니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의 말 / 주요 등장인물 소개
나는 네가 과거 시험장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신입 사원들의 관직 생활 분투기
이 천하에 둘도 없는 탐관오리 놈아!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암행어사라니!
나의 억울함을 일기로 남기리라
식구인지 웬수인지 알 수가 없다
예쁜 딸 단아야, 아빠를 두고 어디 가니
그 땅에 말뚝을 박아 찜해놓거라
이씨 양반은 가오리고, 류씨 양반은 문어라니까
닫는 글 / 참고문헌 / 도판 출처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1606년 7월 4일 『계암일록(溪巖日錄)』
조즙은 오로지 인맥 덕분에 이번 시험의 감독관이 되더니, 상주와 함창 사람들을 우르르 이끌고 시험장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했다. 말이 상주와 함창 사람이지, 사실은 주민등록만 옮기고 실거주지는 다른 곳인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의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험장 문이 열리자마자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조즙이 따로 만나 웃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꼴을 본 우리 지역의 선비들은, “감독관 양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떻게 감독관이 사사로이 응시생과 농담을 나눌 수 있습니까! 저 사람들을 보내세요!”라고 따졌지만, 오히려 조즙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화를 냈다. 그러나 항의가 계속되자, 그의 얼굴은 갑자기 흙빛이 되었고, 끝내 고개를 떨궜다. 그러더니 대뜸, “그러면 내가 나가면 될 것 아닙니까! 더러워서 못 해먹겠구먼!”이라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게다가, 그가 옆 사람에게 ‘저 사람들이 뭘 어쩔 수 있겠나. 그저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지.’라고 했다는 말이 과거장에 퍼지면서, 우리 지역의 선비들은 일제히 과거장을 나가버렸다. 나중에 보니, 한 선비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는데, 조즙을 지지하는 옆 동네 사람들이 몽둥이로 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기 ‘라인’을 과거에 합격시키기 위해 거주지를 허위로 등록하게 하고, 과거장까지 이끌고 온 조즙의 뻔뻔한 행위에 동네의 선비들은 분개합니다. 감독관과 응시생의 말싸움은 점차 커져, 둘 다 시험장을 나가버리는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죠. 초유의 감독 거부와 응시 거부 사태는 결국 부상자를 초래하죠. ‘조즙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고개를 떨궜다.’라는 내용은 조즙 자신도 본인의 행위가 비도덕적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즉, 비록 ‘관례적’으로 온갖 종류의 부정행위가 매우 자주 벌어졌지만, 그런 행위가 부정한 것이라는 최소한의 인식은 공유했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과거 시험장의 부정행위는 야근을 하지 않고 수당을 입력하는 우리 시대의 ‘관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떠한 부정한 행위가 ‘관례’가 되는 순간, 오히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곤 하죠.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한 선비처럼요.
--- 「나는 네가 과거 시험장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중에서

마냥 집에만 있을 수 없던 노상추는 돈을 꿔가면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과거 급제 명단을 지켜보던 때처럼, 신임 관리 명단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죠. 그러나 번번이 고배를 마십니다. 이토록 미관말직 하나 나오지 않는다니, 무슨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 또한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그래서 노상추는 서울 안에서 여러 사람과 교유를 맺으며 자신만의 인맥을 넓히기 시작합니다. 인사부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듣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요. 그러나 인사 공고 때마다 실망의 순간이 그를 덮치고, 여비가 떨어질 때마다 다시 고향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간신히 관직을 받았다 해도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뉴비 급제자’ 신고식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혹한, ‘뉴비 관리’ 신고식입니다. 38살, 급제 후 2년간의 기다림 끝에 첫 관직을 얻게 된 김령의 생생한 신고식 현장으로 들어가 볼까요?

