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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의 국내 팬들 사로잡을 명작, 인간 심리에 대한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
헨리 제임스 문학 세계의 정수 드러나는 ‘뉴욕판 서문’ 수록
“운 좋게 아직 시간이 있으면 그때가 언제나 적절한 때야. 삶다운 삶을 살라고!”
동시대 작가 중 가장 지적인 인물, 20세기 영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심리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원형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헨리 제임스의 후기작 『대사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5?376으로 출간되었다. 『대사들』(1903)은 『비둘기의 날개』(1902), 『황금 주발』(1904)과 함께 제임스의 후기 삼부작으로 꼽히며, 작가 스스로 “어느 모로 보나 가히 최고”라고 꼽을 만큼 주제나 구성 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국내에서 헨리 제임스는 정통적인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쓰이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초기작 『나사의 회전』(1898)(2020년 4월 개봉된 영화 「더 터닝」의 원작), 『데이지 밀러』(1878)(1974년 동명의 영화 개봉), 『여인의 초상』(1881)(1996년에 동명의 영화 개봉) 등이 영화화되어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제임스의 후기 삼부작은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문학 전공자들에게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임스의 난해함은 파편성이나 상징적 연상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모더니즘의 실험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사들』은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 놓인 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의식의 망을 최대한 드라마처럼 사실적으로 펼쳐 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반영되어 있어, 전반부의 난해함을 견디면 어느새 몰입해 헨리 제임스만의 문학성에 흠뻑 빠져들 만큼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이번 전집판에는 헨리 제임스가 그의 삼부작 이후 출간된 스물네 권의 뉴욕판 전집에 새로 쓴 『대사들』의 서문을 수록했다. 서문을 통해 독자들은 이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습작 비하인드, 독서 가이드뿐 아니라 헨리 제임스가 생각하는 문학관을 함께 전달받을 수 있다. 제임스는 서문에서 “제대로 인도하기만 하면 소설은 지금도 여전히 가장 독립적이고 가장 탄력적이면서 그 무엇보다 놀라운 문학적 형식”이라 말하며, 『대사들』은 『비둘기의 날개』와 달리 작품을 쓰는 동안 전혀 불안이나 의심에 시달리는 일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주제가 환히 빛났다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심지어 최상의 선(善) ― 최상의 선과 관련해서만 명예로움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으니까 ― 중에서도 틀림없이 선함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이 있기 마련이어서, 그것을 환기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믿음을 최고로 고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게는 나만의 주제가 진정 환하게 빛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고백하건대 『대사들』의 주제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 빛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이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 중에서 ‘어느 모로 보나’ 가히 최고라고 솔직하게 평할 수 있다.”(「뉴욕판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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