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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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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0g | 128*188*8mm
ISBN13 9788993166958
ISBN10 8993166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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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 자신의 개인사와 관련된 이유 때문에, 그리고 열한 살이나 열두 살 때부터 내게도 개인사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기억의 촉매제였고 오늘날에도 내게는 그렇다. 카사블랑카라는 이름만으로도 다양한 회상의 원천이 되고, 다른 이름들이 이와 반향을 이룬다. 이 영화가 암시하는 시기와 에피소드―제 2차 세계대전 이전, 피난, 점령―는, 그 극적인 차원과 함께, 과거를 느끼는 감각과 미래에 대한 애착을 내 유년시절에 각인시켜 놓았다. 내가 맨 처음 받은 인상들의 힘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나는 가끔 과거를 다시 산다는 느낌이 아니라, 다음의 상황을 다시 산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 p.25~26

기억의 이중적 역설은, 과거가 오래된 것일수록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들은 더욱더 생생하고 생기 있는 현재로 나타나지만, 이와 반대로 이 장면들을 연결하는 끈은 더욱더 느슨해지고 뒤엉키고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속성을 재구성하고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기억들, 이 기억의 러시 필름들을 ‘몽타주’해야 한다. 이런 작업에서 행해지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점차, 비극적으로 자기 과거를 잃는다는 것?알츠하이머병에서처럼 가장 오래된 기억들이 최후의 저항 끝에 마지막으로 지워진다?은, 자신을 시야에서 놓친다는 것(se perdre de vue)이며, 다른 말로 하면 죽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2

이때 나는 최악의 고독은 [나만 기억한다는] 기억의 고독이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어떤 증인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어머니가 고통 받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기억 속에서] 길을 잃을 때면, 나는 가끔 어머니에게 약간 거칠게 경고했는데, 이는 아마도 어머니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을까 두려웠고, 나 또한 내 기억들만 갖고 홀로 남아 있지는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 p.50

겨우 몇 달 전에 나는 이렇게 매일 밤 어떤 지점을 찾는 작업에 즐겁게 착수했는데, (이 불확실한 흔적의 유희에서 아무도 나를 인도해줄 수 없게 된 이후에는 이마저도 포기했지만) 이 지점을 넘어서면 내 의식마저 사라져서 내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 속으로 느릿느릿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은 모험 여행의 어떤 것, 항상 실패로 끝나지만 매번 다시 시작되는 탐험의 어떤 것과 유사했다. 나일 강이나 아마존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반대편 경계[아득한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탐험. --- p.54~55

다른 한편 기억(souvenir)이라는 말은 단어가 아니라 오히려 흔적이다. 리옹-쉬르-메르라는 이름 속에 숨어들기 이전에 예전에 나를 스쳐간 느낌의 흔적. 그 아이마저 이제는 시간의 밤 속으로 사라진, 모르는 아이의 서투른 손이 장터 축제에서 놓쳐버린 풍선처럼, 내 기억 속에 아직 떠돌고 있는 느낌의 흔적. --- p.57~58

영화의 기적은, 관객인 우리는 늙어가는데도 젊음을 간직한 등장인물의 물리적인 확실성을 우리에게 강제한다는 것이다. --- p.63

프루스트가 경험한 것처럼, 처음으로 꾼 꿈의 장소로 되돌아가보면 항상 어쩔 수없이 실망스러운데, 이는 자기를 향한 불가능한 귀환이라는 시련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변해버린 ‘자기’는 더 이상 이전과 똑같은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 p.100

내가 어두운 영화관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다음의 사람들이 여기서 나를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고 자기 역할에 충실하며 영원한 [스크린 속의] 사람들, 반세기 이상 내가 가깝게 지내고 있으며, 이들의 충실함과 이들의 젊음과 나의 젊음을 확신하면서, 행복하거나 슬픈 저녁이면 내가 본능적으로 달려가게 되는 사람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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