1614년 3월 2일 『계암일록(溪巖日錄)』
오늘 아침, 승문원(承文院)?에 첫 출근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윤 대리님이 엄청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를 대청마루의 현판 밑으로 내보내 시를 짓게 했다. 오 과장님은 끝도 없이 시 짓는 문제를 내어서 나를 괴롭혔다. 그가 너무, 너무 미웠다. 저녁에는 선배들 집을 돌면서 명함을 돌렸다. 열심히 말을 달려 윤 차장님, 오 과장님, 김 대리님, 윤 대리님 댁 등을 포함해 열네 곳이나 명함을 돌렸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에 돌아오니, 민 부장님이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았지? 내일부터는 허참례(許參禮)를 할 때까지 명함을 그만 돌려도 되네.”라고 하셨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 38세의 ‘뉴비 공무원’ 김령.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따뜻한 환대와 조언이 아닌,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신고식이었습니다. 업무 시간에는 선배들이 일도 안 하고 온갖 퀴즈를 내며 김령을 괴롭히더니, 이제는 ‘명함 돌리기’를 시켰습니다. 명함 돌리기 풍습은 많은 곳을 돌아야 했기에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김령도 열네 곳이나 되는 집을 두루 돌아다니며 명함과 함께 인사를 드렸죠. 게다가 꼭 귀신 분장을 한 것처럼 낡고 찢어진 옷을 입어야 했는데, 야간통행금지 시간에 사람들을 단속하는 경찰도 이들을 붙잡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부러 창고에 가두고 밤늦게까지 뉴비 관원을 붙잡고 얼굴에 먹물을 칠하는 모습이 담겨 있죠? 주변에서는 아예 BGM까지 깔아주며 제대로 놀리는 모습입니다. 신입생 환영회 때의 추태가 동기들 사이에서 내내 회자되듯, 조선 시대에도 이때 망가지는 모습이 관직 생활 내내 술안주로 쓰였겠죠?
--- 「신입 사원들의 관직 생활 분투기」 중에서

1801년 4월 3일 『남천일록(南遷日錄)』
오만동이라는 것이 그렇게 남자한테 좋다고들 하는데, 동래와 기장 사이에서 난다고들 한다. 한 잠수부에게 “오만동이라는 게 그렇게 귀합니까?”라고 물었더니, 그가 “이 동네에서 나긴 하는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특히, 조개에서 나오는 것은 다 귀한 약이라서 오만동을 구하기는 더 어렵죠.”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집 주인 아내가 오만동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라는 말에, 그는 물개박수를 치면서 껄껄 웃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내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역시 그렇습니까. 서울에서 온 양반님네 중에 오만동을 구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우리 바닷가 사람들은 오만동을 어쩌다가 채취해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 서울로 올려보내니까요. 그런데 바닷가 사람들은 아들딸 순풍 순풍 잘 낳고 살죠. 그런데 왜인지, 서울 사람들은 이게 없으면 자녀를 못 낳는 문제가 있나 봅니다?”라면서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닌가. 또 웃으면서, “작년에 나라에서 캐다 바치라는 명이 떨어져서, 우리 잠수부들이 며칠 동안 거의 얼어 죽을 뻔했습니다. 간신히 열 개를 구해 관청에 바쳤는데, 관청도 전부 서울 김 대감님 댁으로 올려보냈지요. 대감님 댁 아내분은 기뻐 죽으려 하고, 바닷가 여인의 남편은 얼어 죽으려고 하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라면서 또 손뼉을 치며 깔깔대며 웃었다.

기장 지역에서만 난다는 오만동이란 해산물은 ‘남자한테 그렇게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 그런 토산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깊은 바다까지 잠수하여 조개 속에서 캐내는 거라 구하기 너무 어려웠던 품목이죠. 시골의 잠수부는 서울에서 유배 온 순진한 양반 심노숭을 은근히 놀리면서 19금 유머를 구사합니다. 그러나 말에 뼈가 있습니다. 먹으나 안 먹으나 자식 낳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누군가는 오만동을 구하기 위해 얼어 죽을 뻔한 냉혹한 현실이 찐득한 유머 속에 담겨 있습니다.
--- 「이 천하에 둘도 없는 탐관오리 놈아!」 중에서

