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포카혼타스>는 대학살을 저지른 과거 식민주의의 역사를 할리우드식으로 표백해서 다시 쓴 것이다. 이 영화에는 존 스미스와 그의 나라 사람들이 궁극적으로는 포카혼타스 종족의 영토를 약탈하고, 그들에게 질병과 죽음과 빈곤을 가져다주며, 그들의 종교와 경제 수단과 생활 방식을 파탄시킨다는 암시조차도 없다. 디즈니의 역사의식 속엔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는 존재하지 않고, 구세계와 신세계의 만남은 단순히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가"라는 이야기만을 상기시킨다. 만약 이 영화가 한 유대계 여성이 금발의 아리안계 독일 나치 남성과 사랑에 빠진 상황을 전개하면서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 pp.112-113
디즈니의 철학은 미소, 예절 바른 말씨, 공손함 등 직원의 행동부터 옷 입는 법, 디즈니식 말씨 쓰는 법, 디즈니 문화를 수용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 적용된다. 교육적으로, 강력한 기업문화를 익히기 위해 직원들은 강의실 훈련을 받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상세히 명시된 외모의 기준 항목들을 암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신입사원들은 디즈니 규정에 관한 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일종의 교육 전략으로 직원들에게 유치한 디즈니식 구호, 즉 "다른 사람들이 노는 동안 우리는 일한다!", "우리는 답을 알기 때문에 절대 '아니오'라고 하지 않는다" 등의 노랫말을 끊임없이 외치게 한다. 또한 "우리는 끝까지 웃는다!"라고 외치기까지 한다. 디즈니가 규칙과 구호를 강조하는 것은 직원들의 감정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전직 디즈니 직원 존 반 마넨이 설명하듯이 "'자신들이 근무 중에 행복하고 즐거우면 손님들도 즐거운 분위기를 느낀다'라고 반복적으로 듣는다. 그리고 사기를 북돋우는 영화, 온정 어린 격려, 가족적 친밀감, 회사에서 뽑힌 모범 직원들이 훈련과정 내내 강력하고도 상징적인 이념의 대변자들이 된다"는 것이다.
--- pp.62-63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내재하는 인종차별은 노골적인 표현과 더불어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과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에 대한 복잡한 표현을 기피하는 은근한 태도로 구체화된다. 그와 동시에 백인의 형상은 중산층의 사회관게와 가치체계, 언어사용 등의 특권적인 표현을 부여하여 보편화시킨다.
---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