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는 이 새로운 자본주의 형태의 정체를 그들의 용어, 그들의 언어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실리콘밸리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한다. 그곳에서는 모든 일이 너무나 빠르게 일어나므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실리콘밸리는 어느 구글 엔지니어가 생생하게 묘사했듯이, “꿈의 속도”로 진보가 일어나는 곳이다. 여기서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린 속도로 재생함으로써 그러한 논쟁을 위한 공간을 넓히고 이 창조물들의 가면을 벗겨 불평등을 증폭시키고 사회적 위계를 강화하고, 배제를 심화하고, 권리를 강탈하고, 개인의 삶에서 누구를 위한 것과 상관없이 사적인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그들의 경향을 드러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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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얼굴에 난 여드름 때문에 툴툴거리고,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논쟁에 참여하고, 구글에서 레시피나 민감한 건강 정보를 검색하고, 세제를 주문하고, 아홉 살짜리 아이 사진을 찍고, 미소를 짓거나 화나는 생각을 하고, TV를 보고, 주차장에서 급출발을 하는 등의 모든 일이 빠르게 몸집을 늘려가고 있는 전자텍스트의 원재료다. 정보학자 마틴 힐버트와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언어, 문화적 자산, 전통, 제도, 규칙, 법”을 포함해 문명의 기본 요소들조차도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코드로 작성되어”
빠르게 복잡해지는 상업, 정부, 사회의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지능형 알고리즘”의 필터로 걸러진 후 사회에 되돌려진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핵심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누가 아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누가 결정하는지를 누가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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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토이스가 판매하는 인기 장난감들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딸려 있어서,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받으면 ‘데이터 처리’를 통해 해당 장난감이 아이의 말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32 그 과정에서 앱은 휴대폰의 기능 대부분에 접속하며, 여기에는 연락처, 카메라 등 장난감의 작동과 무관한 기능도 상당수 포함된다. 이 앱은 블루투스를 통해 장난감을 인터넷에 연결하며, 장난감이 적극적으로 아이를 대화에 참여시키면 앱이 그 대화 내용을 기록하고 업로드한다. 항의의 대상이 된 한 인형은 아이가 거주지 등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말하도록 체계적으로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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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마주치면서 상대방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을 상대방과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연대의 실마리가 된다. 그런데 텔레비전과 소셜 미디어는 우리에게서 다른 사람의 실제 삶과 접촉할 기회를 빼앗는다. 단, 텔레비전과 달리 소셜 미디어에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수반된다. 이른바 ‘프로필 인플레이션’이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인기와 자긍심, 행복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며 늘 더 멋진 신상 정보, 사진, 업데이트 소식을 게시한다. 프로필 인플레이션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만들어 더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유발하고, 이는 더 심한 프로필 인플레이션을 낳는다. 더 많은 ‘먼 친구’를 포함하는 더 큰 네트워크일수록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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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자본주의는 자연을 착취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폭염으로 신음하는 지구라는 짐을 지웠다. 여기에 인간 본성에 대한 감시 자본주의의 침략과 정복이라는 짐을 더 얹을 것인가? 저들이 부와 권력을 위해 성역과 미래 시제에 대한 권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슬며시 벌집에서의 삶을 부과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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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에게 ‘검색(search)’이라는 단어가 본래는 이미 있는 답을 얻기 위해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이 아니라 용감한 실존적 여정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친구’는 오직 얼굴과 얼굴,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만들어질 수 있는 미스터리의 체현이고, ‘인식’이란 ‘안면 인식’이 아니라 우리가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느끼는 안도감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저들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본능인 연결, 공감, 정보에의 욕구를 이용해 이를 만족시키는 상품을 볼모로 잡고 우리 삶에 시도 때도 없는 알몸수색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부과하는 것이 결코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움직임, 감정, 발화, 욕망을 목록화하고 조작하고 그리하여 우리에게서 미래 시제를 빼앗고 우리를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도록 하는 데 은밀하게 이용하는 것은 결코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이것들은 매우 새롭다. 전례가 없는 현상들이다. 그럴 수 있다고 볼 일이 아니므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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