아내 김돈이가 이토록 거칠고 예민하게 반응한 까닭은 하녀들이 전해준 거리의 풍문 때문이었습니다. 기생 종대가 마치 이문건의 두 번째 부인이 된 것처럼 행세하면서, 이문건과 있었던 ‘베드 토크(bed talk)’를 자랑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죠.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아내의 항의는 정당합니다. 그런데 이문건은 사실이 아니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차가운 태도로 일관합니다. 오히려 쓸데없이 거짓 소문을 전하는 아내의 하녀들을 비난하죠. 하지만 이미 전과(?)가 있는 남편의 해명을 믿기 어려웠던 아내는 삶의 의욕을 잃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건강이 점점 악화하죠. 어느 날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남편에게 “기생 종대가 보고 싶어서 나랑은 못 살겠지? 그렇지?”라며 우격다짐을 펴기도 합니다. 이문건은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는 아내의 상태를 걱정합니다. 그래서 며느리나 하녀에게 아내를 제대로 모시라며 혼을 내면서 엄한 곳에 화풀이를 하지만, 결국 본인이 풀어야 하는 문제임을 알았죠. 기생집 사장님과 남편, 그리고 아내 사이의 삼자대면이 벌어지고, 다시는 기생 종대가 이문건을 만날 일이 없다는 확약을 받고 나서야 이 일은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 「식구인지 웬수인지 알 수가 없다」 중에서

오희문이 끔찍이도 아꼈던 막내딸, 단아는 잔병치레가 잦은 소녀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희문 부부는 전쟁을 치르듯, 아이의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특히,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할 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 나듯 뛰었죠.

1596년 9월 25일 『쇄미록(鎖尾錄)』
단아의 병세가 약간 나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밤새 통증에 시달렸다. 우리 부부는 서로 교대하며 밤을 새워 단아를 돌봤다. 며칠째 이러니, 내 정신이 어디 붙어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단아가 간신히 입을 움직여, “아버지……. 석류가 먹고 싶어요”라고 하기에 백방으로 구해봤는데 이 동네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편지를 보내 지인에게 석류가 있는지 물었더니, 저녁에 석류를 보내주었다. 단아는 석류를 보자마자 아픔이 무색하게 얼굴이 환해지면서, 그 자리에서 석류를 깨물어 반 개를 먹었다.

막내딸 단아는 병에 시달리며 아무것도 먹지 못합니다. 매일 밤, 부부가 단아 곁을 지키며 식은땀을 닦아주고 간호하죠. 갖은 약이란 약을 다 썼는데도 영 차도가 없자, 이대로 딸을 잃는 건 아닌지 걱정됐던 오희문은 점도 칩니다. 다행히 점괘는 좋았지만,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단아가 힘들게 입을 열어 석류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귀한 과일 석류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리 없죠. 저녁 무렵, 어렵게 석류를 구해 딸에게 가져다주니, 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석류를 베어 먹습니다. 기뻐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힘들었던 며칠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아의 병세는 오락가락하며 몇 달 동안이나 이어집니다. 다른 가족들도, 오희문 본인조차도 지쳐가는데, 어머니만은 한시도 쉬지 않고 딸을 간호하죠.

1596년 11월 16일 『쇄미록(鎖尾錄)』
단아의 증세는 조금 나았지만, 음식을 조금 먹다가도 금방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다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있으면, 아내가 어떻게든 구해서 먹이고 있다. 심지어 음식을 구하기 위해 다니다 보니, 며칠 동안이나 옷도 안 갈아입고 있다. 게다가 앉을 때나 누울 때나 단아를 부축해 안느라 힘겨울 텐데 조금도 지친 티를 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간호가 부족하진 않을까 걱정하고만 있다. 어머니의 힘이, 어머니의 은혜가 이토록 크고 위대한 것일까.
--- 「예쁜 딸 단아야, 아빠를 두고 어디 가니」 중에서

한편, 노비들이 묵과할 수 없는 선을 넘을 때면, 양반들은 체벌로 버릇을 고쳐놓고자 했습니다. 때로는 직접 매를 내려치다가 본인의 손목이 삐끗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발생한 개인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때, 노비들의 선택은 ‘대탈주’였습니다. 오희문의 『쇄미록(??尾錄)』에도 각종 탈주 사례가 기록되어 있는데요. 그중에서 근성의 탈주를 보여준 조선 노비판 로미오와 줄리엣, 송노와 분개의 스토리를 펼쳐봅니다.

