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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나요?" 아이가 물을 때, 당신은 대답할 수 있는가.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 2004'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을 넘기다보면, 우리나라와 서구에서 각각 지향하는 유아책의 차이를 조금 감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첫째, 서구에서는 '존재의 이유'라는 심오한 철학적 물음을 지식 습득보다 중요시 여긴다. 둘째, 이런 어려운 질문이 아이에게도 충분히 던져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즉, 철학이 몸에 배어 있다고나 할까.
먼저 전작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에서 보여준 볼프 에를브루흐의 애교스런 일러스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귀여운 두더지의 복수극은 머릿속에서 싹싹 지우시길.『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가 읽을 수록 슬몃슬몃 미소를 짓게 하는 책이라면, 이 책『커다란 질문』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의 크기와 차원이 달라지는 그림책이다.
비둘기색 꼬마, 겨자색 숫자, 팥죽색 비행기... 색종이를 잘라 붙이고 그 위에 색연필로 질감을 표현한,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편안한 본문. 한장 한장, 하나 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첫장, 왕관을 쓰고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형은 환영하는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인다. "왜 이 세상에 태어났냐고? 넌 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거야." 사탕을 손에 든 할머니는 "나한테 귀여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어 노래를 부르는 새, 숫자 3, 군인 아저씨와 빵집 주인... 그리고 '죽음'이라는 형이상학적인 '것'까지, 이 세상에 제각각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들려준다. 맨 뒷장에는 아이들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채워넣을 수 있도록 빈 노트도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