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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죽여 마땅한 사람들

[예스리커버] 죽여 마땅한 사람들

[ 릴리 에디션 Lily Ed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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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608g | 140*210*30mm
ISBN13 9791156758327
ISBN10 1156758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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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목소리가 너무 나직해서 눈을 들고 그녀 쪽으로 몸을 약간 숙여야만 했다.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에요.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당신이 아내를 죽인다 해도 어차피 죽을 사람 조금 일찍 죽이는 것뿐이에요. 게다가 그녀에게 상처받을 많은 사람을 구해주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예요.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든다고요. 그리고 당신에게 한 짓은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나빠요. […] 그녀가 먼저 주먹을 날렸다고요.”
--- p.54

“네. 하지만 난 그저 비행기에서 당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일 뿐이에요. 결국 결정은 당신이 해야죠. 아내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과 실제로 죽이는 일은 천지 차이예요. 누군가를 죽이는 것과 죽이고도 잡히지 않는 건 더더욱 천지 차이이고요.”
--- p.56

나는 진토닉을 한 잔 더 주문하고 살인에 대해 이 여자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게 왜 그리 끔찍한 일로 간주되는 걸까? 금세 새로운 세대가 세상을 차지할 테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몇몇은 끔찍하게, 몇몇은 평온하게.
--- p.57

“망해버린 두 번째 데이트 같군요.” 어색함을 깨기 위해 내가 말했다. 그녀가 웃었다. “우리 둘 다 상대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글쎄요. 난 당신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난 당신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음 날 아침 끔찍한 숙취에 시달리며 깨어나서 아내를 죽일 계획을 세웠던 일만 어렴풋이 기억할 거라고 생각했죠.” “끔찍한 숙취에 시달리긴 했지만 우리가 한 얘기는 전부 기억합니다.” “아직도 죽이고 싶어요?” 릴리가 물었다. 마치 아직도 프렌치프라이를 먹고 싶으냐고 묻듯이.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즐거움으로 반짝거렸다. 혹은 도전 의식으로. 그녀는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때보다 더요.” 내가 말했다.
--- p.82

사람들은 생명이 존엄하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미란다처럼 자신을 향한 상대의 사랑을 남용한다면 그 사람은 죽여 마땅해요. 너무 극단적인 처벌처럼 들리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모든 사람의 삶은 다 충만해요. 설사 짧게 끝날 지라도요.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한 경험이라고요.
--- pp.84-85

난 아내를 미워하지만 그 이유는 한때나마 아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될 실수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생각이 이런 식으로 흐르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릴리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그녀가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오래된 소파를 버리는 일처럼 태연하게 말하는 걸 듣고 싶었다.
--- p.108

“계획대로만 한다면 잘못될 일은 없어요. 하나만 물을게요. 만약 오늘 케네윅에 지진이 나서 미란다와 브래드가 죽었다고 해봐요. 기분이 어떻겠어요?” “행복할 겁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대답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그들은 죗값을 치르겠죠.” “우리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거예요. 지진을 만드는 거죠. 둘 다 매장할 정도의 지진.”
--- pp.158-159

기네스를 다 마신 후, 나는 살인자로서 내 경력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살인에 흥미를 잃어서가 아니라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누구도 나와 그렇게 가까워지도록, 에릭처럼 내게 상처를 입히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 p.204

그녀는 뼛속까지 썩어빠진 인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희생양을 다시 찾아 신나는지도 모른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에게 살인은 오랫동안 긁지 않아 가려운 부위였다.
--- p.218

난 후회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내가 저지른 살인마다 이유가,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가슴이 아픈 까닭은 외로움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내가 아는 사실을 공유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외로움.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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