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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일정이나 동선은 없다. 여행일기 위주의 서술도 아니다. 대신 천천히 머무는 여행을 하는 동안 다듬어온 생각 속에 여행지와 관련된 문학, 예술, 사회, 종교, 역사 이야기를 녹여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자의 길’을 걸으며 루소의 말을 곱씹고, 아바나에서는 헤밍웨이의 술잔을 탐하고, 뉴욕에서는 영화 「러브 어페어」 속 애틋한 재회를 떠올리는 식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고, 티베트에서는 돌아오지 못한 옛 지도자를 그려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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