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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가 김남희의 네 번째 여행 에세이
히말라야의 신비가 깃든 트레커들의 천국, 네팔을 걷다
때 이른 무더위와 장마가 일상의 짜증을 더하는 요즘,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떠나고 싶다”를 외친다. 그런데 어디로? 그런 물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까탈이 여행가 김남희가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히말라야의 광활한 대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책,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4-네팔 트레킹 편≫이다.
2003년부터 세계 여행길에 오른 김남희가 중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여행에 이어 발 딛은 곳이 네팔이다. 1년에 5개월밖에 비자를 내주지 않는 나라 네팔에서 기한을 다 채우고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에 해를 넘긴 뒤 다시 그곳에서 1개월을 더 보냈다. 그만큼 히말라야의 산들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걷기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네팔만 한 곳이 있을까? 김남희가 안내하는 네팔은 계절과 지역에 따라, 걷는 이의 취향과 체력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골라잡을 수 있는 천혜의 땅이다. 두세 시간마다 게스트하우스나 식당이 있고 길 안내가 잘 되어 있으며 하루 만원 정도면 먹고 자고 할 수 있다는 조건은 ≪걷기 여행2-스페인 산티아고 편≫에 나온 ‘산티아고 가는 길’과 비슷하지만, 네팔에선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난다.
설산을 갈망하는 이는 에베레스트로, 꽃과 숲을 사랑하는 이는 안나푸르나로
사방에 끝도 없이 펼쳐진 설산에 넋을 빼앗긴 채 걸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소풍 가듯 가볍게 오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고된 산행 끝에 랄리구라스(네팔의 국화) 꽃비를 내려준 랑탕/고사인쿤드 트레킹, 이번 책은 이렇게 세 번의 트레킹을 일기 형식으로,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김남희의 여행은 만만해 보인다. 하루에 얼마만큼 걸었고 걷거나 쉬는 동안 무엇을 하고 어디에서 자고 무엇을 먹고…… 하는 이야기를 시시콜콜 들려주기에 “아, 나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용기와 기대감이 불쑥불쑥 솟는다.
게다가 글 속에 드러난 김남희는 고도 5,545미터 칼라파타르 정상까지 힘겹게 올라 에베레스트를 마주하고는 ‘추워서 저 꼭대기에는 못 오르겠다’며 약한 모습을 보이고, 포터에게 등산화를 안 신겼다고 꼬장꼬장하게 따지는 독일 아줌마에게 대들고는 자기가 먼저 눈물을 쏟고 마는 소심한 여자다. 짐을 들어주는 스무 살의 포터가 막내동생처럼 느껴져 “내기 당구 치지 마라”, “돈 아껴라” 잔소리를 퍼붓는가 하면, 구걸하는 데 익숙해진 네팔의 어린아이들을 보며, 주어선 안 된다는 당위와 그럼에도 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에서도 지은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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