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 유아 부문 대상 수상작
   <이파라파냐무냐무>
캐릭터, 반전, 중독성 있는 이야기이지은 작가의 매력적인 그림책
64쪽 | 598g | 293*212*13mm|9791160946673|사계절
귀여운 결심, 폭소가 터지는 반전덩치는 커도 겁은 많아! 털숭숭이 수난기모두 한눈으로 털숭숭이를 보고 있을 때, 다른 생각을 하는 마시멜롱이 있다. 3번의 승부가 살짝 망할 조짐이 보일 때, 혼자서 털숭숭이의 ‘진짜 말’이 무엇인지 알아보러 숲을 건너간다. 아주아주 작은 마시멜롱과 아주아주 큰 털숭숭이가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압권이다. 그들이 얼마나 다른지 시각적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오해가 풀리는 첫 전환점이다. 이파라파냐무냐무가 그런 뜻이었다니! 소란스러운 해프닝이 끝나고 딱딱한 마음들이 말랑해지고 마을은 다시 평온해진다. 털숭숭이가 하고 싶었던 ‘진짜 말’은 이제 명랑한 말놀이처럼 마을을 감싸고 모두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지은 작가는 특유의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선입견과 오해가 생겨나고 풀리는 상황을 참 다정하게 그려냈다. 누구나 오해를 할 수도, 받을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혹시 ‘오해’는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게 서로를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그림책 전체를 아우르는 말 한마디, ‘이파라파냐무냐무’로 이야기의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진짜 매력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빨간 열매>
누구에게나 빨간 열매는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열린 그림책
64쪽 | 361g | 190*300*15mm|9791160943832|사계절
빨간 열매가 먹고 싶은 아기곰의 꿈자꾸만 응원하고 싶어지는 천진한 모험
빨간 열매를 찾아 나무를 오르고 또 오르는 곰에게 빨간색의 무언가는 전부 열매 같기만 하다. 그때마다 곰은 ‘아!’하며 기대하다가도 이내 빨간 열매가 아님을 확인하기를 반복하지만 실망하거나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애벌레와 다람쥐, 그리고 벌집을 향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마치 그 순간들까지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곰에게 빨간 열매를 찾아 나무를 오르고 또 오르는 여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꿈꾸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즐겁기 때문이다.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떠오르는 해를 보며 ‘엄청 큰 빨간 열매!’라고 외치는 순수함은 귀여움을 넘어서 사랑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어찌나 순수한지, 그 열매를 먹기 위해 허공에 발을 내딛는다. 역동적인 자세와 달리 덤덤한 아기곰의 표정과 그런 곰을 지켜보는 조연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괜찮을까?’ 하는 걱정은 잠시, 큰 곰 품에 쏙 떨어진 아기곰은 다시 천진한 얼굴로 빨간 열매를 먹더니, 심지어 노란 달을 바라보며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 해맑음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림책이다. 이야기의 맛을 살려주는 단순함색과 글 그리고 연출이 만들어 내는 리듬감곰이 빨간 열매를 찾는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매번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한다. 이처럼 단조로운 구성으로 오히려 작품의 요소 하나하나에 집중하게끔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의 모습이나, 나무를 오르는 곰을 화면 가득 보여주는 장면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런 장면들이 교차되면서 시각적으로 리듬감을 만든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다. 이 장면들은 대부분 흰 바탕에 먹과 빨간색만으로 그려졌는데, 그중에서도 거친 듯 부드럽게 깔린 먹색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화롭게 형성한다. 먹 특유의 농담과 질감이 아기곰 혼자 일어난 숲의 어느 아침, 그 고요한 분위기를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 주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툭툭 던지듯 짧게 이어지는 글이 본능에 충실한 아기곰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아기곰을 지켜보는 관찰자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별다른 수사 없이 단정하게 이어지는 목소리가 묵묵하게 나무를 오르고 떨어질 때조차 덤덤하게 떨어지는 곰의 모습과 무척이나 잘 어우러진다.
