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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으로 한국 대중과 더욱 가까워진 도쿄대 교수 강상중. 한 강연회에서 그는 만약 중3으로 돌아간다면,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저자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전후 혼란기의 역경을 버텨내며 자식들을 키웠던 재일 1세들의 기억을 어머니의 삶을 통해 기록하고자 쓴 책이다. 실제 저자의 어머니와 자신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담겨 있고, 소설적 기법을 사용해 어머니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놓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어머니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 글을 아는 내게 글을 모르는 어머니가 위탁하신 유언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어머니를 통해 그 역시 자신의 반생과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여성으로 태어나 교육도 받지 못하고 언어도 모르는 일본으로 건너와 태평양전쟁 전후 혼란기를 거치면서 살아남는 데 전력을 다한 어머니, 가난한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장의 역할을 짊어지고 평생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묵묵히 일만 해왔던 아버지. 그들의 삶의 조건은 당시 재일 한국인들의 일반적 처지였다. 일본에서도 철저하게 음력을 지키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굿을 하면서, 차별과 생활고 속에서 여성으로 꿋꿋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인생은 ‘재일’의 역사 그 자체였다.
『어머니』에는 재일 1세대였던 부모님과 형 마사오와의 갈등, 자이니치라는 정체성이 사춘기 시절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고, 결국 그것을 숙명적인 질곡으로 받아들였던 저자 자신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는 ‘재일’의 역사 그 자체였던 어머니와 가족 이야기를 통해 ‘재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 그리고‘재일’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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