1595년 8월 7일 『쇄미록(??尾錄)』
송노가 또 도망쳤다. 그런데 이놈이 근처 옥춘이네 집에 숨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저녁때 직접 찾아 나섰더니, 송노는 저 울타리 밑에서 숨어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횃불을 들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나를 약 올리는 것인가. 아, 분하다, 분해.
노비들이 내게 고하길, “송노와 막정이의 아내 분개가 불륜을 저지릅니다.”라고 하기에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막정이가 집을 비운 틈을 타, 분개와 함께 도망치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던 것이다. 내 아내가 그 얘기를 듣고 분개의 방을 뒤졌더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 짐을 다 송노에게 주어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다. 이 녀석들이 너무나 미웠다. 그래서 분개를 안방에 잡아 가두고 감시자도 붙여놓았다.

어느 날, 기회를 엿보다 냉큼 탈주한 송노는, 기껏 도망쳤음에도 동네 인근에서 숨어 있다가, 오희문이 직접 찾으러 오자 횃불을 들고 약 올리듯 뛰어갑니다. 그를 쫓아갈 수 없는 양반의 체면과 늙어버린 두 다리 때문에 분했던 오희문은 그저 씩씩거릴 뿐이네요. 송노의 탈출 사유는 다름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돌아왔던 송노는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 분개와 함께 탈출하기 위해서죠. 분개는 이미 막정이의 아내였고, 자신이 도망가면 또다시 가족들이 위험에 빠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사랑에 눈이 먼 ‘직진남’ 송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결국, 가족을 잡아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 오희문과 그의 아내는, 그들의 ‘사랑의 도피’를 방해하기 위해 분개를 가둬 놓습니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에 갇힌 분개를 위해 송노는 ‘특급 구출 작전’을 결행합니다.
--- 「이씨 양반은 가오리고, 류씨 양반은 문어라니까」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망국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원한 이순신 장군의 마음과 활약을 읽는 일은 『난중일기(亂中日記)』 덕분에 가능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사투를 이해하게 된 데에는 김구의 『백범일지(白凡逸志)』 역할이 크다. 『안네의 일기』 덕분에 우리는 유태인 소녀 안네가 겪었던 나치 치하의 참혹상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고, ‘일기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 『아미엘의 일기』는 매일매일 행해지는 내면의 성찰과 명상이 어떻게 격조 높은 문학으로 탄생하는지 보여준다. 이 모두 일기가 개인의 사유와 행동 및 희망과 절망을 담아내며, 동시에 후대 사람들에게 한 시대의 영광과 추락을 전해준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 사람들이 쓴 일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그들은 왜 글을 썼을까? 글은 양반의 전유물이었으니 일반 백성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길은 없는 걸까?
조선 사람들은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시대를 통찰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선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시대정신을 기록하기 위해, 후대에 남길 정신적인 유산을 축적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높으신 양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고 목숨 걸었던 마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내미가 긴 병치레에 들어가자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 백성은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정력제를 구해오라 다그치는 양반네를 고급스러운 유머로 받아치는 마음, 근성 있는 대탈주를 감행한 조선 노비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아이고 내 재산!’을 되뇌는 주인님의 분통 어린 심정……. 양반들의 속사정은 물론 함께 호흡하던 일반 백성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모두 담아낸 이 기록들은 오늘날까지 우리의 마음을 다채로운 빛으로 채워준다. 저자 박영서가 『난중일기』나 『열하일기(熱河日記)』처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어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선정한 덕분이다.

평범하지만 찬란했던 그들의 삶, 시시콜콜 쌓인 우리 민족의 역사!

이 책에 소개된 자료들은 모두 전문 연구자들과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쏟아부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선시대 개인일기 학술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조선의 개인 일기들은 무려 1431건에 이른다. 여행 중에 쓴 여행일기, 전쟁 중에 쓴 전란일기, 궁중의 여인들이 쓴 궁중일기, 단맛 짠맛 다 드러나는 생활일기, 공무를 수행하던 중에 쓴 사행일기 등 짧게는 수십 일, 길게는 몇 세대가 이어 쓴 일기들이 있다. 우리는 그 수많은 기록자료 덕분에 21세기 책상에 앉아 조선 사람들의 생활상을 비교적 낱낱이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때로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처럼 웃을 수 있고, 때로는 슬픈 영화를 볼 때처럼 눈시울을 붉힐 수도 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기록에 푹 빠져 일기의 주인들과 완전히 공명할 수 있다. E.H 카의 말처럼 “과거의 조선인들과 현재의 우리가 대화하는 것”이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남긴 선조들과 소통하며, 이제 또 다른 21세기 대한민국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이렇게 읽자