         <팥빙수의 전설>
기발한 상상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빚어낸 유쾌, 통쾌, 훈훈한 그림책
56쪽 | 356g | 210*250*15mm|9788901232232|웅진주니어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즐거움이 가득한 그림책『팥빙수의 전설』은 찌는 듯한 여름날 가장 생각 나는 음식 중 하나인 팥빙수에 대한 엉뚱발랄한 상상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깊은 산속에서 할머니가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탱글탱글 과일이 익어 가고 달달구수한 단팥죽이 완성되자, 시장 내다 팔기 위해 할머니는 길을 나서지요.
그런데 가는 길에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더니……
새하얗고 커다란 눈호랑이가 떡하니 나타납니다. 눈호랑이가 하는 말은 더 가관입니다.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할머니는 정성스레 키운 딸기, 참외, 수박을 차례차례 내놓습니다. 눈호랑이는 새콤달콤한 딸기 맛에 함박웃음을 짓고, 노랗게 익은 참외를 먹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커다란 수박을 허겁지겁 먹습니다. 하지만 눈호랑이의 욕심은 끝이 없네요. 과연 할머니는 무사히 장에 다녀올 수 있을까요? 『팥빙수의 전설』은 보고 듣고 먹는 즐거움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유쾌한 그림책입니다.
 한여름 눈호랑이를 본 적 있나요?
호랑이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옛이야기는 [팥죽할멈과 호랑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입니다. 이지은 작가는 이런 옛이야기에서 [팥빙수의 전설]의 영감을 얻되, 완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사각사각 잘게 갈아 얹은 얼음에서 연상한 하얗게 펼쳐진 눈밭, 한여름에 눈이 오면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며 눈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발상, 눈호랑이의 숨겨진 초능력 등 이야기 속에는 기막힌 상상과 반전들이 가득 숨어 있습니다. 시큰둥해 보이지만 단단하고 거침 없는 할머니의 모습, 뭉실뭉실 눈을 뭉쳐 놓은 듯 어린아이 같은 호랑이는 매 장면마다 감초 같은 재미를 선사합니다. 더위에 지친 순간, 팥빙수 한 숟가락을 입에 물었을 때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 [팥빙수의 전설]은 그런 상쾌함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더울 때면 한 번씩 떠올리는 그림책, 팥빙수를 먹을 때마다 들춰 보게 되는 그림책, 먹을 때마다 재미난 상상을 덧붙여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팥빙수의 전설]이 오래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원조’ 이야기 맛집, 이지은 작가가 선보이는
재미, 반전, 감동의 세계
72쪽 | 492g | 210*270*10mm|9788901251226|웅진주니어
숲속 동물들 모두가 성격 고약하다고 상대하지 않던 호랑이를 꼬리 꽃은 만나자마자 대뜸 ‘누렁이’라는 이름으로 친근하게 부른다.
대번에 “누렁이, 넌 누구냐?”고 당당하게 외친 것도 모자라, 게슴츠레 귀찮아하는 호랑이를 마음껏 움직여 동네의 궂은 일들을 말끔하게 해결하며 호랑이를 조련한다. 꼬리 꽃은 하루 아침에 일어난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면 뭐든 담담하게 해치우는 시크한 존재다. 누렁이가 붙은 건 짜증 나는 일이지만 이웃들을 만나면 한없이 즐겁고, 몸이 좀 젖는다 해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걸로 또 충분한 매력덩어리. 이지은 작가는 천의 얼굴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다채로운 표정과 경쾌한 몸짓으로 꼬리 꽃이라는 대체 불가한 존재를 탄생시켰다. 꼬리 꽃이 ‘누렁이’라고 친근하게 지칭하는 호랑이는 또 어떤가. 맛있는 걸 내놓으라고 두 눈을 치켜뜨고 양손의 발톱을 한껏 날카롭게 들이대며 흥분하지만, 실은 겁 많고 게으른 ‘츤데레’를 연상케 한다. ‘성격 고약한’으로 단정하기엔, 이 누렁이의 일거수일투족이 무심한 듯 사랑스럽다. 『친구의 전설』은 대체 불가 매력의 양대 산맥, ‘누렁이’라 불리는 호랑이와 꼬리 꽃의 일상을 담담하고도 진솔하게 담아냈다. 어떤 친구 사이가 이토록 치명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만큼 오래 기억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