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우리가 잃어버린 것

1장 인사가 중요한 이유 - 인사 의례
2장 집단이 발휘하는 힘 - 집단 의례
3장 색다른 매력을 뽐내다 - 구애 의례
4장 보석, 꽃, 죽은 새 선물 - 선물 의례
5장 으르렁거리며 전하고 싶은 말 - 소리 의례
6장 자세, 몸짓, 표정의 무게 - 무언 의례
7장 놀이로 배우는 생존 기술 - 놀이 의례
8장 함께 애도하면서 마음 치유하기 - 애도 의례
9장 새로운 시작과 자연의 리듬 - 회복 의례
10장 우리 자신을 되찾는 여행 - 여행 의례

미주
감사의 글

단절의 시대, 읽어버린 의례를 찾아서
사라져가는 공동체 가치를 모색하는 자연과학 에세이

“가장 친했던 코끼리 두 마리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했다. 둘은 죽은 친구 바로 옆에 서서 냄새를 맡고 만져보면서 함께 탐색했다. 이들은 밤새 번갈아 가며 조용히 죽은 친구를 찾아갔다. 절대 죽은 친구를 혼자 누워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갈 때마다 각자 주기적으로 죽은 친구의 몸에 흙을 뿌려 덮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죽은 친구의 몸에는 최소한 6밀리미터 이상 두께의 흙이 덮였다. 버넌이 경험했던 코끼리의 장례 의식 중 가장 강렬했다”
8장 「함께 애도하면서 치유하기_애도 의례」 중에서

서양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 된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은 영혼도 없이 움직이는 기계이고 오직 영혼을 가진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다”라고 언급하며 동물을 고통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는 기계로 치부했다. 이는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고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합리화시키는 근거가 되었다. 아직까지 “우리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지어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인간이 더 발달하거나 우월한 존재라고 자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명확히 틀린 명제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인간과 동물들의 뇌가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많은 동물이 인간처럼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동물을 좋아하거나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동물들의 속마음을 읽거나 행동과 표정을 분석하려 애쓴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집 강아지는 왜 꼬리를 가만히 놔두지 못할까?’ ‘우리 집 고양이는 왜 앞발을 꾹꾹거리지?’ ‘왜 여기저기에 소변을 보는 걸까?’ 강아지가 자기 꼬리를 좇는 행위는 심심해서 놀고 싶어 하는 것이며, 고양이가 앞발을 꾹꾹 거리는 행위는 어미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거나 영역을 표시하는 것이다. 또 여기저기 소변을 보는 것 역시 그 이면에 담긴 의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동물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일정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이를 ‘의례(ritual)’라고 부르겠다.

잃어버린 의례를 되찾는 순간,
삶은 훨씬 평화롭고 충만해진다

흔히 ‘의례’라는 단어를 들으면 종교적인 경건한 의식을 떠올릴 때가 많지만 의례는 넓은 의미로 종교적 관습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의례는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과거와 현재, 나와 타인을 이어주는 일종의 기술을 말한다. 의례는 유전이든 학습을 통해 전승된 행위든 상관없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행해지는 모든 사회적 행동을 포괄한다. 예배, 제사, 결혼식, 장례식, 축제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일어나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것, 매주 토요일 저녁에 한강에 모여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모임에 나가는 것도 의례라고 할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발로 돌을 차는 평범한 행동에도 사회적 의미가 깃든다면 의례가 된다. “각각의 행동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진 않지만, 전체가 되면 의미를 얻는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의례는 우리 인간과 어떤 연관성을 가질까. 일례로, 침팬지의 의례는 인간의 의례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영장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인간의 의례가 침팬지의 의례를 본떠 생겨났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방식은 야생동물도,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의례를 행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도록 진화했기에 사회 공동체 속에서 직접 접촉하며 소통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사회적 동물은 시들어 죽고 만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한 동물생태학자의
빛나는 통찰이 담긴 야생 다큐멘터리

저자는 30년 이상 대륙을 떠돌며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해왔으며 세계적으로 저명한 코끼리 전문가이다. 역사학, 생물학, 인류학, 정치학, 사회학,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과 저자만이 전달할 수 있는 생생한 연구 현장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고 성찰한 결과물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남편 팀 오코넬과 함께 촬영한 책에 실린 총 37컷의 도판은 믿기 힘들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코뿔소가 뿔을 맞대며 인사하는 모습, 코끼리들이 구덩이에 빠진 새끼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 돛새치 무리가 진을 치고 사냥하는 모습, 기린들이 서로의 목을 감싸며 애정을 나누는 모습 등 저자 부부는 산과 바다, 사막을 가리지 않고 자연을 가르며 야생동물의 반짝이는 장면들을 순간 포착했다. 책 속에서 그는 언제나 동물들을 따라다니지만, 인간 사회에 대한 애정 또한 놓치지 않는다. 더 이상 자정 작용에만 기댈 수 없게 된 지구 위에서 자연과 우리 인간이 ‘공멸’하지 않고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지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21세기 인류는 큰 난관에 봉착했다. 팬데믹, 이념 갈등, 전쟁, 경제 위기, 치열한 경쟁…….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정작 우리는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10가지 의례에는 그 ‘무언가’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말한다. 위기 속에서 의례는 “우리의 생명줄이 되어줄 것이며 우리를 행복을 향한 길로 안내해”줄 거라고.