이 책은 ‘공명 유도서’다. 저자가 “책을 엮을 때 독자들이 일기 속 주인공과 충분히 공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미리 밝힌 이유다. 일기의 주인공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생활상과 시대를 마주할 때 비로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선이라는 나라를 온몸으로 느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의미는 회고나 복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순간을 사는 우리 자신 역시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임을 깨닫는 데서 증폭한다. 저자가 원문 및 번역문을 쉽게 접하실 수 있는 생활일기들을 주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매락에서다. 시시콜콜한 일상 속의 사건 중심으로 각 장을 꾸리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삶을 조망하기 위해 노력한 이 책을 통해 보통의 삶 따위 가뿐히 뛰어넘은 인생 선배들의 삶을 음미해보자.

회원리뷰 (32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포토리뷰 조선시대 선조들의 드라마 속으로...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악*리 | 2021.05.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과거에 어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일기들은 남아서 우리에게 과거를 보여주는 소중한 역사 자료가 되었다.   이순신장군이 남기신 난중일기, 김구의 백범일지처럼 말이다. 솔직한 속마음을 풀어 놓는 일기를 통해서 대범하고 비범했던 분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일기들.   이처럼 일;
리뷰제목


 

 

과거에 어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일기들은 남아서 우리에게 과거를 보여주는 소중한 역사 자료가 되었다.

 

이순신장군이 남기신 난중일기, 김구의 백범일지처럼 말이다.

솔직한 속마음을 풀어 놓는 일기를 통해서 대범하고 비범했던 분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일기들.

 

이처럼 일기들은 큰 사건의 기록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사람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오히려 더 알기 어려운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알게 해주곤 한다.

우리의 역사도 선조들의 일기를 통해 기록되었고, 우리는 당시의 생활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일이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데, 사료에 남아 있는 일기를 발췌하여, 현대식으로 소개한 책이 있다.

바로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콜]이다.

 

일기는 개인사이고 사람의 이야기다. 그렇다보니 시대를 넘어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오늘날 사람들의 화두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다루려 노력한 것이 보인다.

 

현실의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취업난으로 해석한 과거시험을 통해 당시의 취업난, 취업 후 선후배와의 관계,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보면 남일 같지 않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뿐인가 자식 걱정하는 부모, 부모 걱정하는 자식의 일기가 짠하게 맘에 남는다.

현재도 그렇지만 과거엔 재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땅. 바로 이 부동산 문제를 두고 소송까지 간 윤선오, 윤이후의 이야기도 현실과 다를 바 없음에 몰입감이 높다.

 

아무래도 글을 쓸 줄 알고, 기록을 남길 여유나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일기를 썼기 때문에 일반 백성보다는 신분이 있는 사람들이 남긴 기록일 수밖에 없지만, 생활상을 볼 수 있도록 전쟁 상황 속에도, 고난 속에도 일기를 남겨준 선조들에게 감사하다.

 

현실이 더 드라마 같고 영화 같다는 말처럼, 선조들이 남겨둔 일기가 드라마보다 더 흥미롭고,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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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최고의 역사 서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n******o | 2021.05.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전편보다 더 짜임새있고 고급스러워졌으며 잘 읽히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 다음편이 더욱 기대된다. 노숭겸에 감정을 이입하며 읽으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편지에서 일기까지 !!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ㅁ한권 두권 세권 이상 사세요!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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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다 더 짜임새있고 고급스러워졌으며 잘 읽히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 다음편이 더욱 기대된다. 노숭겸에 감정을 이입하며 읽으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편지에서 일기까지 !!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ㅁ한권 두권 세권 이상 사세요!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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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제일의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s****w | 2021.05.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학창시절에 싫어했던 과목 중에 하나가 국사였다 외우는 게 제일 어렵고 싫었던 나는 외워야할 인물도 사건도 너무 많은 국사를 무척 싫어했다 역사를 모르는 게 자랑일 수 없고 오히려 질책당해야 마땅하지만 연대와 업적을 나열하고 외우는 건 재미도 없고 머리만 아프고.. 드라마 보듯 재미있게 보고 공부할 수 있다면 기억하기도 쉽고 좋잖아 그런데 드라마처럼 재미있는 역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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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싫어했던 과목 중에 하나가 국사였다 외우는 게 제일 어렵고 싫었던 나는 외워야할 인물도 사건도 너무 많은 국사를 무척 싫어했다
역사를 모르는 게 자랑일 수 없고 오히려 질책당해야 마땅하지만 연대와 업적을 나열하고 외우는 건 재미도 없고 머리만 아프고.. 드라마 보듯 재미있게 보고 공부할 수 있다면 기억하기도 쉽고 좋잖아
그런데 드라마처럼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을 선택할 때까지만 해도 조선시대 사람들은 일기에 무슨 이야기를 적었을까 그냥 조금 궁금했던 것이지 뒷장이 궁금해 읽기를 멈추고 싶지 않을정도로 재미있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재미있잖아..

 

우리가 기억해야할 위인의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한 사건들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하고 찬란한 삶의 이야기..
조선시대 공무원 취준생의 애환, 신입 사원들의 관직 적응기, 지방 발령받은 암행어사의 고군분투, 억울한 죄인들의 교도소 수감기, 가족간의 우애와 사랑 그리고 분쟁 등등 조선시대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일상을 담아낸 일기를 들여다본다
보고서나 역사서에 기록된 공식 문서가 아닌 하루하루 있었던 주변의 이야기를 개인의 소감과 함께 적은 일기들이 공식문서들이 풀어내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의 일상을 들려준다

글자를 아는 사람들은 평민들이 아니라 양반이나 중인이었고 글을 읽고 쓴다는 건 권력이 되었다
일기라는 것도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를 차지하는 글 모르는 다수의 가난한 백성들이 아닌 윗부분에 속해있는 일부 양반들의 기록이기에 당연히 백성들의 입장이 아니라 양반의 시선에서 기록되었다
그러다보니 진짜 백성들의 삶이 어땠는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며 살았는지까지 알 수는 없지만 역사의 흐름에 기록되지 못하는 백성들의 삶을 조금 엿볼 수 있다

 

내가 우리 역사에서 궁금한 건 왕이 어떤 정책을 펴고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하는 거대하고 위대한 무엇보다는, 뭘 즐겨 먹고, 뭐하며 여가시간을 보냈는지, 어떤 직업이 있었는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어떻게 오갔는지, 무더운 여름은, 매서운 겨울은 어떻게 지냈는지, 억울함은 어떻게 풀었는지 등등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그들은 하루를 무얼하며 보냈을까'와 같은 질문들의 답이었다 
바로 내가 찾던 이야기가 여기 이 책에 있다는 얘기지.. 
기발한 커닝 방법들부터 신입들을 어떻게 골탕먹이는지, 자신의 위엄을 어떻게 뽐내는지, 답도 없는 가족들 싸움, 부부 사이에 치고박고 난리난 이야기, 선비다운 성찰과 반성, 마을에서 일어난 소소한 분쟁, 사건들까지 그들이 울고 웃었던 정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조상들의 일기를 어려운 한자어가 그대로 쓰인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글로 풀어냈다면 이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조선 제일 전기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훌륭한 이야기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말들로 맛깔나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딱 우리내 사는 이야기처럼, 동네 아저씨의 두툼한 다이어리를 들여다본 것처럼 들렸다
세상 사는 거 예나 지금이나 다 거기서 거기구나 싶다.. 300년, 400년이 지났는데도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억울하고,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자식 가진 부모 마음은 늘 애달프다

 

소소한 일상으로 가득 채워진 그들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오늘에는 또 어떤 사건사고가 벌어졌을지 다음 이야기, 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이런 역사책이라면 얼마든지 읽지! 국사책이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롭게 쓰여졌다면 내 학창시절에 국사 과목 꼴찌라는 불명예는 없었을텐데..
이 책이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에 이은 두번째 책이었다니 첫번째 책도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작가님,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죠? 다음 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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